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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韓 북방정책 제동 걸려던 美…나중엔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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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기한만료 외교문서 해제…대공산권 접근에 우려의 시선
WP지 “美 보수파 심기 불편, 한미관계 위험 요인 될 것”
한·베트남 경제관계도 제동…삼성전자 TV공장 설립도 견제
89년부터는 우호적 입장 전환…통상압력 등은 강화

1990년 12월 1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 대통령이 모스크바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자료=대통령기록관)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를 통해 등장한 노태우 정부가 대 소련 접근을 필두로 한 북방정책을 추진하자 미국이 처음에는 경계의 시선을 보내며 제동을 걸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가 31일 비밀 보존기한 30년이 지나 공개한 외교문서(1577권, 24만여 쪽)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북방정책이 양국 간 중요한 마찰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실제로 견제에 나섰다.

전두환 군사정부와 표면적으로는 단절하며 1988년 집권한 노태우 정부는 전 정부 시절의 빠른 경제성장과 88올림픽 성공 등을 발판으로 경제계의 요구를 수용해 대공산권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예상 밖 상황 변화에 미국은 한반도 전략의 기본 틀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노태우 정부를 초기부터 압박했다.

미국 주류사회를 대변하는 워싱턴 포스트(WP)지는 같은 해 11월 16일 ‘한국의 북방정책’ 제하의 칼럼에서 “한국의 시베리아 개발 참여 등 대공산권 접근 정책은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하고 있는 미 의회 내 보수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지도 모른다”며 “이런 상황 진전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칼럼은 또 “한국이 시베리아 석유 개발에 참여하고 중국의 컴퓨터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한미 양국관계의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30여년 뒤 미중 갈등을 예견한 듯 한 주장을 폈다.

앞서 같은 해 3월 15일에는 주한 미대사관 밀러 1등 서기관이 외교부 동북아2과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베트남 경제관계를 문의하고 미국 입장을 전달했다.

미 측은 캄보디아 문제 해결을 위해 베트남의 정치·경제적 고립에 나선 가운데 한·베트남 경제관계가 증진되고 있다는 조짐에 미국은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적절한 조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 측은 또 삼성전자의 베트남 내 TV 생산공장 건설과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 등의 베트남 방문설 등을 문의했다.

미 측은 엿새 전인 3월 9일에도 워싱턴에서 국무부 한국과 경제담당관이 주미 대사관 측과 접촉해 한국의 베트남 진출에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의 이런 경직된 태도는 그램 상원의원이 1988년 9월 박동진 주미대사의 예방을 받고 “한국의 국력 신장으로 한미관계의 기본 성격이 필연적으로 변화”하게 된 데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ㅎ ㅎ

 

미국은 이에 따라 88올림픽을 전후한 시점부터 통상 압력과 주한미군 철수론, 방위비 분담론 등을 제기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기 시작했다.

1989년 5월 19일에는 클라크 미 동아태 차관보 대리가 박동진 주미대사가 마련한 만찬에서 광주 미 문화원 이전이나 한국 언론 보도 등과 관련한 한국의 처리 방식 등을 문제 삼았다.

클라크 차관보 대리는 이들 현안과 관련, “미 국무부 고위층 내에 상당한 논의가 있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할 경우 한미간 협조 문제에 어려움이 조성될 수 있다”면서 “각별히 유념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미국은 1989년 들어 북방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우호적 태도로 바뀌었다.

토마스 던롭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같은 해 2월 23일 주미 대사관 참사관을 만나 소련, 중국, 헝가리, 유고를 방문한 결과를 설명하며 “한국의 북방외교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정확하게 관계국에 인식시킬 필요성”을 출장 목적이었다고 밝혔다.

미 측의 입장 변화가 어떤 이유와 배경에 의한 것인지는 외교문서 공개에서 누락된 공란이 많아 파악하기 어렵다.

한편 올해 공개된 문서에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Super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와의 국교수립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공개된 문서 원문은 외교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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