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꽃가마 타는 당대표가 아니라 책임지는 당대표가 되겠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 측이 9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문장이다. 이날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읽었던 3700여자의 출마선언문을 이 한 문장으로 요약한 것이다.
민주당에겐 '벽'과 같은 대구에서 험로를 개척해왔던 자신의 강점과 상대인 이낙연 의원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부분을 동시에 각인하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 뼈 있는 한 마디…'꽃가마'
김 전 의원의 강조점은 '국민 통합'에 맞춰져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국민을 하나로 모아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 정권을 재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배수진'까지 쳤다.
이를 위해 민주당과 영남권 사이 교두보를 자처해 왔던 자신의 이력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우리 당을 불신하는 분들을 설득할 제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총선에서 현역 지역구였던 대구 수성갑을 지켜내진 못했지만, 여전히 '외연 확장'의 적임자를 자처한 것이다. 그가 '꽃가마'를 거론한 건 이런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울러 이낙연 의원 측을 꼬집어 긴장감을 높이는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이 의원이 정치생활을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 주로 해왔고, 최근까지도 '싸움터'인 국회를 비껴있었다는 점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80년 광주' 언급하며 차별화 시도김 전 의원 출마선언문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잽 펀치(jab punch)'는 바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다. 출마 선언에 맞춰 호남 지역 광폭 행보 중인 김 전 의원은 이날도 광주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1980년 5월, 저는 한밤중 산동네를 오르내리며 유인물을 뿌렸습니다. 제목은 이러했습니다. '광주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광주를 살려야 합니다.' '80년 광주'는 제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이런 김 전 의원 개인적 경험에 눈길이 쏠리는 건 상대인 이낙연 의원 이력에 기인한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의원은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정권에 우호적인 기사를 썼다는 논란이 제기돼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논란은 2017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에게 제기됐다. 이낙연 의원이 지난 1981년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잘됐다'와 '놀랍다'는 두 가지 반응을 모두 얻을 만하다고 하겠다"라고 썼던 사실이 공개된 것이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취약해진 권력 정당성을, 정상회담을 통해 확보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의원은 청문회에서 "견습기자를 마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햇병아리 기자여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뚜렷해진 2파전…'대세론' 향방은?당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처럼 앞서가는 후보(이낙연)와 뒤쫓는 후보(김부겸) 간 긴장감도 살짝 치솟는 분위기다. 우원식, 홍영표 의원 등 다른 후보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2파전 구도가 뚜렷해졌다. 집권여당 대표선거로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갈등이 깊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두 사람의 화법이나 총리,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원 팀'으로 호흡을 맞췄던 이력이 근거다.
김부겸 전 의원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경쟁할 뿐이지 네편 내편 가르고 각을 세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의원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 역시 "이 의원을 겨냥한 발언은 아닐 것 같다"면서 "설사 그렇더라도 그가 걸어온 과정이 꽃길만은 아니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다음 달 29일 전당대회까지 상황은 장담할 수 없다. 이른바 '이낙연 대세론'의 향방이나 친문(친 문재인) 표심, 지역 조직의 움직임 등이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