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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평화시위로 전환 美시민들 "한국 탄핵촛불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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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뉴욕에서 4시간 운전해서 워싱턴DC로 왔다는 라몬 카르멘씨(좌) 가족. 부인이 생후 6주된 아이를 안고 있다.(사진=권민철 특파원)

 

소요사태로 악화돼 가던 미국의 시위가 평화시위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일부 지역에서 폭력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시위가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7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시위 기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대표적인 시위장소인 워싱턴DC 백악관 앞 풍경도 이날 몰라보게 바뀌었다.

눈에 띄는 것은 가족 단위 시위대가 늘었다는 점이다.

앳된 얼굴에 여드름 가득한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나온 부모들이나 유모차에 아이들 태우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많았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그 가운데 한 명인 라몬 카르맨은 적어도 워싱턴DC의 상황은 서울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의 입에서는 뜻밖에도 '블루 하우스(청와대)'라는 말도 튀어나왔다.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환영한다"면서 "지금 상황이 청와대를 심판한 상황과 비슷하지 않냐"고 되레 물었다.

그는 "한국의 탄핵 상황을 조사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에서 했던 평화시위에 대해 들었던 것을 기억한다"며 반가워했다.

뉴욕에 산다는 그는 이날 아침 가족과 함께 4시간 가까이 운전을 해서 워싱턴DC에 왔다고 했다.

그의 큰 딸은 태어난 지 6주 됐다는 동생을 안고 있었다.

갓난 아이의 어머니이자 카르맨의 부인은 "아이에게 혁명의 역사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쩌면 최루탄도 쏠지 모르는데 갓난아이를 데려오는 건 좀 위험한 판단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점검해봤다"며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위대의 정서와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지금은 평화시위로 정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평화 시위의 또 다른 지표는 애완견일 것 같다.

이날 백악관 앞에서는 크고 작은 애완견을 이끌고 나온 시위대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역사적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시위 지원세력들은 시위장소 주변에서 음료수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위대 후방에서 남 몰래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거리도 몰라보게 깨끗해졌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한편, 이날도 경찰의 흑인에 대한 과잉 대응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비폭력 흑인에게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쏘고 폭력을 휘두른 백인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백인 경찰관은 '산소가 필요하다'고 외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해당 흑인 남성을 응급차에 탑승시키던 중 테이저건을 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관은 이후 피해자를 강압적으로 엎드리게 만든 뒤 양쪽 어깨와 등을 누르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 듯 미국의 전반적인 여론은 경찰 보다는 시위대에 더 우호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망사건에서 경찰의 행동에 대한 우려(54%)는 그 이후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항의 시위(27%)에 대한 우려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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