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없이 마주보고 앉아 상담을 진행하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모습.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서울과 대구의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가운데, 지역 콜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여전히 감염에 취약한 상황에 놓인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 콜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지역 노동단체들은 12일 대전 유성구 국민은행 콜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담원들이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칸막이도 없이 마주보고 앉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민은행이 집단감염 대비책으로 상담원들을 분산 배치하기로 하고 지난 9일부터 국민은행 폐쇄지점 중 한 곳인 가장동에 임시 콜센터를 개설해 운영 중"이라며 "하지만 임시 콜센터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코앞에 앉은 상태에서 누가 기침이라도 하면 서로 눈치만 보는 실정"이라며 "여기에 마스크와 손소독제 지급도 원활하지 않고, 소독도 하지 않은 체내 체온계를 공동 사용하는 등 늘 감염의 우려를 안고 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국민콜그린씨에스지회의 김현주 지회장은 "상황이 이렇지만 국민은행의 대책은 마스크 착용 후 상담을 진행하라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장시간 말을 하면 숨쉬기 힘들고 습기가 차는 등 어려움이 있는데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고객 항의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콜센터 노동자들과 단체들은 "임시 콜센터 개설 역시 상담원들의 안전을 고려한 조치라기보다는 어느 한 곳이 오염되더라도 다른 곳에서의 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과 근무조건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칸막이 없이 마주보고 앉아 상담을 진행하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모습. (사진=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제공)
대전시는 콜센터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긴급 대책으로 지역 콜센터 직원이 300명 이하인 곳에 대해 소독제와 손세정제, 마스크 등을 원가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역활동 지원에 나섰다.
국민은행 등 규모가 큰 곳은 자체적으로 방역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소규모 업체 지원에 나선 것인데, 현장에서 일하는 상담원들의 증언과는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현재 137개 기업이 대전에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상담원만 1만7725명에 달한다. 이는 서울과 부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