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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보건교사 "오후되면 마스크 벗는 아이들...어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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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등교..학교에 전운 감돌아
고3 학생들, 이미 마스크 벗기 시작
교육부 인력 예산 지원..실효성 의문
교육 업무 보건 업무 공백 생길까
학생, 학부모에 자가진단 협력 부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현직 중학교 보건교사(익명)

지난주 고3에 이어서 오늘부터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 중학교 3학년의 등교가 시작합니다. 그런데 엊그제 서울에서 유치원생 확진자가 나오고, 또 어린이 괴질 사례까지 나오면서 지금 학부모들의 걱정이 큽니다. 그런데 학부모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까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학교 현장의 보건교사 한 분이 청와대 청원을 냈습니다. 누구를 위한 등교개학인가? 보건교사 한 명이 방역매뉴얼을 정하고 학교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직접 들어보죠. 현직 중학교 보건선생님이세요. 익명으로 한 분을 연결해 보죠. 선생님 안녕하세요.

◆ 보건교사>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얼마나 분주하십니까?

◆ 보건교사> 지금 계속 전화가 오고 있고 학교 교내 메신저로도 계속 소통하고 있고 너무 정신이 없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을 맡기 직전인데 좀 떨리기도 하시겠어요?

◆ 보건교사> 많이 떨리고요. 방역 관리자로 책임지고 있는 저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구성원 선생님들, 급식실, 조리실 여사님들까지도 지금 초긴장 상태고 학교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제일 중요한 건 학교 현장이 얼마나 단단하게 준비가 되어 있나, 이 부분일 텐데.

◆ 보건교사> 네.

◇ 김현정> 제일 걱정되는 것, 제일 긴장되는 건 어떤 겁니까?

◆ 보건교사> 아이들이 8시간 넘는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에 하루 종일 밥 먹는 데 빼고는 마스크를 꾸준히 잘 착용하고 있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마스크 착용을 하고 45분 동안 계속 수업을 하셔야 되는 선생님들도 그걸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두통이라든지 어지럼증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런 것들을 잘 견딜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이 너무 걱정되고 긴장되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고3들은 이미 일주일 했잖아요. 고3 선생님한테 들려오는 얘기가 좀 있습니까?

◆ 보건교사> 저희 인근의 학교와 친한 다른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여쭤보니까 초반 오전 중에는 아이들도 나름 새롭고 긴장되고 하기 때문에 이제 처음에는 마스크를 착용을 하다가, 쉬는 시간이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한 명, 두 명씩 턱으로 내리게 되고 생활 속 거리두기는 잘 안 되고, 그리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정말 많은 학생들이 마스크 착용하는 것을 잊어버리거나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 김현정> 지금 그렇대요? 점심 지나가면 벗고 있는 아이들이 많대요?

◆ 보건교사> 네, 그래서 선생님들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마스크 착용해라, 그러면 조금 개구쟁이 같은 경우는 마스크를 벗어서 어디 뒀는지 잘 모르니까 또 챙겨주고. 또 마스크 턱에 걸치고 있는 학생들한테도 다 마스크 착용하라고 하면 또 학생들 입장에서는 계속 감시받고 통제받는 기분이 드니까, 서로 간에 그런 게 마찰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하면서 지도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고3도 그래요? 사실 고3들은 뭐 거의 성인이니까 ‘고3들은 마스크 잘 낄 거야’ 우리가 큰 걱정 안 했는데 고3 교실도 오후 수업쯤 되면 나태해지는 게 있더라.

◆ 보건교사> 네.

◇ 김현정> 그래서 그 아이들 관리를 담임선생님이 다 해나가면서 수업도 해 나가고 이럴 수가 없으니까, 교육부에서 인력지원을 하겠다 그랬거든요. 관리인력을 전국에 3만 명. 그렇게 해서는 안 될까요? 부족한가요?

◆ 보건교사> 지원을 해 준다는 소식은 처음에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마는 학교 현장에서 일단 실무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사실 안타까운 점이 좀 있습니다. 한 학교당 세 분이 오시는데, 일정 시급을 지급하고 한 분당 5시간 정도 고용을 할 수 있는 비용으로 예산이 지급되는 겁니다. 그리고 예를 들어놓은 게 퇴직교사, 방과후강사, 자원봉사자 등이라고 되어 있는데.

그 예산 안에서 학교에서 아름아름 재량껏 뽑아야 되고, 그분들에 대해서 방역지침들을 설명하고 훈련을 해야 되는 과정이 또 필요하고요.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 닦는 작업이라든가 질서, 안내 정도만 도울 수 있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진짜로 필요한 도움을 받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 그 점이 너무 아쉽습니다.

중학교 3학년 등교 수업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세종시 소담중학교에서 교사들이 등교 후 학생들의 이동 예상 동선을 살피며 보완점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그러니까 학교당 3명이라는 인력 지원 너무 적고. 그런데 다 그분들이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보조인력 정도 수준이다. 한마디로 큰 도움은 안 된다. 이 말씀이시네요.

◆ 보건교사> 그렇게 단순, 반복 작업만 하는 인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학교에서 이 방역 전체를 총괄하고 관리하고 안내하는 보건교사를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이 꼭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그 인력에 대한 지원이 현재로써는 1000명 이상인 학교, 과대 학교에만 보건전문 지원인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800명, 900명인 학교에서는 지원을 받을 수가 없는 거예요.

◇ 김현정> 보건선생님 한 분으로 전교를 관리하기에는 만만치 않단 말씀이에요.

◆ 보건교사> 네, 제가 숙지하고 있는 지침을 정리해서 요약해서 알려드리고, 우리 학교에 맞게 적용을 해서 또 연수해 드리고, 계속해서 안내하고 학부모님들의 연락을 듣고 또 거기에 대해서 알아보고 알려주는 아주 많은 과정들이 있는데요.

그 대응을 하는 동안 학교 보건이라고 하는 영역 안에서 진행되는 기존의 루틴한 업무들이 있지 않습니까? 학생의 건강을 책임지고 안전하게끔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들은 어쩌면 지금 코로나 업무 대응을 하는 동안에 공백이 생길 수가 있는 위험이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사실은 학교에서 아이들 농구하다가 발목이 골절이 온 아이도 있을 거고, 뭔가 응급 상황인 아이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코로나 대응하기에도 지금 보건교사의 손이 부족한 거예요.

◆ 보건교사>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지금 선생님 말씀 듣다 보니까 학부모들이 알고 있는 건 마스크 잘 끼면 된다, 거리두기하면 된다, 이 정도 지침만 알고 있었는데 학부모들이 모르는 선생님들만 아시는 이런 매뉴얼, 지침들 중에 현장과 너무 맞지 않는구나 하는 것들이 많군요.

◆ 보건교사> 지금 당장에 수업을 할 때도 구체적인 상황들을 떠올려 보면 학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되어있지만. 학교를 모두 다녀보셨겠지만 요즘에는 과정 중심 평가이기 때문에 수행평가를 아주 많이 수행하고 수업 중간 중간에 학생들이 배움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해야 됩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학습활동지도 걷어야 되고, 교과서에 학습활동 푼 것도 걷어야 되는데, 학생의 물건을 교사가 다 걷어서 만지고 또 나눠주고 이러는 과정에서 균을 골고루 배분해 주는 역할이 될 수도 있고, 그런 리스크들을 A부터 Z까지 선생님들이 계속해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서 이럴 때는 그러면 낱장으로 풀어야 되겠다, 이럴 때는 온라인으로 과제를 받아야 되나? 지금 너무나도 생각해야 되고 작전을 짜야 될 것들이 많은 거예요.

◇ 김현정> 소독에 관한 문제도 그렇겠어요. 구석구석 소독을 해야 되는데 그런 것들은 구체적인 어떤 지침들, 내려져 옵니까? 그리고 소독제도 충분히 배급이 되고 있습니까?

◆ 보건교사> 지금 소독제는 ‘학교 보건실에 락스 5리터가 두 개 비치되어 있도록 하라’라는 지침이 있습니다.

◇ 김현정> 락스요?

◆ 보건교사> 네, 락스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인데요. 그게 소독을 할 때 쓰는 용액인데, 어떻게 희석해서 어떻게 소독을 하는지에 대한 방법은 안내가 되어 있지만. 지금 우리가 구성원들이 곳곳에 다 있기 때문에 일상 소독이 굉장히 중요한데, 교탁이며 이런 데를 닦으라고 돼 있지만.

도대체 무엇으로 닦으며, 닦는 것을 누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는 각 학교에서 다 정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모든 것들을 다 학교 구성원인 선생님과 교직원, 교실에 있는 학생들이 다 동참을 해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굉장히 부담스럽고요. 또 계속해서 물품을 알아보고 이러는 동안 학교에서도 방역에만 계속 집중을 하다 보니 다른 곳에 공백이 생길까 봐 되게 걱정되고 지금 힘든 상황입니다.

 



◇ 김현정> 큰 틀은 정해졌는데 매뉴얼이 내려왔는데. 학생과 교사 거리 띄워라 소독 하루에 얼마씩 해라, 큰 지침은 있는데 그다음에는 다 학교 재량이네요?

◆ 보건교사> 저는 너무 안타까웠던 게 등교개학이 3월 초부터 미뤄지기 시작했을 때, 각 학교에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자들의 목소리를 사실 밀접하게 들었어야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런 의견 교환 없었어요? 학교 현장의 방역 담당자는 보건교사가 될 텐데. 보건교사들의 의견, 충분히 전달 안 됐습니까?

◆ 보건교사> 실무자들이 학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은 없었고요. 감염 예방 지침이 내려오면 그 지침을 가지고 학교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보건교사들끼리 물어보거나 토론을 해서, 오히려 저희가 교육청에 다시 물어보고 답변 받은 걸 다시 공지하고 이렇게 지금 계속 그런 작업들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의견 수렴이 일찌감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점이 좀 아쉬운 상황입니다.

◇ 김현정> 큰 지침만 내려놓고 학교의 재량으로 맡긴 게 너무나 크기 때문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한 학교들은 그래도 어떻게 막아가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도 크네요.

◆ 보건교사> 네. 지금 학생별로 등교하기 전에 자가진단 시스템을 이용해서 입력하는 것도 있는데. 물론 교육청에서도 방역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만든 문항일 거라고 충분히 생각을 합니다마는 거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도 학교에서는 굉장히 많거든요.

기저질환 학생이라든지 비염이 너무 심한 학생은 마스크도 못 쓰고 이러는 상황이 있는데, 자가진단 시스템과 관련한 엄청난 문의와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어서 그 문항만이라도 좀 학교에 있는 실무자에게 물어봤더라면 혼선을 줄어들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이런 상황인데, 고3 등교는 이미 시작이 됐고 오늘부터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도 등교가 시작됩니다. 지금 멈춰라, 이럴 수는 없는 것이고. 지금으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책.

◆ 보건교사> 지금은 학교가 보통 600명에서 800명 정도 인원이 있을 텐데 그 인원을 누군가가 한 명이 진두지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역 수칙은 꼭 지켜야 된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학부모님과 학생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그리고 지금 저희가 증상이 있는 사람은 생활하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자가진단 시스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가진단 시스템에 나오는 안내에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철저하게 따른다면, 그 지침만큼은 꼭 지켜준다면, 등교를 해서 혼선이 있겠지만 저희가 피해가 생겼을 때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교육당국에는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세요?

◆ 보건교사> 첫 번째는 인력지원이죠. 지금 3명 지원해 주겠다고 하셨으니 감사하나, 그것이 학교 현장에서 딱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어떤 부분들이 있는지를 좀 적극적으로 물어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현장의 소리를 좀 들어 달라, 반영해 달라.

◆ 보건교사> 네, 정말 실무의 입장에서 학교를 바라보시고 한번 생활을 하루 동안만이라도 해 보시면 아, 학교에 어떤 것이 필요하고 지금까지의 지침보다는 더 조금 더 세세하고 친절한 안내가 필요하겠구나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탁상공론처럼 느껴지는 이런 문항들이 있다, 현장의 소리는 좀 다르다, 그 소리를 들어달라, 이 말씀으로 정리가 되네요.

◆ 보건교사> 네.

◇ 김현정> 여기까지 듣고요. 선생님, 지금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 제가 충분히 이해합니다마는 그래도 아이들이 오니까 최선을 다해서 막아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보건교사> 네, 물론입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 보건교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현재 중학교의 보건교사로 근무 중인 분의 절절한 이야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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