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고경민 기자)
정부가 10일 발표한 다주택자 과세 강화 등을 담은 22번째 부동산 대책은 악화하는 부동산 민심을 되돌려야 한다는 당정의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2주택 논란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다주택 의원들의 주택 처분 서약 이행을 등 떠밀었고, 여당 내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론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지난 6일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라는 발언이 나오자, 당정은 대책 협의에도 속도를 내왔다.
◇"부동산 문제 국민 우려 크다,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7월 국회 입법 처리"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정부 발표 직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안정이 가장 시급한 민생 현안"이라며 "부동산 세법과 임대차 3법 등 입법을 7월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시장과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일컫는다. 전셋값을 5% 이상 못 올리게 하고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 골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 대책 발표 뒤 질의응답에서 전셋값이 오르고 있는 현상을 막기 위해 기존 임대차 계약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태년 원내대표는 전날 "부동산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이 크다. 당과 정부는 현 부동산 상황에 대해 큰 책임을 갖고 있다"면서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들의 다주택 현황이 논란이 된 상황까지 더해진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심각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정권 교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강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은 일회성이 아니다"며 "투기가 완전히 근절되고 집 없는 서민이 손쉽게 내집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될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 64%…文정부 출범 후 최고치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정부 출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조사가 이날 나왔다.
한국갤럽이 8일부터 사흘간 조사한 결과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4%였다. 반면,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17%다.(만 18세 이상 1100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런 부정적 평가는 6·17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초보다 2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은 시장 규제 강화 쪽으로 기운 여론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갤럽조사에서 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현재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50%로, 완화해야 한다는 답변 30%보다 높았다. 응답자의 44%는 부동산 관련 세금이 현재보다 높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낮춰야 한다는 응답은 33%다.
한국갤럽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효성과 별개로 투기 억제·시장 안정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관련 세금 인상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여당에서도 김현미 장관 경질론…고심 깊은 청와대야당이 요구해온 김현미 장관 경질이 여당 안에서도 솔솔 나오는 것도 부동산 민심을 다독이는 인적 교체 카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부동산 시장 정상화특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정부의 7·10대책에 대해 "집값 안정화 대책이라기보다는 정부가 부족한 세금을 거두기 위한 꼼수 증세 대책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졸작이 돼버렸다"고 혹평했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부동산 정책 진단 긴급 간담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주 원내대표는 김현미 장관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하며 "김 장관을 두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연목구어(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굳이 하려 하는 것을 비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아직 김 장관 교체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문제를 인적 교체보다는 정책 대안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 지난 3년여간 부동산 정책을 이끌었던 김 장관의 경질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체적으로 부인하는 모양새가 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