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국민의 86% 이상이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검찰에 거듭 강제수사 필요성을 강조하자 법조계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취임 후 검찰의 과도한 직접·강제수사에 연일 제동을 걸며 힘빼기에 나섰던 추 장관이 이번 사태에서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은 5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 방역당국의 과천 신천지 교회 본부 행정조사와 관련해 포렌식 전문 요원과 장비 등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이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방역 목적에서라도 (검찰) 강제수사가 즉각 필요하다"고 강조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직접 나서기 보다는 행정조사에 조력하는 방향을 택한 셈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역학조사 방해 행위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섣부른 강제수사는 오히려 신천지 신도들을 숨게 할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조언에 따라 경찰이 신청한 신천지 대구교회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반려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강제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요청했다"며 "절대적으로 압수수색을 통해 제대로 된 신도 명단과 이동경로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추 장관이 기존 검찰 수사에 대해 보였던 입장을 상황에 따라 뒤집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추 장관은 앞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관련 피의자 기소와 공소장 공개 문제 등을 두고 검찰의 권한 남용에 강하게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 현직 검사장은 "신천지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염원하는 국민이 많더라도 수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증거를 살펴 이뤄지는 것"이라며 "국민청원처럼 여론대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어 "추 장관은 앞서 다른 수사에서는 피의자 인권에 큰 관심을 기울였는데 코로나19 사안에서는 검찰의 강제수사권으로 수사 대상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국가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법조인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추 장관이 "생활치료시설 내에서 신천지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실효성이 없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치료센터는 경증 확진환자나 무증상 확진자 등 이미 코로나19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이 입소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천지 신도 파악은 미감염자나 감염 의심자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필요한 것인데 확진자만 있는 공간에서 신천지 신도를 분리하자는 주장은 불필요한 구분짓기라는 것이다.
영장전담판사 출신 변호사는 "이미 31만명의 명단이 제출된 상황에서 막연한 증거인멸 우려만으로 검찰이 압수수색을 청구하고 법원에서 만약 기각된다면 방역당국의 원활한 행정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은 중대본이 신천지 본부에서 확보한 자료들에 대해 포렌식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추가 강제조사 필요성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