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열전]경항모는 왜 미운털이 박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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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모전단에 맞선다며 중국이 내놓은 '지역거부' 전략
도련선 뚫겠다는 미국, '위협 분산' 내걸고 유령함대 추진
이미 도련선 안에 있는 한반도…전면전서 경항모 활용도 의문시돼
다만 "전면전 아니라면 유용…힘의 균형 위해 필요" 의견도
"구체적으로 뭘 하겠다는 건지 세밀한 근거로 국민 설득해야"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뒷받침합니다. 밤낮없이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치열한 현장(熱戰)의 이야기를 역사에 남기고(列傳)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세미나에서 공개된 해군 경항공모함 전투단의 개념도. 해군 제공
1996년 이후 20여년만에 다시 추진되는 경항공모함(다목적 대형수송함(LPX)-Ⅱ) 사업에 해군이 사활을 건 모양새다. 지난 4일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경항공모함 세미나에서 해군은 항모 보유의 필요성을 약 2시간 동안 역설했다.

그런데 정작 군 당국이 주변국과 우리의 전략적인 현실에 맞는 항모의 운용개념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제기된다. 항모 보유의 당위성을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의 군사전략에 비춰 따져봤다.

◇중국 접근거부 전략, 미군 작전개념까지 바꾸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강군몽'을 내세우며 군비를 증강해 온 중국이지만 해군 전력은 미 해군보다 몇 수 아래로 꼽힌다. 미 해군엔 정규 항모만 10척 안팎이며 핵잠수함, 이지스함 등까지 계산해 보면 중국 해군은 정면대결이 불가능하다.

이에 맞서기 위해 1980년대 중국 해군사령원(해군참모총장)을 맡았던 류화칭(刘华清) 제독이 주창한 전략이 반(反)접근·지역거부(A2/AD)다. 섬과 섬을 잇는 가상의 방어선인 도련선(island chain) 안으로 적(미국)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류 제독은 이를 통해 중국이 2020년까지 2도련선 내의 제해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도련선은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 남중국해, 말레이시아를 이으며 2도련선은 일본, 사이판, 괌, 인도네시아를 잇는다. 중국은 사거리 1500km 이상인 둥펑-21D, 3천km 이상인 둥펑-26 대함탄도미사일(ASBM) 등을 이용해 미 해군의 접근을 거부하며 정면대결을 피하려 한다. 중국이 방공망을 뚫고 미국 항모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까지 ASBM을 제대로 실용화했는지에 대해선 논란도 많지만, 미국은 이를 실제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서태평양의 주도권을 내줄 생각이 없는 미국도 돌파할 방법을 고안해 냈다. 육해공과 사이버, 우주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 수많은 전력이 네트워크로 연계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펼치는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과, 항모전단이라는 큰 단위를 중심으로 집중됐던 전력을 잘게 쪼개 위협을 분산시키는 분산해양작전(Distributed Maritime Operatio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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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스텔스 구축함 USS 줌왈트. 미 국방부 영상정보시스템
미 해군은 이를 위해 11척을 보유하고 있던 정규 항공모함을 9척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에 F-35B를 탑재해 경항공모함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상함대는 무인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유령함대'와 스텔스 전투함을 통해 도련선 안의 바다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인다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대함탄도미사일의 위협을 피해가거나, 피격되더라도 전력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스텔스 전투함은 레이더에서 실제 크기보다 훨씬 작게 보여 추적하기 어려운데다 무인 함정은 전투 중에 손실돼도 인명피해가 없다.

해군과 함께 움직일 해병대는 크고 무거운 전차부대를 아예 없애고, 유연하게 기동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과 무인기 전력 등은 대폭 늘려 유사시 남중국해의 군도 등지에 공격적으로 침투하게 된다. 조그만 섬에 이런 부대를 배치해 공격을 퍼부은 뒤 다른 섬으로 옮겨다니는 식의 전투를 하면 중국이 그때그때 반격하기 매우 피곤해지게 된다.

중국이 미국의 대형 항모전단을 탄도미사일로 위협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면, 미군은 그 함대를 다시금 분산시키고 무인화하는 방식으로 이를 돌파하겠다는 셈이다.

◇미군은 위협 분산, 일본은 중국처럼 미사일 전력 증강…한국은?

LPX-Ⅱ의 개념도. 세미나에서 제시된 길이는 265m, 폭은 43m로 만재배수량 4만 5700톤의 미 해군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보다 길이와 폭이 크다. 해군 제공
그런데 해양세력인 미국은 도련선을 향해 '다가가는' 입장인 반면, 한반도는 이미 중국의 1도련선 안에 바짝 들어가 있다. 다시 말해 한반도 전역이 이미 중국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안에 있다. 핵과 미사일 전력 등도 중국이 우위에 있다.

해군은 유사시 이러한 공격을 받아 지상의 공군기지가 기능을 멈추더라도 항모는 정상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항모전투단의 수상함에도 최신 요격체계를 탑재해 효과적인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군의 작전개념을 바꿔버릴 정도로 위협적으로 간주되는 중국의 미사일 전력에 한국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항모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각종 지원을 해줄 지상기지와 지원 전력이 필수인데, 해군의 논리대로라면 항모는 지상기지 기능 정지 이후 바다에서 재보급도 받지 못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 유사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력이라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20대 안팎의 함재기를 탑재한 항모 단 한 척이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한국 해군의 수상함 전력 증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 자위대도 이즈모급을 개조한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할지언정 중국과 비슷한 역(逆) A2/AD 전략을 채택하는데, 한국 해군의 대안이 같은 항공모함이 돼야 하느냐는 것이 반대론 가운데 하나다. 이즈모급은 현재 만재배수량 2만 7천톤, LPX-Ⅱ는 공개된 스펙으로 봤을 때 4만 5천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일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적극 참여할 뿐 아니라 공격용 미사일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내각은 지난해 12월 기존의 12식 지대함 미사일을 개량해 사거리를 1500km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고, 새로 연구개발하는 대함미사일 또한 사거리 2천km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호섭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해 11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KIMS Periscope'에 실린 글에서 "한국작전전구(KTO)는 주변국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 교전구역(WEZ) 내 위치하기 때문에 경항모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 치명적인 위협 하에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생존능력이 미흡하면 아무리 좋은 무기와 장비를 탑재해도 하나의 좋은 표적이 될 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항모를 획득한다고 해서 해양안보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한국 해군은 주변 강대국 해군으로부터의 위협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며 명확한 전략적·작전적·전술적 운용개념 설정, 연합작전능력 향상, 군사기술 발전 추세에 부응하는 함형으로의 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이어 육해공과 우주, 사이버 공간 등을 아우르는 지휘통제 능력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경항모를 해양무인체계(드론)를 탑재하는 모함(mothership)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 제독의 제언은 미 해군이 중국의 도련선 안에 들어가 전투를 벌이기 위한 방책과 여러 면에서 맥을 같이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아예 항모 대신 다수의 전투함으로 구성된 수상함대, 탄도미사일 잠수함 등의 비대칭 전력, 무인기 등에 대폭 투자해 우리만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강한 반대론도 나오는 판국이다.

◇해상교통로 보호, 주변국 위협 등 명분 있지만 "작전개념 명확히 제시해야" 비판도

지난 4일 열린 경항공모함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해군본부 정승균 기획관리참모부장(해군소장). 해군 제공
해군은 유사시 있을 수 있는 주변국과의 분쟁 등에서 제공권을 장악하고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기 위해 항모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봉쇄의 주체가 누구이고 어떤 위협이 얼마나 예상되는지는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눠 생각해야 하는데, 현대전의 추세로 볼 때 전면전 상황에서 경항모는 A2/AD와 같은 미사일 위협으로 인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다만 그는 "동북아시아에서 한중일의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아주 낮으며 일어난다면 저강도나 회색지대(gray zone) 분쟁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는 항모가 힘의 균형 차원에서 효용성을 가질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조 위원은 "예를 들어 배타적 경제수역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질 경우 중국이나 일본의 항모가 출동할 텐데, 우리 항모가 있으면 군사적 대치 상황에서 활동 영역을 확대하는 등의 역할이 가능하다"며 "경항모가 정규 항모보다 취약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전면전 상황이 아니라면 중국 등이 경항모를 공격하기도 쉽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한남대 군사전략대학원 양욱 겸임교수는 "작전적 필요성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해군이 전략적 필요성을 너무 허술하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해상교통로를 어떤 위협으로부터 지킨다는 등 작전개념을 명확히 제시해야 맞다 틀리다를 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 교수는 "항모전단을 이미 보유한 상대에 대해 전력우위를 달성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항모로 어떤 이익을 지키고 주변국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미중간의 패권경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명확한 그림을 제시한다면 (항모 건조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항모 사업은 이미 합동참모본부에서 소요(연구개발 또는 구매) 결정이 된 상태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만큼, 해군이 항공모함으로 정확히 무엇을 할 것인지 세밀한 근거에 기반해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의 발전 추세, 미래 전장환경, 합동성 차원에서 작전성능을 보면 상당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보아 프로세스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만큼, 관련 논란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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