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징계위원회', 사상초유 검찰총장 중징계 '심야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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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1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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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절차 항의' 기각한 채 '정직 2개월' 의결
징계위 개의 최소 조건 갖춰 '식물총장화' 결론
秋측 인사 분류됐던 증인들은 대부분 불참
尹, 대통령 재가시 법적 대응 방침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두번째 심의가 진행된 지난 15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16일 현실화 됐다. 원래 7명으로 구성되는 검사징계위원회는 과반수를 가까스로 채운 단 4명만이 출석한 가운데 이날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를 결정했다. '반쪽 징계위'가 심야에 현직 검찰총장을 식물총장화 하는 사상초유의 중징계 결정을 내린 모양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과정서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며 각종 요구를 내놨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록과 증언 등을 검토해 최후변론을 준비할 시간을 달라는 요구마저 징계위가 기각한 채 속전속결로 결판을 내자 윤 총장 측은 이미 정해진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졸속 징계위라며 불복 입장을 내놨다. 징계 결론은 '갈등의 끝'이 아니라 현 정권과 윤 총장 간 법적 공방을 예고하는 '2라운드 갈등'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 2차 심의가 열린 지난 15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징계위, 새벽에 "윤석열 정직 2개월" 의결 강행

징계위는 개의한지 약 17시간 30분 만인 이날 새벽 4시에 결론을 냈다. 회의를 추가로 열어야 한다는 윤 총장 측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의결을 강행한 것이다.

징계위가 내린 결론은 해임, 면직, 정직, 감봉 및 견책 가운데 중간 수위로, 그간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정치적 부담을 일부 덜어내면서도 윤 총장의 권한을 박탈하는 정무적 한 수'로 거론돼 왔던 내용이다.

징계위는 이번 결정의 이유로 추 장관이 징계를 청구하며 언급한 사유 중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부적절한 언행 등의 위신 손상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사유였던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 △감찰 불응에 대해선 징계 사유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으며,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징계위는 끊이지 않았던 절차 정당성 논란을 의식한 듯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절차적 권리와 방어권 보장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절차에 있어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앞서 감찰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징계위는 "감찰 조사 과정의 절차적 논란 사안이 징계청구 자체를 위법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놨다.

◇ 위원 단 4명만 출석…기피 신청은 사실상 '셀프 기각'

징계위는 단 4명 위원의 출석과 이들의 의결로 결론을 도출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교수(위원장 직무대리) △이용구 법무부 차관 △안진 전남대 교수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그들이다. 원래 위원장인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징계청구권자로서 심의 자격이 없어 빠졌고, 2명은 각각 불출석‧자진 회피했다.

징계 근거법인 검사징계법상 징계위는 위원 7명(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된다. 징계위가 징계 심의를 개시하려면 위원 과반수인 4명 이상이 참석해야 하는데, 이 최소 성원요건만 맞춰 징계를 강행한 것이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은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논의하는 만큼, 절차 정당성과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예비위원에게 자격을 부여해서라도 '위원 7명 완전체 징계위'가 심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위원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윤 총장 측의 기피 신청도 마찬가지로 기각됐다. 정한중 교수의 경우 징계 대상에 따라 가변적으로 임명될 수 없는 외부 징계위원에 최근 새로 위촉됐다는 점, 신성식 부장의 경우 징계 심의 관련 사건의 관계인이라는 점을 이유로 기피 신청이 이뤄졌지만 위원들은 의결을 거쳐 모두 기각했다. 지난 10일 징계위와 마찬가지 결과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독점적으로 위촉‧지명한 징계위원들이 정족수를 지키기 위해 서로 기각표를 던지는 '품앗이 의결'이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사진=연합뉴스)

 

◇ 증인들도 반쪽…심재철 포함 尹 대척점 증인들은 '불출석'

전날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 증인 심문도 '반쪽 출석'으로 이뤄졌다. 증인 리스트엔 8명이 올랐는데, 추 장관 측으로 분류돼 '징계'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됐던 4인 가운데 3인은 불출석했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만 증언대에 섰다.

반면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 △박영진 울산지검 형사2부장검사 △류혁 법무부 감찰관 △이정화 대전지검 검사 등 윤 총장 측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4인은 모두 출석했다. 이를 놓고 검찰 내부에선 "누가 더 자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말이 나왔다.

특히 추 장관의 핵심 참모로서 윤 총장 감찰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지목된 심재철 검찰국장은 징계위가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돌연 철회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심 국장은 회의에 나오는 대신 진술서로 자신의 의견을 위원회에 전달했다. 이를 검토한 윤 총장 측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다수라는 취지의 지적을 내놓으면서 심 국장을 다시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징계위에 신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징계위에서는 위증 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위증죄를 피하기 위한 증인 철회 아니냐"는 비판이 참석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 징계위, 최후진술도 없이 종결…尹, 대통령 재가시 법적대응 입장

윤 총장 측은 최후 진술도 하지 않았다. 징계위 과정에서 새롭게 제시된 증언과 자료가 방대하고 심 국장 진술서에 대한 반론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의견을 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징계위 속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총장 측은 "위원들과 협의를 마친 위원장 직무대리가 '최종 의견 진술을 즉시 하라', '정리 준비가 필요하다면 1시간을 주겠다'고 했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 판단해 이의를 제기했는데, 위원장이 종결하겠다고 해 최종 의견진술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검사징계법상 '기회 부여 의무'가 명시된 최후 진술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심의는 전날 오후 7시50분쯤 속전속결로 끝났다. 이후 위원들끼리 오후 9시부터 이날 새벽까지 의결 절차를 밟아 결론을 냈다.

윤 총장 측 법률대리인은 심의 종결 후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징계 사유가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누명을 벗겨보려고 많은 준비와 노력을 했지만, 오늘 이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니 노력과 상관 없이 이미 (강행 수순이) 정해진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맥락에서 징계위 안팎에선 "제출된 기록이 방대했는데, 징계위원들이 제대로 봤는지 의문이다", "일부 위원은 증인에 대한 질문도 거의 없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징계 혐의와 연결된 일부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검찰 고발이 이뤄지기 전에 수사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 'A 인사가 총장의 측근인 점은 맞다고 보느냐'는 식의 위원 질문도 나온 것으로 알려져 "심증이 정해진 것 같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윤 총장은 이번 징계위 자체가 '총장 찍어내기용'으로 위법‧부당하기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는 앞선 추 장관의 직무배제 처분에 대해서도 "정부의 의사에 반하는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불편해진 검찰총장을 쫒아내고자 한 것"이라고 속내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징계위 결정에 대한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면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으로 파악됐다. 견책 이상의 중징계는 검사징계법상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재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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