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진행 중인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해묵은 '사상 검증'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탈북자 출신인 태영호 의원을 중심으로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인영 후보자가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로 인정하는 지 등을 따지고 들었다.
◇태영호 "사상전향 했느냐"…이인영 "남북 독재정권 시절 얘기"사상 검증의 포문은 태영호 의원이 열었다.
태 의원은 "'태영호와 이인영의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도'라고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한번 추적을 해봤다"며 "전대협 조직 성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의 결의를 다지지 않느냐"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이에 이인영 후보자는 "북쪽에서 잘못 알고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에 김일성 사진을 놓고 충성을 맹세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태 의원은 이에 굴하지 않고 대남공작원 김동식씨가 쓴 책 '아무도 날 신고하지 않았다'를 언급하며 이 후보자에게 "간첩 신고를 하지 않으시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신고를 제가 했다면 그를 간첩으로 인지하고 하는 게 아니냐. 모순된 행위"라며 "제가 간첩을 인지했으면 신고했어야 하고 인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고 하지 않는 게 일관된 행동"이라고 맞받아쳤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준비한 피켓을 들고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그러자 태 의원은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보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 찾지 못했다"라며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얘기"라며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 그런 저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아무리 위원님이 저한테 청문위원으로서 물어보신다고 해도 온당하지 않은 그런 질의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북에서는 이른바 사상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될지 모르지만, 남쪽에선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그렇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놓고 보면 의원님께서 저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다시 물어보시는 것은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사상 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북과 남측의 독재정권 시절이었다"라고 역공을 펼쳤다.
태 의원은 물러서지 않고 "아직도 주체사상 신봉자냐"고 따져물었고, 이 후보자는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며 "이런 이야기가 태 의원님께서 저에게 사상 전향을 끊임없이 강요하거나 추궁하는 행위로 그렇게 오인, 착각되지는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색깔론"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통합당 박진 의원도 태 의원이 시작한 사상 논쟁을 이어갔다.
박 의원이 "이승만은 괴뢰가 아니라 유엔이 인정한 유일한 합법 정부고, 이승만 박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자 건국 대통령이다. 동의하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국민이 선출한 선거를 통해서 정부가 세워졌기 때문에 괴뢰정권이라고 규정하는 데에 대해선 이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을 우리 국부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선 좀 다르게 생각한다. 저는 우리 국부는 김구 선생이 되는 게 더 마땅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통합당 조태용 의원도 사상 검증을 펼쳤다.
조 의원은 "1992년 판결을 보면, 전대협 1기 의장이 이인영인데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고려연방제 의한 통일 등 반국가 노선 견지했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전대협 전체가 이적단체로 규정되지 않았다. 특정 부분만 이적 단체로 규정됐다.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되받아쳤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후보자의 사상 관련 질문을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후보자가 통일부장관으로서 '적재적소의 인물인가'를 파악해 봐야 하는 것이다. 소명 기회를 통해 '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신봉하고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공직자'라고 속시원하게 국민에게 말해주면 모든 오해가 풀릴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라고 태 의원을 거들기도 했다.
통합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사상 공격을 이어가자 민주당 의원들은 "색깔론"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저는 법조인으로 일했고 헌법에 예민하다"며 "'믿느냐, 신봉하느냐, 십자가 밟아라' 이것은 우리 헌법이 누구에게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