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항소심에서 네이버 등 포털의 댓글순위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와 관련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드루킹(본명 김동원) 일당의 댓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가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지사는 즉각 상고를 예고했지만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단이 확정될 경우, 경남지사직이 박탈되고 7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각각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 진영을 잇는 적자(嫡)로 평가받았다.
김 지사의 정치사는 굴곡의 연속이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차례 실형을 선고받았던 그는 1994년 신계륜 의원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유선호, 임채정 등 중진 의원들의 보좌관을 지내며 여의도 정치를 시작했다.
2002년 대선 전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지만, 노무현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에서 일한 것을 계기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에서 계속해서 노 전 대통령과의 연을 이어갔다.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국정상황실 행정관, 연설기획비서관, 공보비서관 등을 두루 지낸 탓에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기도 한다.
참여정부 이후에는 오랜 기간 그늘 속에서 지냈다.
지난 5월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노무현재단 제공)
봉하마을에 머물며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때 '폐족'으로 불렸던 친노 인사들과 함께 노무현 정신의 계승을 위해 직접 선출직에 출마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2012년 경남 김해을 총선, 2014년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선전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당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꾸준히 지역에서 기반을 닦은 덕에 2016년 경남 김해을 총선에서는 낙승을 거뒀다.
의원직을 겨우 2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의 강력한 권유로 2018년 경남도지사 선거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추대됐고, 과거 자신에게 패배의 쓴 잔을 안겼던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김태호 후보를 꺾고 경남도지사로 당선됐다.
승승장구하던 김 지사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온 것은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불리는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터다.
'드루킹' 김동원이 운영하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 직접 가서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봤다는 의혹에 대해 1심 법원은 관련 혐의를 인정하면서 업무방해죄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도지사 취임 7개월만에 법정구속이 됐지만 70여일만에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후 경공모 사무실에서 포장해 온 닭갈비를 먹느라 시연을 직접 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도 그간 쟁점이 된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고 사실상 킹크랩 개발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또다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드루킹 댓글 조작'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각각 선고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지만 법률심인 특성을 고려할 때 일부 유죄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정 구속은 피했지만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날 경우, 김 지사는 도지사직도 박탈당하고 실형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당초 차기 민주당 대선 경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친문(친 문재인) 진영의 기대는 꺾이게 됐다.
김 지사는 이날 항소심 판결 이후 "저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진실의 절반만 밝혀진 셈이다. 나머지 절반은 즉시 상고를 통해 대법원에서 반드시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