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8시 20분 첫 등교와 함께 조회가 시작된 전주여자고등학교 3학년 7반의 모습. (사진= 남승현 기자)
"오자마자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교사)
"아..."(학생)올해 처음 등교한 고등학생들은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이 담임 교사의 한 마디에 무너졌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체된 비대면 수업이 끝나고 첫 등교 수업에 돌입한 20일 오전 8시 전주여자고등학교의 풍경이다.
이날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모습을 보였다. 첫 관문은 발열 여부였다.
학생들은 바닥에 붙은 발자국 모양의 그림 위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대기했고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를 보며 발열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입장이 가능했다.
20일 첫 등교가 실시된 전주여고의 입구. 학생들이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남승현 기자)
모처럼 만난 터라 학생들은 바짝 붙어 서로의 돈독한 우정을 확인했으나 이 모습을 본 교사들은 "붙으면 안 된다"며 거리두기를 외치는 광경이 자주 반복됐다.
'짝꿍'도 없었다. 고사장처럼 책상과 의자는 모두 떨어뜨려 놓았다. 급식은 마주보면서 식사를 하지 않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담임 교사들은 전달 사항이 많았다. 3학년 7반 담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절대로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4교시엔 학생들의 체온을 잰다는 말과 함께 급식 순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학생들은 '중간고사' 일정에 귀를 세웠다. 며칠 뒤 치르는 중간고사와 함께 졸업앨범 촬영까지 일정이 촉박하다는 안내에 학생들은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7반 담임 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자료를 유튜브에 올렸는데 조회수가 3회 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그리고 누가 '싫어요'를 눌렀느냐"고 말하자 학생들은 웃음으로 대답했다.
첫 등교에 나선 학생들은 설렘과 걱정이 교차했다.
한 학생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고 기쁜 마음에 친구를 안고 손잡고 싶은데 안전을 위해서라도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른 학생은 "개학이 늦은 만큼 입시 준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일 전주여고 3학년 학생들이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등교하는 모습. (사진= 남승현 기자)
한편, 전북은 이날 유치원과 초중고 총 537곳이 첫 등교와 등원 수업에 돌입했다.
도내 첫 대면 수업 대상은 병설 유치원 144곳을 비롯해 학생 수가 60인 이하인 소규모 학교 중 초등학교 170곳, 중학교 80곳이며, 3학년 학생에 한 해 고등학교 133곳이 포함됐다.
도내 등교 학생 총 2만6000여명은 등교 전 발열 체크와 손 소독제 사용을 비롯해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 교내에선 마스크를 쓰는 등 기본 생활수칙을 따라야 한다.
등교 수업은 20일 시작으로 오는 27일과 다음 달 1일, 8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