"허위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교부받아 농지를 매입…", "공무원들이 직무를 이용해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개발예정지 부근 부동산을 집단으로 매수한 다음 가족들 명의로 명의신탁…", "뇌물을 받고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거래허가와 관련된 편의 등을 제공해 주는 등 전문 투기꾼들과 결탁, 부동산 투기를 비호·방조…"(2006년 1월 17일, 부동산투기사범 합동수사본부 보도자료 중)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사태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16년 전 '2기 신도시 투기 사태' 당시와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검찰청·경찰청·국세청·건설교통부(現 국토교통부)가 합수본을 꾸려 투기 사범을 대대적으로 적발하고, 투기 예방책까지 내놨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당시 비농민의 농지 취득을 막기 위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시행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오히려 정권이 바뀌면서 '농지 규제 완화'를 이유로 그나마 남아 있던 제도까지 사라졌다. 작금의 'LH 사태'가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06년 1월 17일 '2기 신도시' 관련 부동산 투기를 수사했던 합동수사본부(합수본)의 수사 결과 보도자료. 법무부 제공.
◇'2기 신도시' 투기 1만 5천 명 적발·450명 구속…지금과 '판박이'
9일 CBS노컷뉴스가 법무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기 신도시' 관련 부동산 투기 사범을 수사했던 합수본은 5개월 수사 끝에 총 1만 5558명을 단속, 455명을 구속했다. 이 중 검찰이 직접 수사한 피의자만 총 3401명으로, 공무원은 42명에 달했다.
합수본은 "부동산 투기자들의 신분이 기획부동산 업체뿐만 아니라 의사·변호사·대학교수·세무사 등 전문 직업인은 물론이고 공무원·프로스포츠선수·자영업자·농민·주부 등을 망라하는 등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적발된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행위는 지금의 LH 사태와 형태나 수법이 똑같았다. 직무를 이용해 알게 된 정보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고 개발예정지 인근 부동산을 집단으로 매수하는가 하면, 전문 투기꾼들로부터 뇌물을 받고 부동산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공무원과 결탁한 부동산 업자가 관공서에서 개발예정도면을 입수한 후 해당 지역 토지를 매수한 경우도 있었다.
농민이 아님에도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농지를 취득, 투기하는 사례도 유사했다. 당시 한 기획부동산 업체는 전남 영암군 소재 농지 약 19만평을 직원 8명 명의로 매수한 후 서울·경기 등에 거주하는 400여 명에게 쪼개서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지역 사정에 밝은 법무사로 하여금 이들 명의의 농취증신청서 및 영농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하게 했다.
합수본은 "일부 공무원들이 기획부동산 업체로부터 토지 분할측량 및 지목변경 절차 등의 편의제공을 하거나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고 사례로 금품을 받았다"며 "공무원들이 투기세력과 결탁하여 투기행위를 조장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획부동산 업체나 전문투기꾼들이 토지거래 허가규정을 피하기 위해 허가요건을 갖춘 현지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며 "허위 영농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농취증을 교부받아 농지를 매입하는 수법이 전형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