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구 그리고 코로나]확산에 불 붙인 신천지, 이어진 탈출 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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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직장 폐쇄, 등교 중단, 병실 부족. 꺼림칙한 단어가 점차 현실이 되어가고 있어 곳곳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지난 봄, 사실상 '무방비'였던 시절의 대구 역시 그랬다.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확산의 고비를 마주하고 이겨나가길 반복하고 있는 대구. 지난 10개월 대구는 어떻게 견뎌냈을까. 무엇을 희생했고 어떤 점을 극복해냈을까? 대구CBS는 총 네 편의 연속 보도를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대구가 겪은 코로나19 상황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필요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세 번째 순서에서는 감염병 확산의 기폭제로 알려지며 실체를 드러낸 신천지와 그 뒷 이야기에 대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지옥 같던 봄, 고난과 극복의 10개월
②아린 후유증, 잃어버린 목숨들
③확산에 불 붙인 신천지, 이어진 탈출 러쉬
(계속)
(사진=자료사진)

 

집단 모임, 그 중에서도 종교 활동은 코로나19에 취약하다.

다수의 인원이 한 곳에 모이기 때문에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확산의 위험이 크다.

구성원 중 무증상 환자가 있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확산 초기, 신천지 대구교회가 집단 감염의 중심에 선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마스크 착용, 띄어앉기, 환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하면 위험이 크게 낮아지지만 신천지는 안일했다.

특히 일반 교회와는 크게 다른 신천지만의 예배 방식, 집단 문화가 감염을 더욱 확산시켰다.

지난 2월, 대구의 첫 코로나19 확진자인 31번 환자는 증상 발현 후 두 차례에 걸쳐 신천지 예배에 참여했다.

당시 모임에 참석자는 각 500명씩 총 1천여 명.

이들은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은 좌식 구조에서 다닥다닥 붙은 채 한 시간 반 동안 예배를 봤다.

500명 이상이 모이는 장소의 면적은 약 990㎡.

한 사람당 약 2㎡(0.5평)의 공간이 주어지는 셈인데, 방역당국이 최소한의 거리두기를 위해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4㎡(약 1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신천지는 소모임, 전도활동 등 내부 교류도 활발하다.

실제로 신도 1만여 명이 모두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받은 결과 이 중 3천여 명이 확진됐었다.

대구시가 신천지를 상대로 1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자료사진)

 

다만 당시 신천지가 날선 질책을 받았던 이유가 단지 대규모 확산의 시발점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신천지는 이단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주로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다.

이런 특성이 접촉자 파악과 역학조사 등 중요한 예방 조치에 방해가 됐다.

2월 말, 대구시가 전체 신도 명단을 확보해 연락을 취했지만 이 중 600여 명이 잠적했고 결국 경찰까지 나서 이들의 소재를 파악해야 했다.

지난 3월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의 한 병원에서는 주차관리 직원이 신천지임을 속이고 활동하다가 병원 내 전파를 일으키는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그는 신천지 신도임을 속이고 병원 내 교회 성가대 지휘자로까지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코로나19가 숙지기 시작한 뒤에서야 확인된 사실이지만 신천지 대구교회는 의도적으로 방역당국에 신도 명단을 누락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숨겨왔던 위장 시설도 뒤늦게 보고했다.

이처럼 신천지의 비협조로 인해 조기에 막을 수 있었던 불필요한 감염이 발생했고 행정력이 낭비됐다.

시민 불안을 야기시켰단 문제도 있다.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보석 석방된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재판 출석을 위해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결국 전국적으로 신천지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신천지 교세는 상당히 위축됐다.

시설 폐쇄로 인해 모임이 확연히 줄었고 이 틈을 타 이탈자가 발생한 것이다.

대구 이단상담소 이동헌 소장은 "한창일 때는 하루 수십통씩 상담 문의가 쏟아졌다. 전체 신도의 약 20%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탈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신천지에 대한 부정적 정보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깨달음의 계기가 됐다는 게 이탈자들의 얘기다.

실제로 지난 3월 상담소를 찾은 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벗어난 A씨는 "소속돼 있을 때에도 흔들림은 있었지만 예배에 계속 나갔고 출석 인증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고 신천지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면서 그제서야 내 신앙이 무언가 잘못됐단 걸 깨닫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신천지에선 곧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된다며 계속 연명하게 만든다. 몇 년 동안 열심히 했는데 끝을 보지 않고 탈락하면 아쉽다는 생각을 심는다"며 "제 힘으로 끊어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회의감이 들던 찰나에 (코로나19가) 생각 전환의 계기가 됐다. 객관적 정보가 들어올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그는 탈퇴 이후 가족들에게 더이상 숨겨야 할 것이 사라졌고 덕분에 홀가분해졌다고 전했다.

가족을 비롯해 주변인들과의 인간관계가 돈독해진 것은 물론이고 무언가 들킬까봐 초조했던 마음, 신천지에 얽매여 있던 불안이 사라져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가 사회를 혼란과 위기에 빠트린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에겐 망가졌던 일상을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구리 이단상담소 신현욱 목사는 "1년을 돌아보면 올해는 어느 때보다 신천지 탈퇴자가 많았고 내부 분위기 변화도 컸던 것 같다. 남아 있는 인원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활동의지가 무력화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신 목사는 "최근 이만희 총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다시 광신도들을 중심으로 세력이 결집하는 분위기여서 염려스럽다"며 "영적 안보의식을 공고히 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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