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볼턴의 '조현병'과 '정신분열적(?)'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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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투트랙 복원' 제안은 박근혜 정부의 반면교사
지속적 대화 제의에도 아베는 냉랭, 스가 내각도 요지부동
유화책 선회에 '바이든 눈치보기' '갈팡질팡 외교' 악의적 프레임
日 대화 거부에 따라 '참호전' 예상…일관된 명분 지키기 증명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대한 핵심 메시지는 '투 트랙' 복원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음으로써 미래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폐단을 지적했다.

풀기 힘든 과거사 갈등을 경제·안보 문제와 떼어놓음으로써 한일관계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온 과거의 지혜를 되살리자는 제안이다.

이는 일본에 '원 트랙' 전략을 고수하다 자승자박한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다.

2013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립유공장 포상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박 대통령은 집권 첫해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고 포문을 연 뒤 과거사 해결 선행을 요구하며 강경 일변도를 걸었다.

하지만 2년 뒤인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유화책으로 표변하더니 급기야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를 맺었다. 이후 악화일로의 한일관계는 그 후폭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의식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일본에 투 트랙을 통한 대화 재개와 관계 복원을 끊임없이 타진해왔다.

물론 일본 반응은 냉담했다. 아베와 스가 정부로선 위안부 합의 도장이 '불가역적'으로 찍힌 판에 별로 아쉬울 게 없는 꽃놀이패를 잡았다.

지난 2015년 6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공식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대일메시지를 규탄, '과거사 해결 없이는 상생도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국이 합의를 지키면 좋고 어겨도 나쁘지 않다. 한국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 프레임을 씌울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문 대통령이 이번 3.1절에 한층 더 유화적 태도를 보였지만 일본은 구체적 해법을 요구하며 요지부동 고압적으로 나온 것이 잘 말해준다.

한국이 원 트랙에 대한 반성에서 투 트랙으로 선회하자 이번엔 일본이 원 트랙으로 버티는 형국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중재라는 변수가 있지만 한일 대치전선은 선거 등 국내외 사정을 감안할 때 지루한 '참호전'이 될 공산이 크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외교부는 지난 2일 "앞으로 한일 간의 정상적인 외교적 소통은 이제 일본의 몫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리로선 할 만큼 했기 때문에 이번엔 일본이 성의를 보일 차례라며 공을 넘긴 것이다. 서로 참호 안에 웅크린 채 명분 축적을 위한 선전과 심리전이 오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문 대통령의 3.1절 메시지를 비롯한 최근 대일 유화 기조가 또 다른 악의적 프레임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내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미국 바이든 정부를 의식한 일종의 외교적 '알리바이'로 의심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작년 10월 26일 일본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일관된 대화 노력을 차갑게 대한 쪽은 아베 내각이었고, 문 대통령의 유화 기조는 이미 지난해 9월 스가 집권과 함께 시작됐다.

정부는 비교적 실용주의자로 알려진 스가 총리에 대한 기대를 갖고 이례적으로 박지원 국정원장까지 보내 대화를 타진했다. 한국의 대일 훈풍이 바이든 집권과 무관함을 알 수 있다.

더 고약한 프레임은 문 대통령의 대일 정책기조가 '정신분열적'으로 갈팡질팡 한다는 비판이다.

외교부 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내며 위안부 협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이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조현병 환자 같은 생각'(schizophrenic idea)이라 비웃은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막말을 연상케 한다.

그래도 볼턴은 한국 물정 모르는 이방인이고 미국 군산복합체를 대변하는 초강경 네오콘이니 그 입장에서야 그럴 수도 있겠다. 반면 돌아가는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조 의원이 왜 그랬는지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문 대통령이 아베와 달리 스가 총리 집권 이후 웃는 낯빛으로 바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표정 변화와 상관없이 일관적으로 대화를 제의해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베의 끝없는 '한국 때리기' 앞에서 마냥 웃기만 한다면 그게 오히려 정신분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열린 제102주년 3ㆍ1절 기념식에서 3ㆍ1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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