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강제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대 국회가 1987년 이후 33년 만에 17개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를 집권 여당 독식으로 출발하면서 야당이 고심에 빠졌다.
1987년이 군사독재 시절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처음 맞이하는 상황도 상황인 데다, 의석수 차이로 인해 사실상 원내에서 유의미한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점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정보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상임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선출된 29일 오후 통합당은 4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의원총회를 열었다.
여야의 국회 원구성 협상이 결렬된 29일 오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을 마친 후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는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내세워서 무엇이든 국회를 마음대로 하겠다는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일정에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시적이지만 기한을 정하지 않은 의사일정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통합당 의원 전원은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 배분이 민주당의 입맛에 맞춘 일방통행적 행위라며 상임위원 사임계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임위원 사임 등 보이콧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 종국적인 대응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무기한으로 국회 일정 참여를 거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민주당의 독주, 폭주를 막아 달라"는 읍소를 연일 이어가고 있는 주 원내대표의 발언을 감안할 때,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민주당에 밀리더라도 국회로 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기도 하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컷 두드려 맞았는데 갑자기 상임위원 명단을 내고 '스윽' 국회로 들어가는 것은 좀 그렇다"면서도 "이번 주는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이번 주 후반부에 당내 여론을 좀 가라앉힌 후에 어떻게 국회로 복귀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들어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선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오는 7월 3일 처리가 유력한 21대 국회 초반의 최대 이슈인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각 상임위에서 부처별 예산안에 대한 증액과 감액, 예결위 차원에서의 심사 등을 통해 제1 야당의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통합당은 각종 당내 특별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독식, 추경안의 문제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준비의 부실함,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의 단점, 윤미향 사태의 심각성 등을 국회 밖에서 국민들께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은 원내 활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도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날지 미지수다.
때문에 당내 일각에서는 그 전에라도 상임위에 복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지만 강경대응 기조가 워낙 강한 탓에 힘을 받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상임위에 복귀하더라도 뚜렷한 대응 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다.
이미 의석수 차이로 인해 모든 상임위에서 많게는 3분의 2 이상, 적어도 과반 이상을 민주당 위원들이 차지하고 있는 데다, 법사위원장도 민주당이 가져갔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제도 등을 통해 무슨 법안이든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전부를 민주당이 가져가나, 그렇지 않으나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다"며 "이렇다 보니 '차라리 잘 됐다'는 소리까지 나오지만 '피해자' 프레임을 제외하고는 우리 당에 유리한 무언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당내에선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추경안 처리 등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불거진 정규직 논란 등 사회적 현안들의 후폭풍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추경의 경제적 효과를 확인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각종 현안들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