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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당신의 사월' 감독에게 2014년 4월 16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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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 주현숙 감독 ① 당신의 사월은 어땠나요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스틸컷. ㈜시네마 달 제공

 

2014년 4월 16일. 다른 날과 다르지 않을, 봄의 어느 날이었을 것 같던 그날이 2014년 4월 16일 이후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우리는 7년 전 4월 16일을 어떻게 보냈을까. 우리는 그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당신의 사월'은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유가족과 생존자, 피해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중학교 선생님, 카페 사장, 인권교육 활동가, 어부, 당시 고등학생 등 일상을 살다 참사의 목격자가 된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다.

주현숙 감독은 직간접적으로 세월호를 목격한 우리들을 영화의 중심으로 끌고 들어왔다. 당시 참사를 목격하며 분노하고, 무기력함을 느끼고, 슬퍼했던 우리를 통해 세월호를 돌아보기 위해서다. 그렇게 세월호를 희생자나 유가족, 생존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라는 테두리 안으로 끌어왔다.

최근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주 감독을 만나 그가 기억하는 2014년 4월 16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주현숙 감독. ㈜시네마 달 제공

 

◇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을 목격했다

'당신의 사월'은 관객들에게 "2014년 4월 16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라고 묻는다. 주 감독에게도 물었다.

"영화제 폐막일이었는데, 제가 주최 측의 위치에 있었던지라 정신이 없었어요. 폐막식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 갔는데 TV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더라고요. 배의 파란색 바닥이 보이는데, 일단 저는 행사를 마무리해야 했고, 마음속으로 구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행사를 마치고 집에 갔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죠. 내가 왜 안일하게 생각했을까 자책도 했죠. 그러고 나서는 아예 언론을 접하지 못했어요. 제가 감당할 수준의 슬픔이 아니었죠. 아이들 관련한 영상도 엄청 나왔는데, 정보든 감정이든 감당할 수 없었어요."


'전원 구조'라는 속보에 뉴스를 본 모든 이가 안심했다. 그러나 곧 전원 구조는 오보로 밝혀졌고, 실시간으로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을 모두가 목격했다. 그렇게 우리는 '목격자'가 됐다. 그리고 4월 16일은 충격과 슬픔으로 다가왔다. 무력감마저 느꼈다. 주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세월호 관련 (영화) 작업을 해야겠다고 했던 게 3년이 지나서예요. 그전까지는 책도 샀지만, 펼쳐 본다거나 관련된 걸 볼 수 없었어요. 중간에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가 나왔을 때는 글을 쓰거나 소개해야 하니까 보게 됐지만,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슬픔이 아니었어요. 사실 저는 저를 보호하기 위해 떨어져 있었어요."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스틸컷. ㈜시네마 달 제공

 

◇ 왜 노란 리본을 달았을까? 나는 왜 아플까?

그날의 목격자이기도 한 주 감독이 세월호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을 시작하게 된 건 작은 물음에서부터다.

세월호 3주기가 지난 여름날, 주 감독은 세월호의 상징이 된 노란 리본 스티커를 붙인 차가 지나가는 것을 봤다. 그의 안에서 질문이 생겨났다.

"나는 그날이 너무 아프고, 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지만 저 사람은 무슨 생각일까 궁금해졌죠."

그러다 보니 '나는 왜 아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주 감독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었다. 그는 "자기를 들여다보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고, 다큐멘터리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날의 기억을 포함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등에 관해 묻고 싶었다. 주 감독이 만난 사람들은 세월호 소식을 들었던 당시를 제법 상세하게 기억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난주 수요일에 뭘 했는지 잘 모르잖아요. 일주인 전의 일도 기억이 안 나는데 몇 년 전 그날을 세세하게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어요. 그렇게 이건 나만의 기억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기억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드는 과정이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세월호에 관한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 감독이 보기에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못 한 것이었다.

그는 "누군가 물어봐 주면 가슴 안에 있던 걸 이야기할 수 있는 법"이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안도 드는 거다. 나만 그렇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다른 사람도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안을 받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 스틸컷. ㈜시네마 달 제공

 

◇ 세월호를 기억해 준 사람들을 통해 유가족도 위로를 받았다

그날의 평범한 목격자들은 7년 동안 마음 한쪽에 애써 뭉쳐놓았던 감정들을 밖으로 꺼내놓을 수 있었다. 그 자체로 위안이 됐다. 나와 비슷한 기억과 감정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됐다. 이 역시 위안이 됐다.

세월호를 함께 슬퍼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마주하며 세월호 유가족들이 느낀 감정 역시 '위로'였다.

"가족협의회 대표님이 영화를 보시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지난 7년 동안 단식도 하고, 삭발도 하고, 삼보일배도 하고, 정말 열심히 모든 걸 했는데 시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볼까 생각하셨대요. 어떤 눈빛으로 볼까,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하셨대요. 그런데 물어볼 수 없었다고 하셨죠.

그런데 영화를 보고 시민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다들 아파하고 있었구나 하셨대요. 물론 영화에 나온 분들이 전 국민을 다 대표할 수는 없지만, 일부의 생각이라도 알게 돼서 정말 좋았다고, 영화 덕분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됐다는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유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주 감독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일화를 꺼냈다. 당시 '당신의 사월'을 상영했을 때, 한 유가족 어머니가 주 감독에게 전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당시 사건이 터지고 너무 경황이 없어서 많은 사람이 와서 도와줬는데도 고맙다는 말을 못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영화가 그분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대신해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하셨어요. 유가족분들께서 저렇게 좋아하시고, 서로 위안받는 것을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주 감독은 세월호에 아직도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아직 그 슬픔을 마주하기 어려워하는 예비 관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진짜 '당신의 영화'예요. 세월호 영화 중 '당신'에 대한 영화로는 첫 번째 영화입니다. 힘드시겠지만, 사실 보면 다른 걸 받아 갈 수 있어요. 당신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어요. 꼭 보러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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