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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제 먹여 10대 아들 살해 母, 뒤늦은 후회에 말없이 눈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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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에 삶 비관, 중학생 아들 수면제 먹인 뒤 흉기로 살해
반성문 통해 "살아갈 의미 없다"…남은 가족들은 선처 호소
재판부, 고뇌 끝 징역 16년 선고 "자식은 부모 부속품 아냐"

(그래픽=고경민 기자)

 

"피고인은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도 남은 가족은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생명이 이토록 소중한 것인데 왜 이런 일을 저지릅니까."

지난달 26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법정 316호.

중학생 아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A씨(37·여)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재판장이 말문을 열자마자 A씨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뒤늦은 후회만큼이나 눈물이 쏟아졌지만 흘려낸 눈물을 도로 넣을 수 없듯, 자신의 손으로 보낸 아들이 다시 돌아올 리가 없었다.

이같은 사실을 가장 잘 알았기에 A씨는 징역 16년을 선고받기까지 재판 내내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렇다면 A씨는 왜 수면제까지 먹이고 아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것일까.

A씨는 2016년쯤 둘째 아이를 교통사고로 잃으며 우울증 앓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치료에도 끝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고 이후 남편과 헤어지게 된 A씨는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아들을 정상적으로 키우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그는 아들을 보낸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지난 8월 25일 수면제와 흉기를 준비한 후 차에 탄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건넸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사진=자료사진)

 

차량이동 중 아들이 어지러움을 호소하자 "뒷좌석에서 누워 자라"고 한 A씨는 같은 날 오후 7시 32분쯤 여수시의 한적한 도로에 차량을 세운 뒤 남은 생애 매일같이 후회할 범행을 저질렀다.

5시간쯤 후 인근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한 그는 조사 과정에서 "미성숙한 아들이 나 없이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 같고 그럴 바엔 함께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A씨의 지나온 날을 살펴본 재판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우울증에 어려움을 겪은 A씨를 안타까워하기도, 때로는 다그치기도 하며 재판을 이어갔다.

앞서 반성문을 통해 자식을 모두 잃고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말한 A씨였지만 남은 가족은 그의 선처를 호소하는 모순되는 상황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일로 생을 마감한 A씨의 아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재판부는 "우울증으로 사회생활이 어려웠던 점 등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만 15세에 불과한 아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삶을 마감해야 할 이유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범행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본인 내부의 울분이나 광기가 드러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소 불안정한 심리상태와 범행 직후 자수한 점, 깊이 반성하는 점을 감안했지만 그럼에도 부모나 자식 등 가족을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범죄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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