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왕리 음주운전 사건 가해자 A씨(33.여)가 14일 오후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지난 9일 0시53분께 인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2차로에서 만취해 벤츠 승용차를 몰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 달리던 오토바이를 받아 운전자 B씨(54·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동승자 C씨(47·남)를 '음주운전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른바 '을왕리 음주운전'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계속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음주운전 동승자에 대한 처벌 강화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소급적용은 쉽지 않겠지만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보다 강화된 처벌안이 발효될 전망이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17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음주운전 동승자 역시 사고 방조나 다름없다. 음주운전을 방조하거나 부추긴 동승자 처벌 강화법도 조속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가 동승자 처벌 강화를 언급한 이유는 지난 9일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에서 술에 취한 30대 운전자 A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치킨을 배달 중이던 50대 가장이 숨진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 수위가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는 점과 연관돼 있다.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된 40대 동승자 B씨는 운전자와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을 통해 '합의금을 마련해줄 테니 입건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취지로 A씨를 회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대리기사를 부르자는 A씨의 주장을 묵살했으며, 술을 덜 마신 A씨가 운전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B씨가 단순한 방조범이 아니라 교사범에 해당한다는 주장과 함께 A씨와 B씨를 모두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커지고 있다.
TBS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에게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에 따르면 응답자의 83.4%가 동승자의 처벌 강화에 공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의지를 밝혔고 법안 마련을 지시했다"며 "'윤창호법'이 포함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련 법률을 비롯해 관련 법안을 다루는 상임위원회와 당 정책위원회에서 필요한 내용을 알아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나흘 내내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병역비리 논란과 관련한 여야 공방으로 점철됐던 대정부질문을 마무리한 후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법안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 캡처)
현행법상 음주운전 방조죄와 음주운전 교사죄는 별도의 법률규정 없이 형법 제32조 상의 방조와 교사죄를 준용해 음주운전의 약 40% 수준으로 형량이 정해져 왔다.
단순 방조의 경우에는 1년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적극적으로 독려한 교사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있다.
때문에 음주운전 상해의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망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는 특가법(윤창호법)과 형평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민주당은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했던 윤창호법처럼 특가법 내에 음주운전 방조·교사와 관련한 규정을 넣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울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2회 이상 적발 시에 대한 처벌 규정과 음주운전의 단속 기준을 강화했던 것과 같이 음주운전 방조에 대한 처벌규정을 도로교통법에 넣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각 상임위와 부처 등의 의견도 두루 참고해야겠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적 여론이 형성됐으니 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죄질이 나쁘고 사안이 중대한 방조범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징역형을 크게 강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했다가 타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던 '민식이법'의 사례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음주운전 방조범에 대한 처벌강화 법안의 처리 목표시기를 올해 정기국회로 잡고 있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강화된 법률이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