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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피격 사건 前 친서 교환…대화 끈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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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9월 8일에 보내고 12일에 김정은 위원장 답장 받아
코로나19와 태풍 피해에 대한 위로
文대통령 김정은에 "생명존중 경의 표해" 말했지만 보름뒤 피격 사건
남북 모두 뼈아픈 결과…피격 사건 '우발성' 강조하려 서한 공개한 듯

(사진=사진공동취재단/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피격 사건이 일어나기 전인 9월8일과 12일에 주고 받은 친서가 공개됐다. "있는 그대로 알려드리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

코로나19와 잇따른 태풍 피해로 힘든 상황에서 서로를 격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 남북이 경색됐던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 김 위원장이 애틋한 답신으로 화답해 관계의 건재함을 재확인했다. 피격 사건 전에 물밑에서 진전된 남북 관계를 이해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친서 내용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文대통령 김 위원장에 위로 전달의 편지, 나흘만에 "진심 느꼈다" 답신 와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김 위원장에게 먼저 친서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너무나도 길고 고통스러운 악전고투의 상황에서 집중호우, 그리고 수차례의 태풍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에게 큰 시련의 시기"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무위원장께서 재난의 현장들을 직접 찾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로하고, 피해복구를 가장 앞에서 헤쳐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깊은 공감으로 대하고 있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의 생명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수해 현장을 시찰한 것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무너진 집은 새로 지으면 되고, 끊어진 다리는 다시 잇고, 쓰러진 벼는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사람의 목숨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며 "우리 8천만 동포의 생명과 안위를 지키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도전과 난관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가장 근본"이라고 말해 평화 정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매일이 위태로운 지금의 상황에서도 서로 돕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지만, 동포로서 마음으로 함께 응원하고 함께 이겨낼 것"이라며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로부터 나흘 뒤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답신이 왔다.

김 위원장은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에 넘치는 진심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 감사히 받겠다"고 화답했다.

이어 남측의 코로나19와 태풍 피해를 언급하며 "누구도 대신해 감당해줄수 없는 힘겨운 도전들을 이겨내며 막중한 부담을 홀로 이겨내실 대통령의 노고를 생각하게 됐다. 대통령께서 얼마나 힘드실지, 어떤 중압을 받고 계실지, 얼마나 이 시련을 넘기 위해 무진애를 쓰고계실지, 누구보다 잘 알것만 같다"고 동병상련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지니고있는 국가와 자기 인민에 대한 남다른 정성과 강인한 의지와 능력이라면 반드시 이 위기를 이겨내실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굳게 믿는다"며 "어려움과 아픔을 겪고있는 남녘과 그것을 함께 나누고 언제나 함께 하고싶은 나의 진심을 전한다"고 했다.

희망의 메시지도 담았다. 김 위원장은 "끔찍한 올해의 이 시간들이 속히 흘러가고 좋은 일들이 차례로 기다릴 그런 날들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무거운 책무에 건강을 돌보지 않을까 늘 걱정된다면서 건강을 염려하고 "남녘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다"며 친서를 마무리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남북한 정상 친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靑 서한 공개 왜? 남북 관계 진전 상황 이해시키려, 그만큼 우발적이었다 강조한 듯

문 대통령이 이날 친서를 전격 공개한 것은 피격 사건 전에 남북간의 상황에 대해 이해시키기 위한 측면이 크다.

김 위원장이 피격 사건에 대한 우리 측의 규탄이 있은지 하루만에 사과문을 신속히 보내온 것도 남북이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우호적인 서한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우호적인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이번 피격 사건이 그만큼 우발적이었고, 북한 지도부에서도 예기치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청와대에서 친서의 전문을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북측에서 보내온 통지문을 공개한 이후 남북 정상간의 친서 교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문 대통령이 최근 주고받은 친서 내용도 있는 그대로 모두 알려드리도록 지시했다"고 공개 배경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바탕으로 '종전선언'을 기조로 한 유엔총회 연설을 준비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유엔총회 연설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답신이 온지 사흘 뒤인 15일 녹화됐다.

하지만 친서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생명 존중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힌 것은 결과적으로 남북 모두에 뼈아픈 말이 됐다.

한편, 남북간 핫라인과 연락 채널이 모두 끊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친서가 어떤 경위로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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