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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북·미 등쌀에 우리도 "I can't brea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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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연합뉴스)

 

북한이 대북전단을 빌미로 돌연 강경한 대남공세에 나선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꽉 막힌 형세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제재·압박은 그대로인 채 미국은 시간 끌기로 일관하면서 질식할 것 같은 공포를 느낀 셈이다.

다만 북한은 국내 사정이 복잡한 트럼프 대통령 대신에 '약한 고리'로 여겨지는 남한을 먼저 때림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 같다.

그런데 북한의 이런 셈법은 단기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별 소득 없이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전향적 대북 접근에 나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결코 유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대한의 인내심과 선의를 갖고 대하겠지만 북한이 만약 강압적으로 나온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북한이 현 시점을 "갈 데까지 가보자"는 엄중한 상황으로 봤다면 그 이전에 남한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한 번쯤 해봤으면 좋겠다.

북한에게 제재완화가 사활적인 문제이듯 남한도 숱한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북한 변수를 빼더라도 외교안보 스트레스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그 중에서도 갈수록 격화되는 미·중 패권다툼은 국가와 민족 전체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미국은 반중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가입 요구 등으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이수혁 주미대사 발언에 "한국은 이미 어느 쪽에 설지 결정했다"고 이례적으로 반박했다. 미·중 간 양자택일을 요구하지 않는다던 불과 며칠 전 입장과도 사뭇 다르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의 독자적 대북접근에도 잇달아 제동을 걸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연초 개별관광 추진에 대놓고 반대 입장을 폈고, 최근에는 미 국무부가 우리 정부의 5.24 조치 관련 입장 표명에 '비핵화 보조'를 강조하며 견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방위비나 지소미아(GSOMIA)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압박, 간섭하며 정부를 옥죄고 있다. G7 초청장을 받은 사실이 무색할 만큼 일국의 자율권이 침해 받는 처사다.

여기까지만 보면 남한은 북한이 생각하듯 미국에 예속된 체제일지도 모른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자립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 나서라고 핀잔을 준 것도 이런 판단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중국, 러시아 빼고 대미 예속적이지 않은 나라가 지구상에 과연 몇이나 될까?

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오히려 주목해야 할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아등바등 대북 활로를 뚫어나가려는 노력이다.

비록 미국의 견제와 안팎의 비난에 부딪혀 가끔씩 멈칫하긴 했지만 올 초 새 대북 접근전략을 밝힌 이후로는 중단 없는 전진으로 뚝심을 발휘해왔다.

북한이 미국을 제대로 상대하려면 남한을 위협해 어찌해보려는 타성에 젖은 전략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내민 손을 잡는 게 현실적이다.

미국은 물론 북한마저 협공을 가하는 기묘한 상황으로 인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숨을 쉴 수 없는'(I can't breathe)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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