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사진=자료사진)
일본 아베신조 총리가 코로나사태로 위기에 처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 국민의 입국 제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뉴욕타임스가 아베의 사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정치 미꾸라지(Houdini) 아베, 코로나 역풍은 못 피해'라는 제목의 도쿄발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는 코로나19 사태가 일본열도를 휩쓸어 온 지난 한 달 동안 존재감이 별로 없었다.
한국은 하루에 1만명을 검사하는데 왜 일본은 900명 밖에 못하냐는 불만 등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비난도 아베 대신 보건 관료들이 받았다.
결국 지난주부터 아베가 전면에 등장했지만 몇 주 동안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다가 뜬금없이 휴교령을 발동하는 등 서툰 대응이 그의 정치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한 지지율도 30%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코로나 관련 첫 기자회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기자들과 짜고 치는 회견을 열었지만 기자들이 대답을 요구하며 아우성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그 일로 트위터에만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100만개가 넘었다.
(사진=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자 아베 내각 구성원이었던 요이치 마스노는 "아베 정부의 코로나 참사는 아베가 너무 장기집권을 한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일본 최장수 총리라는 신기록을 갱신중인 아베의 철권통치는 반대파들을 억압했고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양산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바이러스 사태 때는 누구든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데 내각 구성원들이 아베 앞에서 입도 뻥긋 못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을 짚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지리멸렬하고, 일본 언론들도 대부분 어용이라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아베는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도쿄 다마대학 브래드 글로서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야당에 믿을 만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일본 국민들은 익숙한 악마에 붙어있는 상황"이라며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번 코로나 사태는 아베가 7년간 쌓아온 '선의'라는 저수지에 구멍을 낸 격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경기침체는 불황국면에 접어들게 됐고, 10년만의 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방문이 될 뻔한 시진핑의 방일도 물건너갔고, 올림픽 취소도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카바야시 미에코 도쿄대 교수는 "(아베가 겪은) 과거의 스캔들과 달리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은 국민 개개인의 건강에 직결되는 것"이라며 "이런 종류의 실수는 그의 성숙도나 강인함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4번째 총리직을 수행중인 아베의 잔여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침묵중이다.
전례에 없는 5선 총리에 도전할 가능성과 함께 퇴임 후 후계자를 내세워 수렴청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이번 코로나사태로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경제 불황의 불길이 커지면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임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