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은 3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최광훈 대한약사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장 등 의약단체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은지 기자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70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약계는 보건의료서비스에 당국이 지불하는 대가인
'수가(酬價)' 협상에 착수했다.
다만, 정부에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요구 중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신임 회장은 "공단이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확실한 (수가)인상안을 내놔야 한다"며 참여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3일 서울 마포구 소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5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관련 이사장-의약단체장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이달 말일까지 수가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오찬을 겸한 일종의 '상견례'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의약계에서는 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과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 최광훈 대한약사회장, 이순옥 대한조산협회장 등 5명의 단체장이 참석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공단은 '저희는 소통과 배려로 국민과 함께하겠습니다'란 슬로건 아래 5140만 가입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양질의 의료를 공급하고 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는 것은 기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3년간 (건보) 재정수지는 다행히 흑자지만, 중장기 재정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며 "아시다시피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고 '저성장 기조'로 보험료 수입기반은 약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선진국 평균 수준보다 많은 병상·장비, 과도한 검사와 의료이용의 증가, 필수의료 정책을 위한 건보재정 투입 등을 들어 "급여의 지출은 앞으로 그 규모와 속도가 가히 폭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의 일환으로 공단 또한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의 침체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해야 하며,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세워야 한다"고도 했다.
정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건보 운영을 위해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든 골든타임 내 진료를 제공받는 필수의료책의 구축과 의료인프라 유지 및 수가 인상이 국민의 건보료 부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임 회장을 향해서는 수가 협상에 참여해줄 것을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이사장과 의약단체장들의 합동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성규 대한병원협회장(우측). 이은지 기자
의약계는 현재의 의료체계는 종사자들의 헌신으로 가능했다며, 당국의 전향적 수가 인상을 요구했다.
이성규 병원협회장은 "현재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공급 체계의 방향성이 숙의되고 있는 시점"이라며
"그동안의 수가협상 결과도 의료공급의 왜곡을 야기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올해의 수가 협상과 결정은 정부와 공단의 정책 의지를 가늠할 수 있어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의 협상은 지출 억제와 가입자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부터라도 공단이 의료공급의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 좀 더 균형 있는 협상에 임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이탈 등이 장기화되며
위태로운 '의료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건보공단의 전향적 재정 활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마 부회장도 "보험사인 공단의 입장에서는 미래의 건보 재정에 대해 계속 걱정하는 것이 결코 지나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큰 구멍이 뚫린 곳은 별도의 재정을 투입해 막을 수 있지만 그 외 여기저기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 것은 수가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순옥 조산협회장은 "저희는 필수의료의 한 파트를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가가 너무 낮아서 지금 다 폐업을 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저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2500명 정도 되는데 분만취약지구에 가서 출산을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수가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임 회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건보공단이) 작년에 전례 없이 1.6%밖에 (수가를) 올리지 않았다"며 "오늘 상견례를 안 간 것은, 이런 자세로는 이번에 협상하지 않겠다, 분명하게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숫자를 내놓으라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부당하게 인상을 하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시켜야 하지 않겠나"라며 "필수의료가 무너져 의대정원 증원도 하고 필수의료 패키지도 만든다면서, 아무 돈도 들이지 않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