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가로챈 창원 부동산 김사장은 어떻게 사기를 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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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김씨 징역 9년 선고, 판결문 재구성
공범 김씨 항소심서 징역 6년

(사진=자료사진)

 

2012년 5월 1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있는 김사장네 부동산에 한 손님이 찾아왔다. 공인중개사 김사장(58·가명)은 여간해서 손님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주위 회사와 백화점, 마트 등 편의시설이 집중된 도심지에 이만한 매물이 없다며 자신이 관리하는 오피스텔을 손님 A씨에게 추천했다. 다음날 A씨는 김사장과 6천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김사장은 전구를 갈아주거나 따뜻한 인사로 임차인 A씨를 맞이했다. 건물 청소와 관리가 깔끔해 김사장이 임대인으로부터 위임받은 오피스텔 매물은 날개 돋듯 팔렸다. 특히 김사장이 주로 거래하는 전세계약방식은 집이없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비싼 월세계약방식이 아니어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김사장 홀로 수많은 사기행각을 벌이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꼼꼼하고 똑똑한 예비 임차인들이 생각보다 많아, 범행이 자칫 탄로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금관리와 문서위조 등 완벽한 범죄를 위해 자신의 범행을 도울 조력자가 필요했다. 특히 오피스텔 매물을 가진 임대인 중에는 여성들도 많았기 때문에 같은 임대인으로 속이기 위해서는 여성 조력자가 적합했다.

당시 경남 창원시 김사장네 부동산업소. (사진=자료사진)

 

다음해인 2013년부터 김도연(58·가명·여성)씨가 등장한다. 그녀가 부동산에서 하는 역할은 다양했다. 진짜 임대인과 겉모습이 비슷하면 임대인으로, 혹여 임대인보다 나이가 적으면 임대인의 동생이라고 속이고 사람들에게 접근했다. 때에 따라 임대인의 아내인 척도 했고 딸로도 위장했다. 이미 위조된 임대인 위임장과 전세계약서, 월세계약서를 비롯해 공신력 있는 공인중개서까지 들이내밀면 의심많던 사람들도 꼼작없이 속아 넘어갔다.

김씨 일당의 범죄는 그칠 줄 몰랐다. 6년동안, 꿈을 가진 학생부터 이제 겨우 사회에 발을 내딘 직장인까지 부모와 은행에 빌린 수천만원의 전세자금을 죄책감없이 마구 써댔다. 진짜 임대인에게는 다달이 수십만원의 월세를 건네면서 안심시켰고, 임차인들에게는 인심 좋은 오피스텔 관리자인 척하며 속였다.

그러던 2018년. 몇몇 임차인이 그동안 전세자금을 되돌려달라고 하자 김씨 일당은 당황해하며 차일피일 현금 지급을 미뤘다. 임차인들의 전세자금을 족족 써버린 이들이 더 이상 '돌려막기' 할 돈이 수중에 없었기 때문이다. 임차인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진=자료사진)

 

같은해 8월.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김도연 씨는 붙잡혀 구속됐다. 곧 '부동산 이중사기'라는 수사결과를 경찰이 내놨다. 이들 대부분 진짜 임대인에게는 월세 계약을 위임받았지만, 이를 속이고 중간에서 주로 임차인들과는 수천만원대의 전세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테면 2012년에 6천만원 전세계약을 한 A씨의 진짜 임대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5만원 임대차 계약을 맺은 줄 알고 있었다. A씨를 비롯한 임차인 피해자는 100명에 달했으며 피해금액은 70여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주범 김사장은 경찰이 바로 잡지 못했다. 수사 낌새를 알아차리고 바로 필리핀으로 도주했기 때문이었다. 현지에서는 슈퍼에서 물품을 훔치다가 절도죄로 필리핀 경찰에 붙잡혔다. 김사장은 도주 9개월만인 지난해 5월 한국에 송환됐고, 법원은 지난 25일 사기·사문서위조·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공범 김도연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은 판결문에서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목적으로 문서를 위조해 임대인으로부터 받은 대리권의 범위를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해 사기죄 중에서도 그 죄질이 좋지 못하다"며 "피고인에게는 다수의 범죄전력이 있으며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이 기사는="" 법원="" 판결문과="" 취재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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