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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승계 시민판단 받겠다'는 이재용…'여론 재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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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6-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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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6개월 넘게 이어진 불법 합병·분식회계 의혹 사건 수사…
이재용 측, '기소 여부, 시민 판단 받겠다'며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
檢 기소 기류 읽히자 전략적 판단 내린 듯
'외부인이 방대한 기록 검토해 객관적 판단할 수 있겠나'…여론재판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한형기자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인의 기소가 타당한지에 대해 시민들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법적 절차에 나서자 법조계에서는 부실한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년6개월여의 수사를 거쳐 마무리 단계에 이른 사건인 만큼 그 내용이 복잡·다단한데, 이를 다루지 않았던 외부인들이 기소 여부를 단기간에 판단할 경우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느냐는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건 주요 쟁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판단을 내릴 경우 자칫 '여론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과 맞물려 이 부회장이 이런 한계점을 염두에 두고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 변호인 등은 2일 이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불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대검찰청 산하에 있는 수사심의위는 2017년 말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국민적 의혹이 있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과 관련해 기소‧불기소 처분 여부와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한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시민 심의 절차’를 택한 배경에는 ‘검찰의 기소 의지가 강하다’는 자체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은 이 부회장 기소 여부 보다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신중한 검토를 이어가는 기류였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이 부회장 측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전략적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 측은 “몰아가기 식으로 (수사를) 끝도 없이 하는 것보다는, 객관적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라고 이번 신청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수사심의위 절차가 진행될 경우 ‘객관적 판단’을 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긴 수사시간과 복잡한 회계기법, 수많은 관련자들이 얽히고 설킨 사건의 특성 상 그동안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외부인들이 한정된 시간 안에 검찰과 변호인 측의 주장을 이해하기가 시간적·물리적으로 버거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사안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기록 등을 검토하고 이해하는 데에는 적어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변호사도 “파악이 쉽지 않은 사건이니 만큼, 판단을 내리는데 주관적 시선이 반영될 여지도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피의자 인권 보호 등을 목적으로 도입된 수사심의위 제도 취지를 '부패 사건' 방어에 활용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불만도 감지된다. 수사심의위 제도는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서 불이익을 받기 쉬운 힘없는 개인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때문에 호화 변호인단을 내세운 이 부회장이 검찰의 사건처리를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오용할 경우 부적절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수사심의위가 열리더라도 사안을 파악하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면 현 수사팀이 기소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다음 달로 예상되는 검찰 인사에서 수사팀 인력이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 개혁방안 공개 예정일을 이틀 앞둔 시점도 의미심장하다. 최근 이 부회장의 개혁의지를 담은 ‘대국민 사과’와 관련한 삼성 측의 후속조치들은 4일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수사심의위 개최가 현실화 되더라도 마냥 이 부회장 측에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8차례 수사심의위가 소집됐지만 대부분 검찰의 기존 수사방향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 사건 내용을 파악하는데 상당부분 검찰측 수사 자료를 의존해야 하는데다 검찰의 설명 없이는 자료들에 대한 이해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심의위원들이 검찰의 프레임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한편 수사심의위는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도 심의할 수 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 피의자나 그의 변호인 등이 신청할 수 있는 심의 대상에 영장 청구 여부는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 일각에서 “심의위 절차와 상관없이 구속 영장은 청구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설명을 둘러싸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검찰 관계자는 “수사 관련 사항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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