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가 해제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신임대표가 서울 종로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잡은 이낙연 대표 곁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대표 직할인 비서실 등 요직에는 국회 상임위원장과 당 원내부대표까지 중용됐다. 6개월 뒤 이 대표가 물러날 때 상당수가 대선 캠프로 옮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부에서 나온다.
대학생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깜짝 발탁.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상임위원장 사임하고 이낙연팀으로취임 직후 발표된 건 비서실장,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이다. 나머지 인선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로선 파격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으로는 영남 출신 노동계 인사(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와 여성인 24세 대학생(박성민 전 청년대변인)이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31일 신임 사무총장에 박광온 의원, 정책위의장에 한정애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왼쪽부터 박광온, 한정애, 박홍배, 박성민.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여기에 현직 국회 상임위원장들까지 합류했다. 20대 전반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던 박광온, 한정애 의원은 각각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맡기로 했다. 위원장직은 사임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앞서 정무실장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냈던 김영배 의원이 낙점됐다. 현역 의원이 민주당 정무실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는 또 메시지실장이라는 자리를 신설해 최근까지 현역 언론인이었던 박래용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발탁했다.
대변인단에는 강선우, 신영대, 허영 의원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당직을 맡은 강 의원과 신 의원은 모두 원내부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들은 전당대회 캠프부터 쭉 보좌해 온 오영훈 비서실장, 최인호 수석대변인과 호흡을 맞춘다. 설훈, 이개호 의원 등은 외곽 지원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탕평이냐, 대선 전초전이냐
이 같은 메머드급 인선을 두고 당내에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경험 있는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임위원장급을 데려간 건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당에 자원이 많다는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친문(친문재인) 진영뿐 아니라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사까지 포괄한 모습을 두고는 '탕평(蕩平)'이란 표현도 심심찮게 나온다. 다만 애초 당내 비주류의 존재감 자체가 미미했었고 그런 류의 '튀는' 인사가 등용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건 이 대표가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는 점이다. 때문에 이번 '이낙연팀'에 이름을 올린 인사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대선 캠프로 합류할 수 있다는 해석이 따라붙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접견실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 대표는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다는 민주당 내부규칙(당헌)에 따라 내년 3월 물러날 전망이다. 이때 대표가 바뀌면 지도부 가운데 최고위원을 뺀 대다수는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6개월짜리 지도부에 2년 임기 상임위원장들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합류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의 한 5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선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자리를 내놓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대표 입장에서도 당을 추스르면서 팀워크를 구축하는 건 당연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번에 당직을 맡은 한 중진 의원은 "맡고 있던 자리가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지금은 임기를 생각할 건 아니고 코로나 위기에서 당장 주어진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