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국민 메시지는 통합과 치유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8일 밤(미국 동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될 것을 맹세합니다. 민주당 지역, 공화당 지역을 나눠서 보지 않고 통합된 나라만을 보겠습니다."그만큼 미국의 분열상을 염려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사실 분열된 미국을 단합시키는 데 바이든 당선인만 한 적임자는 없을 것이다.
10여명에 이르렀던 민주당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상원의원 36년과 부통령 8년을 재임하면서 야당 정치인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통합에 가장 어울리는 지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이날 승리연설에서 단합도 이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분들, 그 실망을 이해합니다. 저도 선거에서 두 번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서로에게 기회를 줍시다. 서로를 향한 날카로운 말은 그만 두고 서로를 바라보고, 목소리를 듣고, 진보를 이뤄냅시다. 우리는 적이 아니고 미국인입니다."
이어 성경 구절을 인용해 '치유'를 이야기했다.
"성경에서 '모든 것에 때가 있다. 거둘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고, 치유할 때가 있다'고 돼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미국에서 치유가 일어날 때입니다."그가 '치유'를 이야기한 것은 그가 다름아닌 '치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사실 바이든은 주변의 주요인사들이나 그 가족들이 사망했을 때 추도사를 도맡아 해오고 있다.
첫 아내와 딸이 지난 1972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고, 당시 교통사고 때 살아남은 장남도 5년 전 후유증으로 사망한 아주 예외적인 가족사 때문이다.
그래서 워싱턴 정가에서는 지금도 가족들이 죽었을 때 같은 불행을 극복한 바이든에게 가면 공감이 가는 위로를 받는다는 경험담들이 퍼져 있다.
바이든이 상원의원 시절 때도 그의 주요 일정 가운데 하나는 장례식 참석이었다.
뉴욕타임스가 올해 6월 실은 기사에 따르면 상원의원 시절 바이든의 집무실에는 '인용할만한 문구 : 죽음'이라는 레이블이 달린 스크랩북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 문구들은 바이든이 썼다는 60개의 추도사에 인용됐다.
"죽음은 이번 생의 일부분일 뿐 다음 생의 것은 아니다(Death is part of this life and not of the next)"와 같은 경구들이다.
올해 미국에서 '흑인 목숨 소중하다' 운동을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때도 유족들에게 추도사를 전달했다.
"질(부인)과 나는 당신의 영혼 조각을 땅 깊숙이 묻을 때 당신의 심장에 뚫릴 깊은 구멍을 이해합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당신은 사람들 앞에서 슬퍼해야합니다. 그것은 당신의 목적이 돼버린 짐입니다."바이든은 코로나19가 죽음을 휩쓸며 미국 전역을 통탄에 빠뜨리던 지난 3월 전국적인 TV 프로그램에 나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슬픔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면 제게 연락을 주세요. 제가 전문가라서가 아니라 제가 그곳에 있어봤기 때문입니다."실제로 그에게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유족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그는 그 사람과 한 시간 넘게 통화하면서 슬픔을 나누고 또 위로했다고 한다.
남편의 슬픔 공유자 역할에는 부인 질 바이든 교수(北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 영문과)도 늘 동행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장례식은 (망자가 아닌) 유족들을 위한 것(Funerals are for the living)"이라는 깨우침을 적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승리 연설에서 통합, 단합, 치유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을 때 미국에서는 "누구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바이든만이 할 수 있는 연설"이라는 평가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