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박하선의 사명감 "독박육아? 저도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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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산후조리원'서 육아 만렙 전업맘 조은정 역 활약
실제 박하선 경험과 공감 바탕…"조리원서 힘들어 울기도"
"모성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엄마가 되는 과정은 없어"
"코믹 연기 이제 즐겨…내 이야기 하는 것 두렵지 않다"

배우 박하선. 키이스트 제공

 

코미디부터 로맨스 그리고 드라마까지. tvN '산후조리원'은 그야말로 박하선의 역량이 한없이 펼쳐진 무대였다. 박하선은 '육아 만렙 전업맘' 조은정 역을 맡아 다시금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실제 경험과 공감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독박 육아와 외로움에 지쳐가는 은정은 출산 후 2년 간 박하선과 닮아 있었다. 처음 엄마가 돼서 겪는 복잡한 감정과 혼란도 그에겐 극복해 나간 현실이었다. 누구보다 그 고충을 뼛속 깊이 느꼈던 박하선이었기에 이렇게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박하선은 이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자신을 알린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힘들었던 코믹 연기까지도 즐길 수 있었다.

더 이상 두렵지 않으니 숨길 것도 없다. 직접 겪고 느낀 '자신의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오랜 장벽을 걷어낸 박하선은 지금 '천하무적'이었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박하선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배우 류수영과 결혼생활을 하고 있고, 실제 자녀도 있다. 아무래도 엄마이자 아내로서 드라마 내용에 공감한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본인의 경험을 어떻게 녹여냈을까

- 저는 15개월정도 수유했다. 완모도 해봤고, 혼합도 해봤다. 육아 서적도 10권 이상 읽었고, 실제로 육아에 대한 정보가 많았는데 '육아 만렙' 은정이처럼 저도 그랬고, 진짜 조리원 내 '핵인싸'라는 말도 들었었다. 2년을 육아하면서 오로지 아이를 위해서 은정이처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은정이에게 더 공감이 많이 됐다. 일을 하던 사람인지라 더러 기분이 가라앉을 때가 있었는데, '나는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일을 하고 있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산모들이 등장한다. 본인은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활동 중이니 '워킹맘' 현진(엄지원 분)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을까

- 아무래도 현진에 가장 가깝지 않나 싶다. 저도 엄마가 처음이었고,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었다. 한번은 조리원에서 너무 힘들어서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 출산의 고통만 이야기하고, 산후 조리, 육아 등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는 어떠한 희생도 감내해야 하는 것처럼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복잡한 감정들이나 힘듦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금기시되지 않았나 싶더라. 작가님께 이런 이야기를 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연락했었다.

배우 박하선. 키이스트 제공

 

▷ 주로 여자 배우들과 함께 한 공간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냈겠다.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춘 사람은 아무래도 배우 엄지원, 최리, 장혜진 등일텐데 세 사람과의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 코로나 시국이라 잘 모이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많이 친해졌다. 엄지원 언니는 물론이고, 특히 장혜진 언니랑 많이 친해졌는데, 언니도 4살 늦둥이 자녀가 있어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었다. 언니는 굉장히 재미있고 편안한 분이라 마음이 잘 맞았다. 요미 엄마 최리 배우나 까꿍이 엄마 김윤정 배우, 열무 엄마 최자혜 배우도 다 너무 좋았다. 다들 너무 바쁘기 때문에 바램이 있다면 시즌2로, 일로 다시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이전에) 처음 사적인 만남을 한 적이 있었는데 12시간을 같이 있었다. 밥 먹고 영화보고 술까지 마시면서 너무 오랜만에 행복감이란 걸 느꼈다. 대학생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 극중 피아니스트를 꿈꾸지만 택배기사로 일하는 하경훈 역의 배우 남윤수와도 설레는 '케미'를 선보였다. 잘못하면 불륜처럼 비춰질 여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주고 위로하는 선에서 딱 좋게 끝난 듯하다

- '사약길 썸'이라는 반응이 너무 재밌었다. 대체 무슨 말인가 싶어 찾아보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알면서도 응원하게 되는 경우'를 뜻하더라. 마지막회에서 은정이가 라디오에서 경훈이 연주했던 곡이 흘러나오자 조용히 끄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은정의 심경을 대변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흔들리면 안 돼'라는 암시와 함께 두 사람이 서로 어느 정도 감정이 있었구나 여지를 증명해주는 씬 같은 생각도 들었고, 시즌2로 가는 복선이 아닌가도 싶었다.

▷ 육아에 매진한 시간 동안 본인도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끼거나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던 적이 있었는지

- 은정이 너무 불쌍했다. 독박 육아를 하다 보면 산후우울증도 한번씩들 온다. 저도 출산 후 회복하는 2년여간 일을 하지 못했다. 남편이 워낙 바쁘기도 했고, 저 또한 독박 육아도 해본 적 있는데 그 때 제 모습이 그대로 나왔던 것 같다. 실제로 효린(박시연 분) 캐릭터처럼 당시에 살도 많이 쪄서 집 밖을 나가는 데 부담이 크기도 했었다. 지인 결혼식을 간 적이 있었는데 저를 못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었다.

배우 박하선. 키이스트 제공

 

▷ 독박 육아와 내 삶이 없는 현실에 지친 조은정, 불합리한 '시월드'를 감내해야 하는 '며느라기'의 민사린 등 이 시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에 끌리는 이유가 있을까

- 그냥 제 얘기라 너무 공감이 가고, 제가 너무 재미있으니까 끌렸다. 이 작품들을 보는 미혼, 기혼 여성들뿐 아니라 그들 옆에 있는 남성분들도 재미있지 않을까 해서 하게 됐었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이후부터 작품을 통해 제 얘기를 하는 게 두렵지 않더라. 예전에는 진짜 나를 숨기고자 했다면, 이제는 저에게 있는 여러 모습들을 거칠 것 없이 다 보여줘야겠다는 배우로서의 사명감 같은 게 생겼다. 두려움이 많이 극복된 것 같다. '며느라기'는 원래 산후 조리 당시부터 원작 웹툰을 즐겨봤다.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혼술남녀' 이후로 정말 간만의 코믹 연기였는데 너무 반응이 좋았다. 시청자들이나 팬들이 이런 박하선의 모습을 많이 기다려온 것 같기도 하다. '광기'에 반했다는 이들이 많았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이 제 코믹 연기의 끝일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 다양한 패러디를 보여줘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다. 코믹연기는 센스라고 생각하고 그 밸런스를 잘 맞춰야하는데, 감독님도 재미를 느껴주셔서 신나게 즐기며 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제 관객이었고, 평소에는 잘 웃지 않으셔서 그 분을 웃기는 게 목표였다. 코믹 연기가 많이 고팠고, 주변 사람들을 웃기는 것도 원래 좋아한다. 사실 '하이킥' 때는 연기를 하면서도 좀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즐겼고 좋아하는 장르가 됐다. '한국의 짐캐리'가 되는 게 목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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