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겟트 홈페이지 캡처)
국내 대표 광고회사 제일기획이 '직접 써보고 사는' 온라인몰을 오픈했습니다. 이름은 '겟트'(GETTT; GET THE TASTE) "취향을 얻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는데요. 의류, 인테리어, 화장품 등 뷰티 용품, IT 제품 등 입점된 50여 개사 950여 개 품목을 빌려주고 구매까지 연결합니다.
아디다스는 '러너(runner)'를 위한 커뮤니티 '런베이스'와 축구팬들의 아지트 '더 베이스'를 운영중입니다. 이용료만 받고 스포츠 공간과 장비, 아디다스 의류를 대여해 줍니다.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각각 강남과 홍대에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이들 기업은 영역 파괴자를 자처하면서까지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영역 확장에 나선 것은 다름 아닌 '소비자 체험형 서비스'를 위해서입니다. 현재를 '경험 경제의 시대'라고도 하죠. 기존엔 상품 가치가 제품 그 자체에 있었다면, 이제는 최종 결제까지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 또한 하나의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지게 된 것인데요. 소비자들은 더이상 경험에 지출하는 비용을 아끼지 않습니다. 구매패턴을 모을 수 있다면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되죠. '고객 충성도'는 덤입니다.
◇ "취향을 얻어라" 제일기획 체험형 플랫폼 '게트'…제품·브랜드 렌털 뒤 구매로 연결
지난달 9일 론칭한 '겟트'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온라인몰이 아닌 '소비자 체험형 플랫폼'"이라고 제일기획은 소개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이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써보고 싶은 물건을 대여해 제품과 브랜드를 체험하고 마음에 들면 구매, 그렇지 않으면 반품하면 됩니다.
렌털 기간은 1주일. 대여한 제품이 마음에 들어 즉시 구매로 이어진다면, 렌털 횟수에 따라 가격 할인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물론 렌털 없이 온라인 쇼핑몰처럼 곧바로 살 수도 있고요.
즉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렌털' 서비스를 추가한 셈입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크게 느는 반면 오프라인의 쇼핑처럼 '한번 써보고 구매할 수는 없을까?', '나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일까?' 등에 대한 고민에서 겟트는 출발했습니다. 렌털 외에도 무료 체험, 피팅 딜리버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데, 단지 소비자 지갑을 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달 론칭 이후 렌털이 전체 주문의 25%를 차지하는데, 렌털 뒤 구매 전환 비율도 예상보다 높다고 합니다. 빌리기만 해도 되고, '직접 써보고 사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존 온라인 쇼핑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는 걸 확신했다는데요,
특히 매주 선별된 브랜드 신제품과 추천 상품을 일정 기간 무료로 써볼 수 있는 '겟 포 프리'(GETTT FOR FREE) 코너에서 첫선을 보인 '인스탁스 미티90' 무료 체험 이벤트 당시, 모집 콘텐츠 페이지뷰가 2주 동안 3만 건을 넘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합니다. 의류뿐만 아니라 골프나 반려동물 용품 등으로 입점 품목도 확대 중입니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중소형 콘텐츠 업체도 타깃 고객입니다. 다양한 의상이나 소품을 저렴하게 빌리려는 제작자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죠. 제일기획은 B2B(business to business) 대여를 통해 중소 제작사 및 1인 제작자 렌털 비용과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진=겟트 홈페이지 캡처)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 광고? "좋아하는 것 만든다"…마케팅 솔루션 회사 '날개짓'사실, 제일기획의 빅피처는 따로 있습니다. 겟트로 디지털 역량을 키워 마케팅 솔루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건데요, 핵심은 체험형 서비스를 통해 겟트에 모이는 '소비자 구매 패턴 데이터'입니다. 체험형 서비스는 소비자 구매 데이터를 모으는 데 효과적입니다. 무료로 써본 고객들 중 몇 명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 어떤 고객층이 구매하는지, 며칠 만에 반납하는지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려면 데이터와 기술력은 필수입니다. 만약 이것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광고주나 입점 업체를 상대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 광고주에게도 '맞춤형 마케팅'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사람들이 좋다는 것 혹은 유행하는 제품 말고, 실제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도록'하는 역제안"까지도 가능합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광고주들이 일반적인 광고 마케팅뿐만 아니라 플랫폼 운영 니즈도 높아지는 만큼, 겟트로 축적한 데이터와 비즈니스 노하우를 다양한 기업의 이커머스 전략 기획 및 운영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다스는 러너와 축구팬에게 샤워실까지 있는 운동 공간을 제공할까?"'겟트'가 맞춤형 마케팅을 위한 것이라면 체험을 통해 팬덤이나 커뮤니티 형성에 주력하기도 하는데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러너와 축구팬들을 위한 아지트 '런베이스'와 '더 베이스'를 운영중입니다.
이용료만 내면 스포츠 공간과 장비, 의류를 대여해줍니다. 원한다면 전문 선수들의 러닝 코칭, 코어 운동, 리커버리 클래스 등 해당 스포츠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러너와 축구 팬들의 고충이었던 라커룸과 샤워실도 완비돼 있고요. 헤어드라이어까지 구비돼 있습니다.
런베이스의 목표는 '달리기와 축구를 즐기는 이들의 커뮤니티 구심점'이 되는 것입니다. 커뮤니티에 참여하다보면 실력도 키우고 다양한 아디다스 제품을 써보면서 러닝 경험을 확장해 "장기적으로는 아디다스 브랜드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아디다스 측은 "런베이스와 더 베이스 운영 관리에 많은 비용이 들지만,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커뮤니티에 모인 운동인들은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주고,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할수록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해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고 전했습니다.
아디다스 커뮤니티는 전 세계 60여개 국가에서 30만명 이 활동 중인데요, 아디다스가 후원 중인 유명 스타 선수들과 만나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런베이스는 세계 각국 커뮤니티 교류 및 방문도 가능한데요, 이를 두고 아디다스는 "달리면서 세계와 연결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여행 간 도시에서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아디다스는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고객을 '상호 관여도가 높은 브랜드 옹호자이자 전략적 파트너'이고, 또 지속가능한 브랜드에 기여하는 팬덤으로 바라봅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는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사진=연합뉴스)
◇ "안 사도 돼. 맘껏 구경하고 놀면서 차별화된 기술·브랜드 경험해봐" 애플스토어 따라가는 국내 이통사브랜드 제품과 서비스를 맘껏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연 것은 2001년 애플이 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플래그십 매장들을 각국 대도시 한복판,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들만 골라가면서, 공간 낭비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넓은 곳에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높은 천장에 통유리로 벽을 둘러, 세련된 카페 같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는데요. 매장에서는 애플 제품을 체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폰 사진 잘 찍는 법, 보정하는 법, 영상 편집하기, 맥 사용법 등 강연도 열립니다.
최근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잇따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체험형 매장을 연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 7개층 규모 복합문화공간을 '일상비일상의틈'을 열었습니다. 해당 공간은 전시, 카페, 독립서점, 사진, 모임을 키워드로 한 체험 중심 공간을 운영 중입니다. LGU+의 서비스도 곳곳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직접 써보게끔 합니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31일부터 서울 홍대 번화가에 자사 플래그십 매장 'T 팩토리'를 운영 중입니다. 자사 서비스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애플·삼성 서비스 및 상품 체험, 구독형 서비스를 비롯한 보안·미디어·게임 등 SK ICT 패밀리사들의 서비스, 또 휴식 공간 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굳이 사지 않아도 좋으니 맘껏 구경하고, 놀다 가면서 타 브랜드와는 다른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브랜드 철학을 직접 겪어보라. 그럼 결국 우리가 그리는 미래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애플이 애플스토어를 만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매장은 많은 매출을 내기보다 효과적인 홍보, 그리고 이를 통해 브랜드 입지를 굳히는 것이 더 중요한 목표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