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하노이 멈춘 곳에서 나아가자…'From 영변'의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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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은 두 달 남짓…美 대선 전 타결이 중요한 이유
의문 풀린 하노이 노딜 미스테리…北美, 잠정합의까지 근접
'돌파구 마련' 북미정상 이해관계 일치…韓 중재역할 재부상

작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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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0월 서프라이즈'설이 나오는 등 북·미 교착국면에 미묘한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타결 직전까지 갔던 사실이 볼턴 회고록에서도 확인된 만큼, 당시 잠정합의를 새 출발점 삼는 '프롬(From) 영변'이 가장 빠르면서도 현실적 방안으로 주목된다.

◇ 골든타임은 두 달 남짓…美 대선 전 타결이 중요한 이유

코로나19로 자력갱생 전략마저 여의치 않은 북한이 이달 초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대미 공세를 재개했다.

북한의 태도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4일.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서 비건 방한 후에는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10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로 슬쩍 바뀌었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여정 부부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일축하긴 했지만 속뜻은 미국의 중대한 태도 변화, 즉 양보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미국이 급하면 급했지 우리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허세를 부리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찾아 지휘부를 엄중 문책한 것은 각종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난맥상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11월 3일 미국 대선 전에 대미협상에서 뭔가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된다고 해도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대선 기간 북미관계가 '평온'하게 지나간다면 트럼프 행정부 2기는 코로나19 등 시급한 국내 문제에 집중하고 북한은 적당히 관리만 하면서 외면할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우리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 '토질병'으로 되어 버린 미국이 지금의 대선 '위기'를 넘긴다 해도 그 이후 우리를 향해 할 수많은 적대적 행동들을 예견"해야 한다고 한 것은 북한의 고민을 드러낸다.

이런 정황상 북미가 10월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열지 못한다면 북핵협상은 장기 공전을 면치 못하고 동력 자체가 꺼져 버릴 수 있다. 그때까지 남은 기간은 두 달여에 불과하다.

◇ 의문 풀린 하노이 노딜 미스테리…北美, 잠정합의까지 근접

다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환경이 급변한 것이다. 그는 하노이 노딜 이후 'No hurry'(서두르지 않겠다) 기조 하에 느긋한 태도로 북한을 압박하기만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대량실업, 경제침체, 인종갈등이 동시에 불거지며 외부로의 돌파구 마련이 절실해졌다. 북미 정상의 이해관계가 간만에 다시 일치하게 된 셈이다. 선거 판세를 뒤집기 위한 10월의 깜짝 이벤트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상황이 더 나빠지면 북미정상회담을 해서라도 여론을 전환할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될 것"이라며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가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도무지 좁혀질 것 같지 않은 북미 간 입장차가 그리 크지 않고, 어렵고 복잡하게만 보이는 비핵화 해법도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양측은 이미 하노이 회담에서 합의에 근접했고, 이는 최근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연합뉴스)
회고록에 따르면 비건 당시 대북특별대표는 합의문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결정적으로 볼턴의 방해공작 탓에 무산됐다.

사실 하노이 회담 결렬은 당시 거의 대부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 결말이었다. 미국 언론이 회담 시작 전부터 '중간 딜' 수준의 잠정합의안을 보도할 만큼 분위기는 낙관적이었고,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뒤 "오늘 서명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이는 비핵화의 정의조차 달리 규정할 만큼 북미 간 근본적 입장차가 존재한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간극이 생각만큼 크지는 않음을 반증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에서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해 "100과 0의 차이가 아니었다. 50이 기준이라면 어느 한쪽은 55, 다른 한쪽은 45를 말해서 (결렬된 것이라) 아쉽다"고 말했다.

◇ '돌파구 마련' 북미정상 이해관계 일치…韓 중재역할 재부상

따라서 북미 장기교착 상태를 끊고 대화를 재개하려면 그 출발점은 당연히 하노이 회담이 돼야 한다. 멈춘 곳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순리이기 때문이다.

하노이 잠정합의라는 소중한 결과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백지상태로 시작하는 것은 결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비핵화라는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북미 간 초기 합의로 불가역적인 입구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프롬(From) 영변' 해법을 제안했다.

이는 싱가포르와 하노이 회담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반영,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기조에 입각해 종전선언과 영변 핵단지 폐기를 중심으로 북미 비핵화 초기 합의를 도출하는 방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물론 북한은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대 제제 해제'에서 '적대시 철회 대 협상 재개'로 협상 문턱을 오히려 높여 놨다.

미국 역시 기존 '영변+α' 범위를 영변 외 다른 핵시설 뿐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확대하고, 이조차 사실상 선(先) 비핵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한때나마 양측 간 접점이 형성됐지만 이후 다시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는 서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조율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은 국제법적 부담은 덜고 상징성은 크다는 점에서 미국에 별 부담이 없고, 북한으로서도 적대시 정책 철회의 가시적 조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도 북한으로는 그 이상의 양보는 쉽지 않지만 미국의 상응조치와 창의적 조합을 만든다면 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결국 북미가 서로 양보하기를 바라며 팽팽한 신경전만 벌이는 상황에선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또 다시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 고무적인 일은 미국 내 일각에서 전향적 기류 변화가 작지만 뚜렷하게 감지되는 것이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의 해리 카지아니스 한반도 담당국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에 북한과 합의라는 돌파구를 원한다'는 제목의 언론 기고문에서 새로운 대북 제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TBS 라디오 인터뷰에선 북한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이 미중경쟁이란 보다 큰 틀의 전략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이라고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맥락에서의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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