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유시민 안 물어봐" 첫 증언부터 흔들리는 '검언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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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언급에 '패닉'왔단 이철, 범행 종료 후에야 들어
"유시민 질문 직접 받은 적 없어…신라젠 수사팀 조사 안 받아"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2020.10.6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죄 재판

검찰 "증인은 1965년 7월생으로 만 67세에 출소할 예정이죠. 증인은 피고인 이동재 전 기자를 알았나요?
이철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검 "이 사건으로 알게 된 건가요?"
이 "이름만 들었습니다"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채널A 이동재 전 기자가 7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동재 전 채널 A 기자와 그의 후배 백모 기자의 강요미수죄 3차 공판. 올해 8월 재판이 시작된 이래 첫 증인으로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가 출석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증인석에 걸어오자 피고인석에 앉은 이 전 기자는 별다른 표정 변화없이 그저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해당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지목된 두 인물이 의혹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마주한 순간입니다.

사건의 죄명은 강요미수죄지만 검찰과 언론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유착됐다는 '검언유착 의혹'으로 더 익숙해진 이 사건. 풀어 말하면 이 전 기자가 대표적인 친여인사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제공을 압박했고 이 과정 전반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의혹입니다.

검찰은 해당 의혹을 토대로 이 전 기자를 기소했고 한 검사장도 공모자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깊숙이 개입했다는 흔적은 공소사실 곳곳에 남겼습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이 전 대표에게 "이름을 듣고 겁을 먹었냐"는 등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2020.10.6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죄 재판

검찰 "피고인들은 2020년 3월 22일에 지모씨(제보자X)를 만나서 녹음파일을 들려주고 녹취록을 보여줬는데 이모 변호사한테 전해 들었나요?
이철 "25일에 한동훈 검사장 얘기를 들었습니다"
검 "3월 25일에 이 변호사가 접견왔을 때 이 변호사가 '(지씨로부터) 한 검사장과의 녹취록을 보고 녹음파일을 들었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는 거죠?
이 "이 변호사가 전달받았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동훈 검사장 얘기를 했습니다. 고위 검찰 간부가 한동훈이라고 얘기를 해서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이니까 '한동훈이냐'고 다시 물었죠. 그러니 (이 변호사가) '맞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철 전 VIK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 전 대표는 호응하듯 한 검사장의 이름을 듣자 "패닉에 빠졌다", "정신이 아득해졌다"는 등 압박감을 느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사건에 개입했다는 검찰 관계자가 한 검사장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시기는 3월 25일, 구치소에서 변호사를 접견했을 때였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때는 이미 이 전 기자의 취재가 MBC의 역취재로 '올 스탑'된 3월 22일 이후입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중앙지검 수사팀도 범행기간을 첫 편지를 이 전 대표가 받은 2월 14일부터 취재가 중단된 3월 22일까지로 보고 기소했습니다. 그러니까 패닉에 빠질 정도로 극도의 공포감을 준 한 검사장의 이름을 알게된 건 정작 범행기간 이후의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전 기자의 편지에 검찰과의 친분이 언급된 것만으로도 두려움을 느꼈을 수 있습니다. 한 검사장인지는 몰랐더라도 검찰 고위관계자가 개입됐다고 변호인을 통해 전해 들었는데다 진술대로라면 이 전 기자의 편지를 받을 수록 '이 취재에 검찰이 개입했고 나를 시작으로 유시민 등 정치인까지 수사가 뻗어가겠다'며 공포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이 전 대표를 겁먹게 한 검찰의 수사, 그러니까 검찰이 유 이사장을 겨냥할 것이라는이 전 기자의 편지 속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본인 스스로도 인정했듯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단지 그 편지를 받아든 이 전 대표의 '직감' 외에는 말이죠.

2020.10.6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죄 재판

변호인 "남부지검 조사받은 당시에 증인은 정관계 인사에게 돈을 건넨 내역에 대해 질문받거나 유시민 관련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이철 "정관계 인사에게 돈을 건넨 의혹을 의도하는 질문을…"
변 "돈 건넨 내역에 대한 질문이나 유시민 질문을 직접 받은 바는 없죠?"
이 "직접적인 질문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변 "받은 내역을 의도하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건 무슨 내용입니까?
이 "그 날짜 시기에 맞춰서 (내역을) 검사가 대조해서 물어봤습니다
변 "증인 범죄수익은닉죄는 혐의없음 처분됐는데 알고 계시죠?"
(중략)
변 "신라젠 수사하던 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에서 조사를 받지는 않았죠?
이 "조사받지는 않았습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 전 대표는 이 시기 남부지검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지만 검사가 유 이사장의 이름은 한번도 검사가 묻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유 이사장의 비위에 검찰이 그토록 관심을 가졌다면 수감 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던 이 전 대표를 겨우 불러놓고 유 이사장에 대해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는 건 납득이 어려운 대목입니다.

심지어 이 전 대표가 조사받은 수사 부서도 유 이사장을 겨눈다는 '신라젠 사건' 담당 남부지검 금융조사 1부가 아닌 금융조사 2부였습니다. 조사받은 혐의 자체도 과거 의혹이 제기됐던 범죄수익은닉죄인데다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구요. 이 전 대표는 정관계 인사에 로비 여부를 간접적으로 물어봤다고 주장하지만 이또한, 명확한 근거는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검찰의 추가 증거가 새롭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으로 대표되는 검찰이 공모해 유 이사장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검언유착 의혹'의 대전제부터 흔들리는 셈입니다.

2020.10.6 이동재 전 기자 강요미수죄 재판

재판장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것은 누구를 통해서 이용된다는 것인가요?
이철 "여권 유력 정치인이 사기 집단에게 돈을 받았다는 것(의혹)만으로도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재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 편지 내용 때문인가요 아니면 현실적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됐기 때문인가요?
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그런 편지가 왔기 때문입니다."
재"공포감을 느꼈다고 했잖아요. 그 느낀 이유가 한동훈 검사장이, 검찰이 증인에게 불이익을 줄 것처럼 느꼈나요 아니면 이동재 기자가 검찰을 통해서 불이익을 가할 것처럼 느낀 건가요?"
이 "검찰과 언론의 합작품이며 각각 역할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픽=연합뉴스)

 

검찰이 실제 개입했는지 여부는 차치해도 이 전 대표는 한 검사장이 언급되기 전부터 이 전 기자의 취재만으로도 두려움을 느꼈다고 증언하고 있고 이는 이 전 기자 측에 불리한 증언입니다. 기소된 죄명인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명확한 '해악의 고지(협박)'이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일단 피해자 본인은 협박으로 느꼈다고 진술한 것이니까요.

다만 이 전 대표가 겁을 먹은 것과 이 전 기자의 편지내용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한지, 이 전 기자의 제안에 응하지 않았을 시 이 전 대표가 받을 불이익이 명시됐는지 등은 여전히 남은 재판에서 다뤄질 영역입니다. 최근 대법원에서는 '강요죄'의 성립 요건을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하는 행위"로 보다 엄격하게 보고 있기도 합니다. 재판장이 이 전 대표에게 '겁먹게 한 주체가 검찰이냐 이 전 기자냐'는 등 꼼꼼하게 따져 물은 것도 이같은 추세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검찰, 그러니까 한 검사장의 개입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이 전 기자의 취재 행위를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건 물론 아닙니다. 오히려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됐다며 가족에까지 엄한 처벌 가능성 등을 언급하거나 존재도 명확치 않은 유 이사장 등의 비위 제공을 요구하며 압박한 행위는 오히려 비판 받을 만하다는 게 일반의 시각에 더욱 가까울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건이 형사처벌 대상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반대의 시각도 존재하는데다 이 사건을 부풀린 '검언유착'의 존재 여부는 의혹이 제기된 지 반년이 넘어가는데도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권 등 일각에서는 의혹 제기 단계서부터 이 사건의 성격을 명확히 "검찰과 언론의 공모"로 규정했지만 현재까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드러난 증거와 진술만을 토대로 보자면 유착으로 단언한 판단 근거에 의문이 뒤따릅니다.

정작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명확한 검언유착을 주장했던 '제보자 X' 지모씨는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안 끝났다는 이우로 불출석했습니다. 이 전 기자가 틀어준 녹취파일에서 한 검사장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게 지씨의 주장인만큼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라도 지씨의 증언은 이 재판에서 꼭 필요한 상황. 재판부는 오는 19일 지씨를 다시 한번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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