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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데이터3법=개인정보도둑법…시행령도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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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디지털정보위·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경실련 등 6개 단체
"데이터 생산주체인 국민의 정보인권에 미칠 영향, 전혀 고려 안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최소한 안전장치 삭제해 3월 안보다 후퇴"
"다음달 출범하는 개인정보보호위, 정보주체의 기본권 수호자 돼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서울YMCA 등 6개 시민단체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정부의 '한국판 뉴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시민단체들이 '디지털 1등 국가'로의 도약을 내세우며 정부가 내놓은 '한국판 뉴딜' 구상에 대해 "데이터경제로의 이행을 명분으로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무상의료운동본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서울YMCA,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6개 시민단체는 2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특히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개인정보 도둑법"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정작 정보 주체인 국민의 동의는 얻지 않고 기업들을 위시한 '특정 산업계'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양홍석 변호사는 "정부의 이번 한국판 뉴딜은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를 축적, 종합해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겠다는 것"이라며 "문제는 개인들이 가진 정보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탈취하는 형태로 모아 사회적으로 활용하면서 (국민의) 동의도 얻지 않고 (국민에겐) 어떤 이익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데이터를 주인에게 돈을 주지 않고 공짜로 얻어 모아놓으면 당연히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런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이나 산업계에 과도한 이익을 주는 형태의 정책을 어떻게 뉴딜이라 할 수 있나. 거대한 '디지털 삽질'이 될 것이고,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변호사는 "데이터 네트워크, AI(인공지능)를 이야기하며 DNA를 바꾸겠다고 하는데, 우스갯소리로 DNA를 바꾸면 변종이 나오고 괴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안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보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구글(Google)은 이용자의 동의가 불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시킨 예도 있다"고 꼬집었다.

'데이터3법'의 본격 도입을 앞두고 시행령을 다듬고 있는 상황에서 일주일 전 공개된 입법예고안이 이전 안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더 퇴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오병일 대표는 "올 초 시민사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3법'이 통과됐다. 사실 정보주체 권리를 오히려 침해, 제한하는 법이기 때문에 저희는 '개인정보 도둑법'이라 호칭했다"며 "시행령과 고시로 조금이라도 개인정보가 보호될 수 있는 쪽으로 제정되길 바랐는데 이전보다 훨씬 개인정보 보호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입법예고됐다"고 짚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표된 정부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지난 3월 31일자 입법예고안보다 정보보호 수위를 대폭 낮추도록 수정됐다. 구체적으로 가명처리된 결합정보를 안전한 '분석공간'에서 먼저 분석하도록 했던 초안과 달리 정보 '반출'을 원칙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또 가명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되거나 일정 보유기간이 지나면 '자동 파기'되도록 했던 기존 안의 제29조의5 3항을 삭제한 부분도 지목됐다.

오 대표는 "저희가 (이번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독소조항으로 보는 게 기업들이 자신들의 고객정보를 서로 결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당시 2016년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었던 내용이 이번에 들어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전 입법예고안에선 결합된 데이터에 대해 안전시설에서 '연구하고 나가라'는 형식으로 돼 있었고, (정보) 반출 자체가 예외였다"며 "이에 대해서조차 기업들은 '그럼 우리가 불편해서 (정보) 활용을 못한다'고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공공영역 데이터, 학술연구자에 정보를 제공할 때 안전시설을 거친 연구결과만 갖고 나가게 하는 등 이미 일반화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21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서울YMCA,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이 공동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서채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아울러 '개인정보 활용'에 무조건 전면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정당한 절차를 통한 정보 보호가 먼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많은 언론들이 시민사회 단체들은 정보 활용에 반대하냐고 이야기하는데, 활용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보호와 활용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저희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기업이) 활용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미국이 유럽과 맺은 '프라이버시 쉴드'(Privacy Shield)'라는 개인정보 협정이 있다. 유럽 시민들 입장에선 구글,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으로 개인정보가 넘어가면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거다"라며 "심지어 유럽 사법재판소(ECJ)에서는 이 협정조차 무효로 판단했는데, 국제 개인정보보호 원칙에도 부합하는 방식인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재고를 요청했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달 출범을 앞둔 통합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역시 국민의 '정보 인권'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서울YMCA 한석현 시민중계실 팀장은 "데이터산업 육성의 광풍 속에서 법 개정을 통해 보호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최근 산업계가 개인정보보호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인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보 권리주체의 '기본권 수호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정부의 데이터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독립적으로 '쓴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정부 추천 위원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신념이 있는 분들로 채워져야 한다. 얼마나 역량 있는 위원들이 추천되느냐, 가 위원회의 역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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