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동계올림픽 쇼트 프로그램 출전. 연합뉴스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간판 이해인(고려대)이 숱한 역경을 딛고 선 생애 첫 올림픽 은반 위에서 시즌 최고점을 경신하며 화려한 비상을 시작했다.
이해인은 1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7.61점, 예술점수(PCS) 32.46점을 획득해 합계 70.07점을 기록했다. 이는 이번 시즌 자신의 기존 최고점인 67.06점을 3.01점이나 끌어올린 성적으로, 전체 9위에 이름을 올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전체 15번째로 빙판에 들어선 이해인은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후속 점프의 회전수 부족(쿼터 랜딩) 판정을 받아 수행점수(GOE) 0.76점이 깎이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이어진 더블 악셀에서 GOE 0.61점을 챙긴 뒤, 플라잉 카멜 스핀을 최고 난도인 레벨 4로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에 탄력을 붙였다.
가산점 구간에 배치한 트리플 플립을 깔끔하게 성공시켜 1.21점의 높은 수행점수를 보탠 이해인은 싯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 스텝 시퀀스까지 모두 레벨 4로 마무리하며 첫 올림픽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쇼트 연기 마친 이해인. 연합뉴스이해인의 이번 올림픽 입성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지난달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쇼트프로그램 당시 3위에 머물며 단 두 장뿐인 올림픽 출전권을 놓칠 위기에 처했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최종 2위로 밀라노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22 베이징 대회 선발전 탈락의 아픔을 겪었던 이해인에게 이번 무대는 더욱 간절했다. 시련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은 그는 2023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피겨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빙판 밖의 시련도 만만치 않았다. 2024년 5월 국가대표 전지훈련 중 불거진 후배 성희롱 혐의로 징계를 받으며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긴 법적 다툼 끝에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아내며 극적으로 올림픽 선발전에 나설 기회를 되찾았다.
연기 마친 이해인. 연합뉴스이해인의 감동적인 복귀전에 외신도 주목했다. 일본 매체 주니치스포츠는 "김연아의 후계자로 기대를 모으며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얻었지만, 2024년 6월 미성년 후배를 성희롱했다는 혐의로 선수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과거 징계 논란을 딛고 일어선 배경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어 "성희롱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결국 징계는 무효가 됐다. 그런 배경을 안고 나선 첫 올림픽 무대에서 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해인은 매혹하는 연기로 경기장을 매료했다"고 전했다. 또 매체는 "너무 예쁘다", "연기 좋았다" 등 SNS상의 뜨거운 반응도 함께 소개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이해인은 올림픽닷컴을 통해 "대회 전에는 너무 긴장해서 아직도 다리가 떨린다"면서도 "실수 없이 괜찮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꿈꾸던 무대에서 멋진 스케이터들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해인은 오는 20일 상위 24명이 겨루는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최종 순위 상승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