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A씨 형제를 폭행하는 C씨의 모습과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동생 B씨. (사진=제보자 제공)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용인 택배 형제 폭행사건'까지 드러나면서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폭력을 휘두른 입주민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돌리는 등 사태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CBS노컷뉴스 5월21일자, 등록금 벌러 택배 나선 형제…갑질 폭행에 중상21일,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한 아파트에서는 몇몇 아파트 주민들이 입주민들을 상대로 '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택배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탄원'이라고 적힌 문서에 서명을 받았다.
이들은 탄원서에 "가해자 처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무엇보다 택배 기사님과 동생분 빨리 쾌차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평소 감사함을 전하지 못했는데, 탄원서 작성에 함께 하는 것으로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합니다"라며 "몸과 마음의 상처를 빨리 털어내시고, 예전처럼 우리 아파트 단지 택배 일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단지 안 주민으로서 참 부끄럽고 죄송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탄원서를 작성하고, 가해자를 엄벌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경비원 가해자도 그렇고 이번 기회에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에서도 벌어지는 갑질에 대해 법의 엄정한 심판이 있어야 잘못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탄원 운동을 진행한 한 아파트 주민은 "피해 택배 기사를 자주 봐서 아는 데 착하고 성실하다"며 "마스크도 잘 쓰고 다니는데, 4~5층 다니다보면 힘들어서 잠깐 벗을 수도 있지, 사람들 어떻게 그렇게 때릴 수 있냐"며 화를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까지 받은 60여장의 탄원서를 이날 오전 택배기사측 변호인에게 전달했다.
◇강북구 경비원 죽음 식기도 전에…또다시 입주민 갑질
지난 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입주민 A씨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 최모씨의 12일 경비실 모습. 지난달 21일과 27일,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주차 문제로 인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이한형 기자)
서울 강북구 경비원의 안타까운 사연으로 사회적 공분이 채 식기도 전에 또다시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 행태가 전해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아이디 huhl****은 "돌아가신 경비 아저씨 때문에 맘이 아팠는데 그새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정말 화가 나네요. 이런 인간 같지 않은 X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또다른 네티즌 ghkd****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열심히 사는 사람들한테 갑질하는 사람들 엄하게 벌 좀 줍시다"라고 엄벌을 촉구했다.
최근 코로나19로 택배 기사들의 과중한 업무를 걱정하는 글도 눈에 들어왔다.
euny****은 "택배기사님 없으면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이렇게 걱정 없이 생활 할 수 있을까.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하루속히 건강 되찾길 바랍니다"라고 위로의 글을 남겼다.
◇아마추어 복서 입주민‥등록금 벌러 나온 택배 형제 폭행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CBS노컷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7일 오전 9시쯤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택배기사 A(30)씨와 함께 일하던 사촌동생 B(22)씨가 입주민 C씨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씨는 무거운 짐들을 옮기느라 숨이 가빠 잠시 마스크를 벗고 있는 상태였다. 이를 본 입주민 C씨는 두 사람에게 "마스크를 똑바로 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C씨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해 항의하던 C씨는 갑자기 택배를 들고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두 사람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A씨 형제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폭행당했다. C씨는 아마추어 복싱 선수로 알려졌다.
당시 폭행 현장을 목격한 D씨는 "젊은 입주민이 주먹으로 두 택배기사를 때리는 것을 봤다"며 "(입주민에게)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얘들(두 택배기사)이 먼저 때렸다고 그랬다. 두 택배기사는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6분여 간 이어진 C씨의 폭행에 A씨는 갈비뼈에 금이 가고 눈 부위를 심하게 맞아 홍채염으로 인한 시력 저하 판정을 받았다. 동생 B씨는 팔꿈치 파열, 콧뼈 골절 등의 부상으로 2시간의 수술을 받는 등 중상을 입었다.
C씨는 지난 4월부터 A씨가 해당 아파트에 올 때마다 "너 아직도 이렇게 사냐"는 등의 폭언을 일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근무하는 택배업체에 허위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고 A씨는 주장했다.
동생 B씨는 군 제대 이후 등록금 마련을 위해 이날 형과 함께 택배 배송 업무를 도우러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이 많다보니 동생과 같이 일을 하게 됐는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해당 아파트를 담당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이 남성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다"고 말했다.
C씨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 체포됐다. C씨는 경찰 조사에서 "택배기사를 폭행한 것은 맞지만 택배기사가 먼저 배를 밀쳤다"며 쌍방폭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인서부경찰서는 C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했고, CCTV 영상에서 A씨가 C씨를 손으로 밀친 정황이 포착돼 A씨 역시 폭행 혐의로 함께 입건했다.
경찰은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두 사람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등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