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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찾아 3만리'…사흘만에 마스크 5장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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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쇼핑은 주문전화 연결 안돼, 약국은 물량부족
우체국은 읍면만·농협하나로마트는 '우왕좌왕'
'행복한백화점' 5시간 전부터 긴 줄

지난 1일 서울 목동동로 행복한백화점 앞 광장에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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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하루 1천만 장씩 찍어낸다는 마스크는 모두 어디에 가 있을까?’

◇ 공영쇼핑의 '게릴라 방송'에 "로또 보다 어려운 마스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급격히 번지면서 기자도 다급한 마음에 ‘공적 마스크’ 구하기에 나섰다.

먼저 손쉬운대로 ‘공영쇼핑’으로 TV채널을 돌렸다. KF94급 마스크를 노마진으로 판다는 곳이다.

하지만 ‘마스크는 오후에 판매가 예정돼 있다’, ‘물량이 준비 되는대로 마스크 방송을 실시하겠다’는 안내만 나올 뿐 언제, 얼마큼 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낮 12시부터 ‘공영쇼핑’에 채널을 고정한 기자는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 한눈팔지 않고 공영쇼핑을 시청했다. 언제 마스크 방송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주산 갈치’ ‘코다리찜’ ‘유기그릇’ ‘수협굴비’ ‘충주 사과’ ‘농협 쌀’…
마스크 방송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던 오후 4시 10분쯤. 드디어 마스크 방송이 시작됐다. 스마트폰에 미리 입력해둔 자동주문전화를 두드렸지만 ‘통화량이 많아 받을 수 없다’는 안내만 흘러 나왔다.

오후 4시 27분 마스크 방송은 종료됐다. 마스크 방송 17분간 기자가 걸었던 주문전화만 100통. 물론 모두 불통이었다.

◇ 동네 약국은 물량 태부족

시간만 날려버린 기자는 다음날 동네 약국을 찾았다. 하지만 약국도 없기는 마찬가지. 한 약사는 “공적 마스크는 배송되면 몇분 안에 다 나간다”며 “워낙 할당물량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는 “한 약국당 100장씩 배송되는데, 사람들이 모두 최대 한도인 5장씩 사가기 때문에 하루 20명 분량밖에 되지 않는다”며 “적어도 하루 500백장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약사는 “배송이 언제 올지 알 수도 없다”며 “약품만 배송하던 사람들이 마스크까지 배송하려니 배송시간이 일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네와 인근까지 10여개 약국을 들른 기자는 여전히 빈손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에게 꽂히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기자는 결국 ‘일반 마스크’를 약국에서 샀다. 가격은 3300원. 공적 마스크의 2~3배 가격이었다. 가족들이 당분간 쓰기 위해서는 ‘공적 마스크’를 꼭 구해야만 했다.

◇ 우체국은 TK·읍면만 판매, 하나로마트는 '우왕좌왕'

기자는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우체국을 찾았지만 들어가 보지도 않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도심지 우체국에서는 공적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대구경북지역 및 읍면지역에서만 마스크를 판매한다.

농협하나로마트도 마스크를 판다고 했다. 기자는 헛걸음을 막기 위해 미리 ‘농협하나로유통’ 홈페이지를 검색해 판매일정 등을 살펴봤다. 홈페이지에는 ‘3월 2일 오후 2시부터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공적 마스크를 판매한다’는 취지의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2일 오전 농협하나로마트 홈페이지에 공지된 '공적 마스크' 판매 예고

 



근처 농협하나로마트를 방문했지만 역시 마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어제는 팔았는데 오늘은 마스크 안 팔아요.”
“홈페이지에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오늘 판다고 공지까지 떴는데 어떻게 된건가요?”
“잘 모르겠네요. 하여튼 오늘은 안 팔아요. 물량이 없어요.”

마스크를 판다는 다른 하나로마트 역시 오후에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공지에 뜬 ‘오후 2시’가 아니라 ‘오전 9시’부터 팔았기 때문이다.

'◇ 행복한백화점'은 5시간 전부터 줄서

기자는 서울 목동으로 갔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행복한백화점’이 지난달 27일부터 공적 마스크를 팔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판매 예정시각은 오후 2시였는데, 이미 오전 9시부터 100여명 가량이 백화점 앞에서 줄을 선 상태였다.

줄의 앞머리에 있던 한 시민은 “최근 약국 10군데를 들렀는데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 구로동에서 여기까지 와서 오전 9시부터 줄을 섰다”고 말했다.

그는 “공영쇼핑도 봤지만 전화연결도 안돼 오늘은 일찌감치 여기로 왔다”며 “손자들을 위해서라면 5시간 기다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역시 “동네 친구는 하나로마트에서 마스크 사려고 새벽 4시부터 줄을 섰다더라”며 “나도 오후2시부터 판다는 얘기는 알고 있지만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몇시간 동안 줄을 설 엄두가 나지 않았던 기자는 중기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서울역으로 갔다. 판매예정 시각은 오후 3시부터였지만 1시 30분쯤 일찌감치 도착했다.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첫날이라 다른 곳보다는 대기 행렬이 적었다.

오후 2시 30분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558번’의 번호표를 받고 나서야 안심이 됐다. 이날 서울역에는 공적 마스크가 2만장, 4천명 분량이 할당돼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현금을 준비한 터라 줄을 선지 20여분만에 ‘KF94급 공적 마스크’ 5장을 5천원에 구할 수 있었다. 사흘을 투자한 끝에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것이다.

'◇ 이 시국에 부처간 이견' 중기부 공적 마스크 판매 중단

지금까지 서울 시내 공적 마스크를 돌아본 결과 시민들은 ‘접근성’과 ‘예측가능성’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공적 마스크를 동네에서 손쉽게 사거나 당장은 살 수 없더라도 언제 살 수 있는지 예측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공영쇼핑’은 모두 국민들이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은 있지만 언제 마스크 방송을 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예측가능성’은 떨어졌다. 또한 마스크 방송을 보더라도 주문전화를 연결하기가 ‘로또’여서 ‘접근성’의 가성비가 크게 떨어졌다.

우체국과 농협하나로마트 역시 판매지역 제한이나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접근성 자체가 떨어졌다.

행복한백화점은 지난 27일부터 사실상 공적 마스크를 매일 7~10만장씩 시중에 노마진으로 공급해왔다. 강서,양천지역 주민 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주민까지 찾아올 정도로 공적 판매처 가운데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행복한백화점의 공적 마스크 판매는 4일부터 중단된다. 2일부터 시작했던 서울역 등 KTX역 판매도 이틀만에 중단된다.

중기부는 ‘우체국과 농협하나로마트 등 다른 공적 판매처가 확대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공적 판매처를 중단하는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공적 마스크 판매를 둘러싼 ‘부처간 이견’으로 중기부가 어쩔 수 없이 마스크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적 마스크 판매를 놓고 부처간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3일 국무회의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 채널이 다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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