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등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4.7 재보궐 선거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확인 후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4.7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180석 거대 여당 민주당이 완패했다.
선거 전부터 예견됐던 참패다. 초심을 잃은 탓이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선거에 임해도 모자랄 판에 "여론조사와는 달리 바닥민심은 민주당이 앞서고 있다"거나 "민주당 후보가 3%P차로 이길 것"이라는 근거없는 오만함이 화를 자초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일시적으로 빠진 것", "부동산 문제는 5년 전 정책의 결과"라는 안이한 현실인식도 패배에 한몫한 측면이 크다.
민주당은 뒤늦게서야 '민심을 확인했다'며 패배의 충격에 휩싸였다고 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머리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더욱 낮은 자세로 보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민생 안정, 부동산 적폐청산 등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실현하는데 더욱 매진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도 책임을 지고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차기 대통령 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의 선거참패는 정권 재창출을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4·7 재보궐선거 투표독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번 선거는 독선에 빠져 오히려 오만하고, 무능하기 짝이 없는 여당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하다.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몰아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피로감만 높였고 개혁도 제대로 이뤄낸 게 없는 것에 대한 준엄한 평가인 셈이다.
부동산으로 분노를 키우면서도 자기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행한 '내로남불'의 위선은 중도층을 떠나보내기에 충분했다.
현 정부의 핵심 가치라 할 수 있는 공정과 정의의 가치도 이미 색이 바랜지 오래다.
대통령과 민주당은 집권 1년을 남기고 엄중한 민심의 심판을 받았다는 충격에서 한결같이 반성과 변화, 쇄신을 약속하고 있다.
머리를 숙이고, 자리에서 물러나고, 개편과 개각을 논하지만 중요한 건 '진정성'에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 사퇴를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몇 마디 반성과 사과의 말로는 민심의 거대한 심판 분위기를 결코 헤쳐 나갈 수 없다.
말로만 하는 반성과 혁신, 안이한 현실인식이 바탕이 된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허울일 뿐이다.
국민이 그걸 모를 리 없다.
대통령도 이젠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식의 더 이상 원론적 입장만을 밝혀선 곤란하다.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된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성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레임덕은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해 21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윤창원 기자
민주당도 정권 재창출에만 연연하지 말고 먼저 분노한 민심을 헤아리는 일에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지층이 결집하지 못하고 중도층이 돌아선 이유가 무엇인지, 20·30대 젊은 층이 정권에 회초리를 들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우선이다.
취임 당시 국민들 앞에 약속했던 대통령의 공약, 100대 국정과제, 총선 전 민주당이 했던 약속들을 다시한번 되짚어볼 일이다.
등 돌린 민심을 되잡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민심이 등을 돌렸음을 알면서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민주당엔 결코 미래가 없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