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20 흥행이요? 딴 세상 얘기" 코로나에 문닫는 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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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휴대폰대리점 시대 끝? 휴대폰 성지도 무색 "망하기 일보 직전"
스마트폰 판매량↓ 온라인↑보조금 규제 강화 '삼중고'
쿠팡, 휴대폰 개통까지…대리점 "쿠팡보다 우회 보조금 겁나"
"유통혁신" 무인매장 도입 가속화…대리점 "구조조정 신호탄" 반발

휴대폰 판매점에 진열된 각종 스마트폰.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갤럭시노트20 흥행이요? "우리는 못 느껴요. 작년 노트10 출시됐을 때와 비교하면 손님 수가 반토막입니다"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의 한 휴대폰 판매점 점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대급 흥행'이라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시리즈에도, 오프라인 판매점은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이동통신사가 온라인몰이나 무인매장 등 '언택트(비대면)'에 집중하면서 오프라인 유통망은 "고사 직전"이라는 하소연이 쏟아지고 있다.

◇동네 휴대폰대리점 시대 끝? 휴대폰 성지도 무색 "망하기 일보 직전"

지난 4일 취재진이 찾은 강남역 지하상가는 전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 매장 직원은 "강남역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늘 붐비는 데다 휴대폰 매장도 몰려있어 가격 비교하기도 좋은 폰 구매처였지만 이젠 아니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새로운 갤럭시노트 시리즈 출시는 물론, 이에 따른 S20·노트10 시리즈 출고가 인하 또 지원금 상향 등으로 숨통이 트일 거라 기대했지만, 요새는 매장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휴가철, 졸업 시즌 대목도 사라졌다. 지난달 중순부터 '졸업 축하' 등을 내걸고 특가, 반값 할인을 알리는 문구를 써 붙여놨지만, 무색하리만큼 한산한 분위기였다. "졸업식도 축소하는 대학도 늘면서 졸업 특수조차도 누리지 못한다"는 게 대리점 직원들의 얘기다.

'갤럭시 S20' 전격 공개.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대리점 점주는 "갤럭시S20 시리즈가 나온 2월부터 손님이 줄더니, 이젠 리베이트 정책도 여의치 않다"면서 "그만두는 직원도 늘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어 "요즘엔 보조금이 줄어들어 휴대폰 성지도 이름값을 못 하고 있다"면서 "고객들은 인터넷으로 보조금 규모나 시세를 알아보기 때문에 요즘처럼 보조금이 적을 때는 매장 방문이 거의 없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스마트폰 판매량↓ 온라인 구매↑보조금 규제 강화 삼중고 "존폐위기"

실제 불과 3년 전만해도 3만 곳에 육박했던 전국 매장은 반토막 났다.

국내 휴대전화 판매점 및 대리점을 대표하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에 따르면 현재 오프라인 유통점은 1만 2천곳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때 20만명 규모였던 종사자도 4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분석 결과도 위축된 휴대폰 골목 상권을 보여준다. 올 1분기 휴대폰 판매 업종의 생존 확률을 가리키는 '창업신호등'은 '주의(노란색)' 단계에서 '위험(주황색)' 단계로 떨어졌다.

서울 시내 휴대전화 매장의 3년 생존율은 지난해 1분기 56%에서 올 1분기 50.9%로 떨어졌고, 40%대까지 추락할 조짐이다. 매장 2곳 중 1곳은 3년도 채 버티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전체 업종의 평균보다도 더 낮다. 휴대폰 매장은 앞서 다른 조사에서도 2013년 기준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온라인 판매는 늘고 있다. 이통3사의 공식 온라인몰 구매 건수는 전년 대비 최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한 판매도 늘었다. 지난 1~5월 온라인쇼핑몰 11번가에서 스마트폰을 구매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9% 증가했다.

특히 갤럭시노트20 공식 출시를 앞두고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사전예약 기간 동안 자급제 쏠림 현상은 그 어느 때 보다 두드러졌다. 이통3사의 갤노트20 지원금은 '쥐꼬리'였던 반면, 쿠팡·11번가·G마켓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카드 무이자 할부 및 할인쿠폰, 카드 적립 등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친 탓이다.

쿠팡.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진격의 쿠팡, 휴대폰 구매에 개통까지…대리점 "쿠팡보다 우회보조금 겁나"

쿠팡의 공세는 무서운 수준이다. 지난달 14일 쿠팡은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휴대폰 구매와 개통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휴대폰 대리점 사업인 '로켓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쿠팡은 국내 통신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에서 공식 대리점 인증을 받았다. 쿠팡은 자사 플랫폼에서 자급제 휴대폰을 판매해 왔는데 한발 더 나아가 통신사 제품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는 "쿠팡은 대기업의 힘을 중소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데 쓰지 마라"면서 "정부와 통신사의 골목상권 영세 판매점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지난달 7일 긴급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오프라인 판매점들은 쿠팡의 휴대폰 대리점 사업 진출을 시작으로 11번가, 옥션 등 이커머스 업체들이 뛰어들 것이란 두려움이 커졌다. 이는 가뜩이나 힘든 오프라인 업체들의 목줄을 죄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보다도 대놓고 때리는 우회보조금이 겁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오프라인 유통망들은 불법 보조금 단속을 받지만, 이커머스 업체는 법망을 우회하거나 위반하는 지원금을 살포하면서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이를 감독 하긴 힘들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유통업계 입장에선 기존에 없던 새로운 대형 플레이어의 등장에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점들도 온라인 자체 몰을 운영하긴 하지만 단순히 판매 채널로만 운영하고 있다"면서 "반면 대형 이커머스의 경우 추가 혜택이나 할인 등으로 대규모 자체 재원을 활용해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 우려했다.

◇이통시장 비대면 서비스 확산…대리점 반발 '구조조정' vs '유통혁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무인매장이나 온라인몰 등 비대면 인프라 강화에 말은 못 하고 속만 터지는 실정이다.

SK텔레콤은 이달부터 홍대에서 무인매장을 시범 운영한다. 기본적인 서류 작업부터 실제 개통과 단말 수령까지 매장 내 설치된 키오스크와 맞춤형 자판기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LG유플러스도 연내 일부 직영 대리점을 대상으로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인력을 최소화하는 등 무인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몰 'U+숍'에 라이브 쇼핑을 도입하는 등 비대면 유통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이통3사의 무인 매장 바람은, 단순한 비대면 마케킹의 일환을 넘어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사전 단계'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두 매장이 성공한다면, 이통3사가 무인매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구조조정을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무인매장은 이통사 입장에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무인매장은 또 본사 직영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다. 여기에 쿠팡까지 가세하면서 유통 구조조정은 '시간 문제'라며 떨고 있다.

이같은 이통사의 주장에 이동통신유통협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무인 매장이나 키오스크를 통해 이용자 후생이나 혜택이 좋아질 것이란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결국 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이종천 이사는 "휴대전화 하나를 사더라도 지원금을 받는 방식이 있고, 선택약정할인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 두 가지 차이에 대해 모르는 분들도 상당하다"면서 "사회초년생이나 중장년 층, 특히 어르신들은 대부분의 용어가 낯선 데다, 키오스크 사용은 일반 음식점에서조차 어려움을 호소하신다"고 지적했다.

또 "요금제 종류도, 휴대폰 종류도 수십여 가지가 넘고 TV나 인터넷 결합, 가족 결합 등의 추가 할인 방식도 얼마든지 있는데 키오스크가 각각의 이용자 사용 패턴에 맞춰 이런 것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진 못할 것"이라 내다봤다.

불법 보조금 지급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점 신뢰도 하락에 대해서는 '규제의 부작용'이라는 입장이다. 이 사무국장은 "단통법 시행으로 '싸게 사면 불법'이 됐고, 그럼에도 음지에서 할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지원금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통사가 비대면 시대에 맞춰 새로운 판매방식이 하나 늘어난 것이지,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단말기 가격이나 요금 할인을 받는 서비스를 과연 만들어낼지는 의문"이라면서 "코로나19로 휴대폰 시장 자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무인매장까지 확대될 경우 골목상권은 줄폐업을 면치 못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이통사 관계자는 "무인매장은 언택트 환경에서 고객 편의는 물론 유통망의 운영 효율화를 높일 수 있다"면서 "고객은 자기 주도적으로 휴대폰을 살 수 있고, 유통망 입장에서도 장소와 공간 제약 없이 다양한 형태로 매장을 운영할 수 있어 비용 절감 및 입지의 다양화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인매장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망의 판매량 감소 및 일자리 감소 등에 대한 일부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이통사들이 현재 추진하는 무인매장은 테스트 성격이 강하며 추후 확산 계획은 현 시점에서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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