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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두 얼굴…끊이지 않는 '흑인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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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는 흑인 검문…경찰관 '검사' 직업 듣고 "가셔도 좋습니다"
잔인한 인종차별에도 '정직·강제 휴가' 솜방망이 처분

(사진=연합뉴스)

 

"플로이드는 좋은 남자였다. 경찰이 나에게서 그를 앗아갔다. 지아나(딸)는 이제 아빠가 없다. 플로이드는 지아나가 어른이 되는 것을 보지 못하게 됐다"(조지 플로이드 부인 '록시 워싱턴')

최근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시킨 흑인 조지 플로이드(46) 사망의 원인이 '목 눌림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되면서 연일 항의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뿌리 깊은 미국 내 흑백 차별 실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특히 플로이드 사망사건 이외에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과잉 진압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의 역사 자체가 흑인이 탄압과 차별을 시정해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따른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 전역의 시위가 9일째인 오늘, 과거 미국 경찰들의 흑인차별 실태를 돌아봤다.

◇하루이틀 아닌 흑인차별…"과잉대응"

평화적으로 시작했던 시위는 현재 일부 참여자들의 방화, 약탈 등으로 변질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인간 쓰레기"라고 비판했지만 이처럼 격렬한 시위 확산에는 미국 사회의 반복적인 흑인 차별 문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시위에 등장한 "숨을 쉴 수가 없다"는 구호도 지난 2014년 흑인 노점상 에릭 가너가 뉴욕에서 경찰에 목 졸려 숨지기 전에 남긴 말로 처음이 아니다.


(사진=유튜브 캡처)

 

경찰의 흑인 차량 불심검문 상황
(앞차를 세우고 갑작스레 차량운전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
경찰관 : (신분증을 확인하고) 어디 소속이십니까?
흑인검사 : 플로리다 주 검사에요. 왜 내 차를 세웠죠?
경찰관 : 문제는 없습니다. 번호판을 조회했는데 아무것도 조회가 안됐습니다.
흑인검사 : 왜 조회했는데요?
경찰관 : 도난차량인지 항상 조회합니다. 썬팅도 짙었고.
흑인검사 : 명함 있어요?
경찰관 : (연락처를) 적어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영상에 등장하는 경찰관은 중형세단을 운전하는 흑인여성을 보고 이유 없이 차량을 세운 뒤 불심검문한다.

검문을 받게 된 흑인여성은 플로리다 주 최초의 아프리카계 아얄라(Aramis Ayala) 검사로 이 영상은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백인 경찰관이 '단지 흑인이 중형세단을 운전하고 있다'는 이유로 차량을 정차시켜 신상을 조회한 것으로 당시 미국에선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이번 시위 참여자들 역시 SNS 등을 통해 이 영상을 재공유하며 "이번에 사망한 플로이드가 그녀와 같은 검사 신분이었다면 최소한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하는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흑인을 총으로 사살해 과잉대응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지난 2015년 정신분열증이 있는 흑인 청년 라발 홀(25)은 백인 경관의 총격에 사망했다. 이른 새벽부터 집 밖에 나가 서 있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옮겨달라는 어머니의 요청을 받고 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청년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다.

경찰의 총격 이유는 겁먹은 홀이 등을 보이며 달아났기 때문이다.

해당 경찰관은 사건조사를 위한 '행정 휴직'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도망치자 총격을 가해 우발적으로 숨지게 한 것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이와 비슷한 비무장 흑인 총격사건은 또 있다.

지난 2016년 흑인 행동치료사 찰스 킨제이(47)는 시설에서 탈출한 자폐증 환자에게 다시 시설로 돌아갈 것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출동한 경찰은 이유도 없이 킨제이를 향해 총구를 겨눴고, 공포에 질린 킨제이는 장난감을 들고 있던 자폐증 환자 옆에 드러누워 두 손을 들고 "나는 무기가 없다"고 소리쳤다.

이어 경찰은 총을 쏘지말라고 호소하는 킨제이의 다리에 3발의 총격을 가했고, 총에 맞아 고통스러워 하는 킨제이의 두 손을 수갑으로 채워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길가에 방치했다.

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대 해산에 나선 경찰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먼저 폭력성을 거둬들여야"

비무장 흑인에 대한 경찰들의 과잉대응, 가혹행위는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에 따르면, 흑인 남성들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은 1000명 중 1명꼴로 전체 평균 남성의 경찰 총격 사망률인 2000명 중 1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20~30대 젊은 흑인 남성은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은 백인에 비해 2.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2013부터 2017년까지 경찰이 범죄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한 것은 미국 전역에서 1만 1456건이었다고 전한다. 이들 사건에서 실제 총격을 받은 경우를 분석한 결과 흑인 남녀, 인디언 원주민 남녀, 알래스카 원주민 남녀, 그리고 라틴계 남성들이 백인 남녀보다 훨씬 총격을 많이 당했다는 것도 확인됐다.

실제 인디언 원주민 남성과 여성은 백인 남성과 여성보다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1.5배 높고, 라틴계 남성은 백인 남성보다 1.4배, 흑인 여성은 백인 여성보다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라틴계 여성은 백인 여성들보다 경찰 총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1.2배 낮았다.

한편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미국 주요 도시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멈추려면 경찰이 먼저 폭력성을 거둬들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문은 대부분 시위 현장은 평화로웠지만 유혈사태가 빚어진 일부 현장에서는 경찰이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며, 여기서 경찰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실제 시위현장에서 경찰들은 현재 최루탄 사용은 물론, 때때로 노인들을 거칠게 밀치고, 아이들에게 호신용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물리적 충돌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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