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출전 약속 있었다·없었다? 호날두 없는 '노쇼' 소송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3>
축구팬 측 "호날두 출전 분명히 광고…홈페이지에도 나와" 주장
더페스타 "측 "광고한 적 없고, 호날두 아닌 유벤투스의 경기"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2019년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FC 친선경기에서 유벤투스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020.6.4 '호날두 노쇼' 소송 더페스타 측 법정 발언

"저희는 기본적으로 (호날두 45분 출전 관련) 기밀유지 조항이 있었고 연맹에서 엠바고를 걸어서 홍보할 수가 없었습니다. 원고(축구팬) 측이 말하는 홈페이지에 홍보했다는 내용은 유벤투스 선수 전원이 나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거기에도 호날두만 특별하게 표시된 것은 없었습니다"


역대 두 번째로 더운 해로 기록됐다는 지난해 여름, 찌는 듯한 더위만큼이나 우리를 열 받게 했던 '호날두 노쇼' 사태 기억하시나요?

2019년 7월 26일 이탈리아 축구클럽 유벤투스가 내한했을 때 이 팀 소속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최소 45분 출장한다는 계약을 어기고 1분도 뛰지 않아 전국민적 분노를 자아냈던 사건이었죠.

어느덧 1년이 지나 이 사건은 한 때의 해프닝이 됐지만, 이 경기를 관람한 축구팬들과 주최사인 '더페스타' 간 소송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바로 이 경기의 티켓을 구매했던 축구팬들이 지난해 여름 주최사 더페스타에게 티켓값을 물어내라며 중앙지법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인데 소송에 참여한 축구팬 숫자만 4767명, 배상요구액은 무려(!) 15억원(1인당 약 32만원)에 이릅니다.

4일 열린 이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더페스타 측의 법률대리인은 "호날두의 45분 출전은 계약상 기밀사항이었고, 따라서 광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슨 소린가 싶으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아니, 모두 호날두가 당시 경기에 45분을 출전하기로 계약했다는 것으로 다 알고 있었는데 광고를 안 한 건 뭐고 심지어 기밀사항이었다고?'

이날 더페스타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선 유벤투스와 계약할 때 호날두가 부상 등 별다른 사유 없이 45분을 뛰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 사실은 유벤투스와의 계약상 기밀 사항이었고, 한국프로축구연맹(프로연맹)도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금지)를 설정해 공개적으로 알릴 수가 없었다는 게 더페스타 입장입니다.

그럼 어떻게 사람들은 호날두 출전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요? 더 페스타 측에서는 이런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는데 이 또한, 45분 출전 조항이 명시돼있냐는 취지로 물어온 기자 한 명에게 더페스타측이 "그렇다"고 답했을 뿐, 광고나 홍보의 목적은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뿐 자신들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는 설명입니다.

2020.6.4 '호날두 노쇼' 소송 법정 발언
판사 "광고했다는 주장은 기자 한 명에게 알려줬을 뿐이라는 게 피고 측 주장인데 원고 측 입장은?"

원고(축구팬 측) "(이 경기는) 대중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피고(더페스타) 측은 일부 기자에게만 (호날두 출전)을 알렸다고 주장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습니다. 기자 한명에게만 말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도 광고했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축구팬 측 법률대리인은 당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이 경기에 호날두의 출전계약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결국 이같은 계약을 맺은 더페스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기자 한 명에게 말했다는 주장도 결국 모두에게 알려졌으니 '광고'로 봐야 한다는 것이구요. 또한, 당시 더페스타 홈페이지에도 이 경기에 출전하는 유벤투스 선수들이 나오는데 호날두가 분명히 포함돼있는 것도 광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2019년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FC 친선경기에서 유벤투스 호날두가 벤치에 앉아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호날두'의 경기인가 '유벤투스'의 경기인가

이 대목에서 궁금증이 하나 생깁니다. "대체 이 친선경기에서 호날두의 출전은 얼마만큼 중요한 것일까?" 호날두 한 선수의 이 경기 출전 여부가 이 경기를 보러 온 관중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도 이 재판에서 양측이 맞붙는 지점입니다.

이 소송의 쟁점은 결국, 축구팬들이 티켓을 사면서 암묵적으로 맺어진 계약이 '호날두의 출전'라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호날두가 속한 유벤투스의 출전'이라고 봐야 하는지 입니다.

만약 전자라면, 더페스타는 어쨌든 호날두를 출전시키기로 한 계약을 이행 못 했으니 책임을 질 여지가 커지는 것이고 반대로 후자라면, 유벤투스 팀은 호날두를 제외하고 나머지 팀원은 출전했으니 책임은 훨씬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2020.6.4. '호날두 노쇼' 더페스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판사 "계약서에 보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출전하는 게 중요한거냐 여부에 대해 계약서에서는 'first team player(팀내 최고 선수)'라고 적혀있는데요. 호날두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정도인지는 계약서에 표시가 됐는데 이게 중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까요? 호날두가 상당 부분 뛰어야 된다고 별도의 조항도 마련해서 명시하고 있는데…"


판사 또한, 호날두만 특별하게 위약금 조항을 넣은 것을 보면 호날두의 출전 여부가 이 경기의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봐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더페스타 측에 물었습니다. 더페스타 측은 "호날두의 돌발성 때문에 위약조항을 넣은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를 팬들에게 홍보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호날두 출전을 위해 특정 조항을 추가했기는 했지만 어찌 됐든 해당 계약은 유벤투스와의 계약이고, 유벤투스의 경기는 진행됐고 팬들은 유벤투스의 경기를 관람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책임질 이유는 없다는 논리입니다.

어찌보면 더페스타도 벤치만 지킨 호날두에게 당한 피해자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정작 소송을 야기한 '진짜 책임자' 호날두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주최사와 관람객들 사이의 법리 공방만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 나던 양측 다 썩 개운치 않은 뒷맛만 남을 소송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13일을 다음 변론기일에서 당시 언론기사 등을 토대로 양측의 주장을 더 들어볼 계획입니다.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