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김성기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감찰권 행사 등 연이은 강경행보를 둘러싼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추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의 과거 비위 의혹을 들춰내며 "이렇게 커밍아웃하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사실상 '저격글'로 응수하자 "나도 커밍아웃 하겠다"는 목소리가 검찰 내부망에서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의 행보를 검찰 개혁이 아닌 장악으로 인식해 온 검찰 내부의 응축된 불만이 폭발하는 모양새다.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는 지난 28일 내부망에 '검찰 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밝혔다. 이 검사는 특히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마음에 들면 한 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친다"고 했다. 주요 국면마다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편 가르기 논란에 휩싸였던 추 장관을 공개 비판한 셈이다.
(사진=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캡처)
그러자 추 장관은 다음날 자신의 SNS에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 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며 검사 비위 의혹을 담은 과거 기사를 공개했다. 2017년 한 검사가 동료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기 위해 피의자를 구속해 외부 접촉을 금지했다는 내용으로, 의혹의 당사자는 추 장관 비판 글을 올린 이 검사였다.
추 장관의 이런 대응에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는 "저도 커밍아웃 하겠다"며 반발 글을 내부망에 올렸다.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인 최 검사는 "이 검사의 게시글 가운데 어떤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이냐"며 "혹시 장관님은 정부와 법무부의 방침에 순응하지 않거나 사건을 원하는 방향으로 처리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감찰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감히 여쭈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글에는 수많은 일선 검사들의 지지 댓글이 달렸다. 30일 오후 기준 180개를 넘긴 댓글엔 대부분 "나도 커밍아웃하겠다",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검사는 "검사이기 이전에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한 이 상황이 절망스럽다"고 했고, B검사는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며 사법 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이런 집단 반발 기류가 주말을 기점으로 더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김성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