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됐는데 나성범은 왜 안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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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이 지난 3일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룬 뒤 샌디에이고 구단 가방을 들고 귀국한 모습. 에이스펙코퍼레이션 제공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간판 타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NC의 우승을 이끈 외야수 나성범(32)과 키움의 국가대표 유격수 김하성(26)이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MLB) 진출의 꿈을 이룬 반면 나성범은 아쉬움을 안고 귀국하게 됐다. 김하성은 새해 첫날 샌디에이고와 전격 계약을 소식을 전했지만 나성범은 협상 마감 시한까지 낭보를 알리지 못했다.

나성범은 10일 오전 7시(한국 시간)까지 MLB 30개 구단 어디와도 계약하지 못했다. 지난달 10일 공식 포스팅돼 한 달의 기한을 받았지만 결실에 이르지 못한 것. 이에 따라 미국에 체류 중인 나성범은 조만간 빈손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일주일 전 샌디에이고 가방을 들고 입국한 김하성과 대조를 이룬다. 김하성은 1일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424억 원) 계약을 맺고 금의환향했다.

KBO 리그 출신 한국인 타자 중 최고액이었다. 몸값만 따지만 김하성은 2013년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34·토론토)의 6년 3600만 달러를 넘었다.

다만 류현진은 2573만 달러(약 280억 원)이라는 거액의 이적료가 있었다. 이를 합하면 다저스가 류현진 영입에 들인 돈은 6000만 달러가 넘는다. 김하성은 그러나 2018년 개정된 포스팅 시스템 이적료 기준에 따라 이적료가 60억 원 수준으로 책정된다.

나성범과 김하성의 가장 큰 차이는 나이다. 나성범은 이제 30대 중반에 들어서지만 김하성은 아직 20대 중반이다. 전성기에서 내려올 시기의 나성범과 바야흐로 최전성기를 구가할 김하성의 차이다.

둘의 KBO 리그 통산 성적은 오히려 나성범이 조금 더 낫다. 2013년 1군에 데뷔한 나성범은 8시즌 통산 937경기 타율 3할1푼7리 179홈런 729타점 718득점 93도루를 기록했다. 김하성은 2014년 1군에 데뷔해 7시즌 통산 891경기 타율 2할9푼4리 133홈런 575타점 606득점 134도루의 성적을 냈다.

아쉽게 MLB 진출의 꿈을 미루게 된 NC 주포 나성범. 연합뉴스

 

다만 김하성은 발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2015년부터 5시즌 평균 20홈런 정도였던 김하성은 지난해 데뷔 첫 30홈런을 날리며 장타력에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고교 때부터 김하성을 지켜본 샌디에이고 구단이 높이 평가한 이유다.

20대 중반인 김하성이 전성기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앞둔 만큼 MLB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샌디에이고 단장은 "김하성은 고교 레벨에서 KBO 리그 레벨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빠른 적응력을 보였고, 첫 시즌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다"면서 "우리는 김하성이 MLB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반면 나성범은 엄밀히 말해 이미 최전성기를 구가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2년차 때 이미 30홈런 100타점 고지를 밟은 나성범은 2015년 135타점, 2016년 116득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이후 차츰 기록이 조금씩 내려왔고, 2019시즌 도중에는 주루 플레이 도중 심각한 부상까지 당했다. 나성범은 지난해 복귀해 34홈런 커리어 하이 기록을 썼지만 장족의 발전까지는 아니었다. 부상과 수술 여파로 한때 한 시즌 23개까지 기록한 도루는 3개로 떨어졌다.

더욱이 MLB에서 성공하지 못한 KBO 리그 출신 타자들의 사례가 있었다. 박병호(키움), 김현수(LG), 황재균(kt) 등은 모두 30살 안팎의 나이에 MLB로 진출했다. 상대적으로 구단이 적응할 시간을 주고, 선수도 성공을 위한 도전을 이어가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였다.

이런 점에서 김하성은 MLB 구단으로서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경기력도 준수하지만 초반 빅리그에 적응하지 못해도 충분히 시간을 줄 수 있는 나이다.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했다. 4년 이상 장기에 거액 계약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다.

이에 비해 나성범은 앞선 KBO 리그 출신 선배들처럼 시간이 없다. 빅리그에서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면 구단이 기다리기에는 부담스러운 30대다.

물론 코로나19로 MLB 구단들의 재정적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다른 구단들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외야수 니시카와 하루키(28)와 투수 스가노 도모유키(32) 등 일본 선수들도 포스팅 협상 마감 시한에 MLB 구단과 계약하지 못했다.

김하성은 고졸 선수로 데뷔 2년차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유리함이 있었다. 반면 나성범은 대졸로 프로 데뷔가 4년 늦은 데다 부상으로 1년을 더 기다려야 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불리했다. KBO 간판 타자들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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