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 될 서울동부구치소 앞에서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79)이 2일 서울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이씨는 2일 오후 2시40분쯤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씨 측근과 지지자들은 구치소 앞 사거리 모퉁이를 차지하고 연신 "이명박"을 외쳤다. 국민의힘 장제원, 권성동 의원과 이은재 전 의원, 이재오 전 특임장관,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구치소 정문 앞에서 20분가량 이 전 대통령을 기다렸다.
이씨를 태운 검은색 승용차가 구치소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이명박"을 연신 외쳤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무죄' '전직 대통령=감옥, 다음 차례=문재인'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흔들었다.
일부 측근은 사라지는 이씨의 차를 보며 "대통령님 건강하십시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몇몇 지지자는 이씨가 구치소에 들어간 이후에도 한참 동안 정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흐느꼈다.
지지자들 바로 옆에는 이씨의 구속을 환영하는 시민단체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는 "은닉재산을 찾아 환수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를 본 일부 지지자들은 "빨갱이들이 정신이 나갔다"며 맞섰지만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앞서 1시간 전인 같은날 오후 1시50분쯤 이씨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나섰다. 이씨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찾은 뒤 절차대로 검찰 수사관들 차량을 타고 구치소로 향했다.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동부구치소를 향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자택을 나서면서 이씨가 기자들을 향해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이씨는 다른 입장 표명 없이 차량으로 이동했다. 다만, 출발 후 밖으로 나온 장제원 의원은 안에서 이씨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나라가 많이 걱정된다. 내 걱정은 하지 마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씨 자택 앞은 이날 오전 이른 시각부터 취재진으로 붐볐다. 출발 직전인 오후 1시쯤에는 취재진과 유튜버 100여명과 경력 2개 중대(150명)이 이 전 대통령 자택 앞에 몰리면서 혼잡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진보와 보수 성향 유튜버가 마주보고 서 말다툼을 벌이고 욕설을 주고 받는 일도 벌어졌다. 한 진보성향 유튜버는 "이씨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보수 유튜버는 "조용히 하라"고 응수했다.
이씨 자택 앞과 동부구치소는 지지자들과 측근, 시민단체, 유튜버들로 혼잡했지만 큰 충돌이 벌어지거나 소란이 생기는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이씨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너무 걱정마라. 나는 구속할 수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2일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수감 될 서울동부구치소(사진=박종민 기자)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씨는 이미 약 1년을 구치소에서 생활해 약 16년의 수형 기간이 남은 상태다.
이씨가 수감되는 서울동부구치소 독방 크기는 3평(10.13㎡)의 거실에 1평이 채 안 되는(2.94㎡) 화장실이 딸려 있는 약 4평 구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약 3평)보다 약간 크다.
이씨는 형이 확정된 기결수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씨는 일단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된 후 다른 교도소로의 이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