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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임성근 탄핵안' 발의…초유의 법관 탄핵으로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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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요청 뭉개던 민주당 지도부, 비위 법관 옹호, 당심(黨心) 외면 우려에 결국 수용
"110명이 찬성하는데 지도부 독단적으로 반대 어려웠을 것"
당론 아닌 자율투표…다음달 2일 보고, 4·5일 표결 예정
본회의 가결되면 국회는 헌재에 탄핵심판 청구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동의하면 최종 탄핵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류호정 정의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함께 '사법농단 법관탄핵'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사법농단 중심에 서있는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하 탄핵안)을 받아들였다.

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28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안했다.

◇탄핵안 뭉개던 지도부, 결국 '법관탄핵' 허용

이날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를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표결로 결정하자"고 제안했지만, 김태년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표결로 결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의총 직후 이낙연 대표가 "법관 대표자회의 의사에 따라서 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최종 정리했다.

당초 당 지도부는 2월 임시국회 내 법관 탄핵안을 처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탄핵안에 찬성하자 이 대표가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의원은 임 부장판사 외에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도 탄핵안을 발의하려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정무적 부담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보이자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으로 수정 제안을 올렸다.

민주당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탄희 의원이) 상대적으로 죄질이 더 나쁜 임 부장판사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고 전했다.

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에 대해 법리상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가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 관여한 것은 헌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사법농단' 연루 임성근 사실상 탄핵추진. 연합뉴스

 

◇탄핵안 본회의 상정되면 당론 아닌 자율 표결

법관 탄핵소추안 발의는 헌정 사상 이번이 세 번째다. 대법관이 아닌 일선 법관에 대한 탄핵안은 처음이다.

탄핵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면 민주당 의원들은 당론이 아닌 개별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투표를 하게 된다. 법관 탄핵안도 인사 관련 표결인만큼 당론으로 채택해 표결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게 지도부의 판단이다.

법관에 대한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동의로 발의할 수 있다.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법관 탄핵을 이끄는 이탄희 의원은 여권 의원 110여명으로부터 이미 탄핵 제안서에 찬성 서명을 받아둔 상태다. 민주당 소속 의원 174명에 여권 성향 의원들까지 합치면 민주당 내 반대파가 이탈하더라도 발의는 물론 가결까지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는 두 차례 법관 탄핵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1985년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 개입 의혹을 받은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는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최종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맡게 된다. 탄핵안 가결 후 국회는 헌재에 탄핵 심판을 청구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은 최종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찍어누르려다 결국 수용…이낙연의 마지막 고비?

당초 김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법관 탄핵에 처음부터 완고하게 반대 입장이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법개혁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국민 사이에서 전 정권 시절 사법농단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여전한 만큼, 사법 정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계속 머뭇거릴 경우, 자칫 사법농단 법관을 옹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이 발로 뛰며 불가능해 보이던 법관 탄핵안 발의 요건을 맞춰온 것도 지도부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정무적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다수 의원들의 요청을 외면할 경우, 당심(黨心)을 외면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의 마지막 고비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판단이었을 것"이라며 "지도부가 소통하지 않는다는 것에 다들 불만이 상당하다. 110명이 찬성하는데 이것마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일 본회의서 탄핵안 보고, 4·5일 표결할 듯

민주당은 1월 말까지 탄핵안 서명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다음달 2일 첫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하고 빠르면 4일, 늦어도 5일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는 국회법 130조에 따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국회의 탄핵소추는 임 부장판사의 퇴직 처리 시점이 결정되는 2월 9일 전에 이뤄져야 효력을 갖는다.

퇴직 전에 탄핵소추를 하면 퇴직 처리가 중지 또는 취소되지만, 퇴직 이후에는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제한 없이 변호사 등록이 가능하다. 임 부장판사는 재임용을 희망하지 않아 다음달 28일 임기가 만료된다.

국회법 134조는 '소추의결서가 송달되었을 때에는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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