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오수정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듭니다,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오수정 기자 어서오세요. 오늘 손정우 이야기 가져 오셨어요.
◆오수정> 네 '웰컴투비디오'라는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우리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먼저, 어제 풀려난 손정우의 말부터 들어보고 계속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인 손정우가 6일 오후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녹취]
(오늘 결정 나온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처벌이 남아있는 것도 달게 받겠습니다."
(추가 추사도 이어질 것 같은데.)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김현정> 어제 미국으로 보내지 않겠다. 결정이 나오자마자 바로 구치소에서 출소한 손정우가 한 말을 여러분 들어보셨어요. 사실 CBS 심층취재팀이 이 손정우 사건을 가장 많이 다뤘을 겁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계속 우리 오수정 기자가 뉴스쇼를 통해서 보도했잖아요. 일단 그동안의 경과를 브리핑해 주세요.
◆오수정> 네 손정우는 19살이던 2015년 7월부터, 일명 어둠의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다크웹'에 웰컴투비디오라는 사이트를 운영했습니다. 회원수가 세계적으로 128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였죠. 피해자 중에는 생후 1살이 안 된 아이도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정말 세계를 경악하게 했는데. 그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긴 손씨에게 1심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요. 2심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서 원래는 지난 4월 27일 출소할 예정이었습니다.
◇김현정> 하지만 그날 출소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뭐냐면 미국에서 '손정우를 보내달라, 손정우는 한국에서만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 국제적인 범죄를 저질렀으니까, 거기 사이트에 가입한 외국인들도 많으니까 우리 법원이 다시 판결을 하겠다', 이런 거였죠. 그랬는데 미국으로 보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어제 상황 변화가 있었던 거예요.
◆오수정> 네 불허가 결정 났습니다. 지난 5월에 손정우의 아버지가 중앙지검에 자신의 아들을 직접 고소를 했습니다. "동의 없이 자신의 정보로 가상화폐 계좌를 개설하고 범죄수익금을 거래, 은닉했다"는 이런 이유인데요.
◇김현정> 이때 우리가 좀 놀랐잖아요. 아니 손정우 아버지가 손정우를 고소해? 아버지가 아들을 이게 이유가 있었던거죠.
◆오수정> 손씨에 대해 기존에 검찰이 기소하지 않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고소를 하면서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에서 아들을 처벌하자 이런 노림수였죠.
◇김현정> 우리 아들은 처벌받을 게 더 있으니 한국에서 처벌받고 죄를 받게 해 주세요. 그럼 그게 속된 말로 먹힌 겁니까 결과적으로?
◆오수정> 그렇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현정> 어제 법원이 손정우를 미국으로 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근거는 뭡니까?
◆오수정>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는데요. 첫 번째 이유는 아버지의 고소와도 연결됩니다. 미국이 손정우를 기소한 '돈세탁'이라는 죄목이 초국가적 범죄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미 손씨에 대해 아버지가 범죄자금 은닉 혐의로 고소를 한만큼 우리나라에서 충분히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습니다.
◇김현정> 사실은 손씨가 우리나라에서 형을 산 것은 성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그 혐의로 산 거죠.
◆오수정> 아동 음란물 유포 혐의입니다.
다크웹 공조수사결과 발표 이후 폐쇄문구가 노출된 웰컴투비디오 사이트 화면. (사진=경찰청 제공)
◇김현정> 네. 그래서 범죄인 인도를 한다면 이미 받은 그것으로는 못하고, 미국으로 보낼 때 돈세탁 혐의, 한국에서 처벌받지 않은 돈세탁 혐의로 보내려고 했던 것인데 아버지가 그 지점에서 딱 고발을 해 버린 거예요.
◆오수정> 돈세탁 혐의로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처벌할 수 있게 됐다지만 사실 형량이 크게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최대 20년 형까지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뿐입니다.
◇김현정> 바로 아버지가 이 부분을 노린 거죠. 그게 이제 법원이 판단한 첫 번째 이유였고 미국으로 보내지 않겠다 판단한 두 번째 이유는 뭡니까?
◆오수정> 웰컴투비디오 회원들에 대한 발본색원입니다. 어제 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손정우가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에 광고를 해서 회원을 모집했지만, 신원이 확인된 회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운영자였던 손정우의 신병을 대한민국에서 확보해 관련 수사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수집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고 법원이 이유를 밝혔습니다.
◇김현정> 손정우가 있어야 남은 일당들을 잡아 넣을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서 우리 수사당국이 지금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어요?
◆오수정> 아닙니다. 경찰은 이미 2년 전 손정우를 송치하면서 한국인 이용자 223명을 함께 검찰에 넘겼습니다. 대부분이 벌금형과 집행유예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긴 했지만, 어찌됐든 형을 선고받기는 했거든요. 우리나라의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서 이 이용자들에 대한 수사를 다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김현정> 그러면 손정우를 한국에 두고 추가수사해서 발본색원하자고 하는 건 도대체 누구를 어떻게 잡아넣겠다는 거죠?
◆오수정> 드러난 223명 이외에 추가 이용자를 찾아내 아동 성착취물 범죄를 발본색원하겠다는 이런 의지로 읽히고, 그러자면 손정우가 수사 과정에 계속 필요하다는 얘기인데요. 그런데 혹시라도 손정우를 활용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면, 또는 앞으로 그런 수사가 예상된다면 오히려 검찰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죠.
◇김현정> 그렇죠 오히려 검찰, 경찰이 나서서 '추가로 수사할 것이 있으니까 미국으로 못 보낸다' 이랬을텐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으로 봐서는 추가 수사 생각이 없었고 앞으로도 될지 안 될지 모른다. 이런 거 아니에요?
◆오수정> 네. 하지만 아시는 것처럼 검찰은 손정우를 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요. 저희가 취재해보니 어제 법원의 결정 이후 경찰과 검찰도 '이미 끝난 웰컴투비디오 사건을 다시 추가 수사하라는 말이냐'며 이렇게 좀 당황스런 반응도 보이더라고요.
◇김현정> 당황스러워 하는 상황.
◆오수정> 또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과 관련해 이미 처벌을 받았잖아요. 참고인 신분일 수밖에 없는 이런 손정우가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실효성 문제도 있습니다. 손정우가 적극적으로 수사에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도 제시할 수 있는 증언이나 증거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말인데, 이 부분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승재현 박사의 말 들어보시죠.
[녹취]
"손정우가 자기가 지금 수많은 유료회원들이 있는데 대면접촉을 한 것도 아니고 그들로부터 현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일단 그들과 만난 적이 없는 언택된 상황. 손정우가 뭔 진술을 할거야. 국내에 남아있다고 해서 손정우의 진술이 얼마만큼 큰 효과가 부여될 것인지를 저는 모르겠어요."◇김현정> 게다가 말이죠 손정우가 오프라인에서 활동한 게 아니잖아요. 온라인상에서 회원들에게 가상화폐 받고 성착취물 보여주고
◆오수정> 다크웹에서요.
◇김현정> 그런데 이 사람이 얼마나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앞으로 남은 절차 어떻게 되는 겁니까
◆오수정> 일단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던 손정우는 어제 결정이 나고 바로 출소를 했고요. 인도 요청국인 미국에 최종 결정이 통보될 예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손씨 아버지가 고소한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4부가 수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김현정> 손씨는 솜방망이 처벌에 지금까지 그쳤었고 저는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오수정> 네 그래서 이런 실망은 이번 결정을 내린 판사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습니다. 서울고법 강영수 부장판사의 이름이 어제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는데, 강 판사는 대법원이 지난달 공개한 권순일 대법관 후임 후보 30명 중 1명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대법관 후보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글이 올랐는데 조금 전까지 28만 명이 넘게 동의했습니다.
◇김현정> 그만큼 이번 법원의 결정에 많은 분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오수정> 네 또 우리나라에서도 반대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나라 피해자가 있고 미국에 아동 성착취물 가해자가 있다면 이때 미국 법원이 가해자를 우리나라로 보내주겠냐 이런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현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기까지 오늘의 훅뉴스 오수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오수정>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