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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재입북 루트 '배수로' 직접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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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로 내부에 장애물·철조망 있었지만 낡아서 무용지물
합참의장도 관리부실 인정 "체격 왜소한 탈북민, 나갈 수 있는 여지"
군 감시장비 찍혔지만 식별 못해 "부유물과 혼재돼 식별 어려워"

탈북민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곳리 연미정 인근 한 배수로의 지난 28일 모습. 안에는 장애물이 설치돼 있지만, 한눈에 낡은 것이 보였다. 현재도 인근에서는 경계작전이 펼쳐지고 있으며 배수로도 여기에 포함된다.(사진=이한형 기자)

 

높은 철책 아래로 나 있는 배수로에는 사람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장애물과 철조망이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월북은 막지 못했다. 그만큼 관리가 허술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28일 오후 탈북민 김모(24)씨가 재입북 루트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곳리의 '연미정' 근처 현장을 찾았다.

◇한눈에 봐도 낡은 장애물과 철조망…합참의장도 인정

탈북민 김씨가 월북한 경로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곳리의 한 배수로 옆에 있는 인천시 유형문화재 24호 연미정의 모습.(사진=김형준 기자)

 

현재까지 국방부와 경찰의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18일 오전 2시 20분쯤 택시를 타고 이 곳 월곳리에 내렸다. 이후 문제의 배수로를 통과해 한강하구로 나간 뒤 수영을 해 북한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연미정'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24호로 지정된 정자다. 한강하구와 바로 맞닿아 있다는 점 때문에 강안에는 철책이 있고, 일대를 관할하는 해병대 2사단이 경계작전을 펼치고 있다.

철책 너머로는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바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운 곳이다. 개풍군은 김씨가 지난 2017년 6월 17일 밤 탈북할 당시의 출발지점이다.

철책 아래로 나 있는 배수로의 높이와 너비는 1.5m를 약간 넘는 것으로 추정돼, 성인 남성이라도 몸을 숙일 경우 충분히 드나들 수 있었다. 내부를 들여다보자 금속제로 보이는 창살 비슷한 모양의 장애물이 먼저 눈에 띄었다.

다만 해당 지점엔 호스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평소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고, 장애물 자체도 꽤 낡은 상태였다. 흔히 알려진 수직 창살과 유사했지만 약간 휘어져 있는 부분도 있어, 여기에 손을 대 벌리거나 한다면 깡마른 남성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그 안으로는 커다란 돌과 바퀴 모양으로 동그랗게 감아 놓은 철조망이 보였지만, 마찬가지로 낡은 데다 사람의 통과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김씨는) 신장이 163㎝, 몸무게 54kg으로 왜소하다"며 "장애물을 극복하고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장애물이 좀 오래돼서, 윤형 철조망의 경우 많이 노후화한 부분이 식별됐다. 벌리고 나갈 여지를 확인했다"면서도 "아침과 저녁에 (장애물을) 정밀 점검하는데, 그날도 현장을 보고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장애물에 대한 훼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포착은 했는데, 식별은 못한 군…"부유물과 혼재되는 상황, 식별 어려웠다"

28일 강화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사진=이한형 기자)

 

월북 등을 막고 탈북자의 귀순을 돕기 위해 한강하구의 해안과 강안 일대에는 육군 수도군단이 작전통제하는 해병대 2사단이 경계를 하고 있다.

근처의 경계초소는 철책을 감시카메라 등으로 감시하는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관리된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해당 초소는 주야간 병력에 의해 경계를 서지 않는 초소이다"며 "(군사분계선 인근을 지키는) GOP와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은 이 곳 근처 배수로에서 김씨가 군 감시장비에 찍혀 있는 영상을 확보했다. 합동참모본부 김준락 공보실장(육군대령)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감시장비에 포착된 영상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근처에도 이러한 감시장비는 설치돼 있었다. 이 장비들은 실내에서 이를 운용하는 병력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데, 만약 이같은 상황을 식별하지 못했거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셈이다.

다만 박한기 합참의장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구명조끼 등을 착용하고 잠수해서 머리만 내놓고 갔을 개연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고, 부유물과 혼재되는 상황에서 식별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물 속에 목만 남기고 가는 하얀 점으로 나온 것이 월북 인원일 것이라는 점은 화면만 보고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배수로 바로 옆 연미정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특성상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근처에는 마을도 있다.

때문에 군 감시장비에 찍히기 전 다른 CCTV에 김씨의 모습이 포착됐다고 하더라도 정황상 그를 연미정을 둘러보는 민간인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는 해명도 나온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런 부분(사건)이 일어난 데에 대해서는 제가 백 번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부분은 국방부 장관이 무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소상하게 나중에 설명을 드리고 필요한 부분은 보완해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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