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16일 공개한 지난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故함석헌 선생의 사진. 故이희호 여사와 민주화 운동가들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우리는 정말 국민적인 또 종교적인 양심에서 어떻게든지 이 정치의 잘못된 것이 시정될까 하고 진정한 마음에서 호소할 생각으로 했는데, 그것이 부당하게 재판에 회부돼 아직도 모두가 징역을 선고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엔 세계 각처에서 동정도 해주시고, 우리 정부에 대해 조언도 보내주시는 줄 알아서 그래도 (정부가) 혹시 일대 반성을 하고 옳게 처결하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최근의 모양을 보니 전혀 그런 것이 없습니다."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16일 독재정권 당시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고(故) 함석헌 선생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며 함 선생의 육성과 사진 자료를 최초로 공개했다.
함 선생은 1901년 3월 13일생으로 1970년대 박정희 정부 당시 YWCA 위장결혼식 사건 등 수많은 민주화 운동 관련사건에 연루돼 탄압을 받았다. 잡지 '씨알의 소리'를 발간한 사상가이자 문필가이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지난 1977년 3월 재미교포 민주화 운동가들이 제작한 라디오 프로그램 '희망의 소리'에 삽입된 함 선생의 전화 인터뷰 자료로 총 2분 17초의 분량이다.
앞서 함 선생은 지난 1976년 3월 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윤보선 전 대통령, 문익환 목사 등 재야인사들과 함께 서명한 민주구국 선언문을 발표한 '3·1 민주구국선언'에 참여했다. 이후 그는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희망의 소리'는 이 사건 1주년을 맞아 미국 내 교포 민주화 운동가들이 이희호 여사와 함 선생 등 한국에 있는 이들을 전화로 인터뷰한 음성들을 모아 만들어졌다.
음성자료에 따르면, 함 선생은 3·1 민주구국선언 1주년을 맞이한 소감을 묻는 말에 "더 구속이 심해져가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날마다 거의 출입이 부자유하리만큼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미국에 있는 동포들을 향해 "(나라) 안팎이 다를 게 있겠나. 우리가 지금까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주 어렵다"며 "(한국) 밖에 계신 분들도 많이들 밖에서 기도로, 마음으로, 여러 가지로 도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제공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함 선생의 사진 2장도 이날 공개했다. 사진에는 함 선생과 이 여사,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모습이 함께 담겼다.
김대중도서관 관계자는 "함 선생은 한국 현대사에서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지만, 현재 남아있는 그의 음성 및 동영상 자료는 매우 적다"며 "남아있는 것도 주로 1989년 서거 직전 80대 중후반 시기에 해당하는 자료로 민주화 운동 시기 함 선생의 자료는 매우 희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 선생 자료뿐 아니라 민주화 운동 시기 전반에 걸쳐 음성 및 영상자료가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공개한 함 선생의 음성자료의 학문적, 문화적 가치는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