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가 32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LA 다저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명문 구단이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1988년이 마지막이었다.
2010년대 들어 다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해 꾸준히 우승후보로 평가받았고 2017년과 2018년에는 월드시리즈 무대도 밟았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년 부임 이후 다저스를 꾸준히 정상권에 올려놓았던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명장이라는 수식어는 좀처럼 따라붙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가을야구 무대에서 내렸던 여러 결정들이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장면들만 부각됐다.
그런 점에서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다저스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커쇼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세 차례 수상했고 2014년에는 투수가 받기 쉽지 않은 MVP까지 수상한 리그 최정상급 투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고개를 숙일 때가 많았다. 가을의 커쇼는 믿을만한 투수가 아니라는 야구 팬의 평가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커쇼가 무너질 때마다 다저스도 무너졌다.
올해는 달랐다.
커쇼는 올해 포스트시즌 첫 경기였던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8이닝 3피안타 1볼넷 1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화려하게 가을 무대에 등장했다.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 (사진=연합뉴스)
탬파베이 레이스를 만난 월드시리즈에서도 과연 가을의 커쇼가 버틸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커쇼는 마침내 기대에 부응했다. 1차전(6이닝 1실점 8탈삼진)과 5차전(5⅔이닝 2실점 6탈삼진)에서 승리투수가 되면서 다저스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다저스가 28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3대1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하면서 커쇼는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정상 등극의 한을 마침내 풀 수 있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던 로버츠 감독도 우승이 결정된 순간 누구보다 기뻐했다.
로버츠 감독은 이날 살얼음판 승부에서 구위가 뛰어났던 훌리오 유리아스에게 마지막 2⅓이닝을 맡기는 과감한 선택으로 성공을 거두며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성급한 투수교체로 무너진 탬파베이 벤치의 결정과 대조를 이뤘다.
6경기에서 타율 0.400, 2홈런, 5타점, 7득점을 올린 유격수 코리 시거는 월드시리즈 MVP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