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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민주당, 너마저 비례당?…원칙은 누가 지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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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내서 차츰 고개 드는 비례정당 창당론
민주당 내서도 "미래한국당, 탄핵 막으려면 불가피" 주장
한국당 배제한 채 '4+1'로 개정한 선거법 취지 무색 우려
범진보진영 반발에 '공정' 못 외치는 21대 국회되는 것도 문제
'불법 잡으려 저지르는 불법은 괜찮다'식 꼼수서 벗어나야

(그래픽=연합뉴스)

 

"여러 사람이 여러 곳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고 있으니,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런 제안이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서 답을 해야지…."

비례정당 창당에 대한 진보진영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열린민주당, 정치개혁연합, 청년민주당, 검찰개혁당 등 실제로 창당이 준비되고 있거나 창당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당명들이 여럿 나오기 시작했다.

미래통합당이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만든 위성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을 그토록 비난하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마저 최근 비례당에 대한 논의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6일에는 민주당의 전·현직 원내대표, 사무총장, 당대표 특보단장, 전 정치개혁특위 간사 등 핵심 인사들이 식당에 모여 총선 대응 방안을 논의하면서 비례정당과 관한 내용을 주고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다음날에는 4·15 총선을 위한 당 인재영입을 이끈 최재성 의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미래통합당이 인위적으로 1당이 되기 위한 꼼수로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공언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못한다'는 것이 명분이 되겠느냐"며 헌정·국정 중단 시도 무마를 이유 삼은 비례정당 창당의 필요성을 대놓고 주장했다.

고민의 시발점은 미래한국당을 가만히 두자니 자칫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연합으로 원내 1당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연말연초만 하더라도 총선의 성격을 정권 심판보다 야권 심판으로 보는 여론이 컸고,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자 여권 내에서는 내심 단독 과반에 대한 기대감까지 나왔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데 이어 영입인재의 미투·부정수급 논란, 그리고 상대적으로 과감히 칼을 휘두르고 있는 미래통합당에 비해 감동이 부족한 공천 등이 겹치면서 1당 유지마저도 위험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을 빼앗긴 후 문재인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비난하고 있는 제1야당이 다시 원내1당, 더 나아가 과반정당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은 여당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가 꼼수를 쓰니 나도 꼼수를 쓰겠다' 식의 치킨게임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얻기 힘든 방식이다.

우선 '이럴 거면 애당초 선거제 개편은 왜 했느냐'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된다.

민주당은 '4+1 협의체'라는 전례 없는 여야 협의체를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 중 일부에 연동형을 적용하는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을 주도했다.

비례당을 만들게 된다면 패스트트랙 사태 당시 자유한국당과 몸싸움까지 불사해가며 만들어낸 선거제 개편이 그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염원이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고 자인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이른바 범진보진영으로 불리는 야권의 반발 또한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

당 핵심 인사들의 회동 소식이 알려진 28일, 4+1로 민주당과 공조했던 민생당과 정의당은 일제히 민주당을 비난했다.

민생당은 무려 3명의 대변인이 돌아가며 "충격적인 밀실야합 음모이자 뒷구멍 꼼수 궁리",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그 동안 민주당에서 쏟아낸 비난과 독설은 그대로 되돌아 올 것이며, 거대한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 "정치코로나의 진원지가 미래통합당이라면 슈퍼전파자는 민주당"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정의당도 강민진 대변인이 "수구세력의 꼼수를 따라 꼼수로 맞대응하는 것은 개혁입법의 대의를 훼손하고 개혁진보 세력이 공멸하는 길"이라고 강도 높은 질타에 나섰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면 우리도 중대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 전체 지역구에 모두 후보를 내는 것이 바로 그 결단"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정의당 후보로 인해 진보진영 표가 갈리며 통합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어부지리 효과를 얻는 지역구가 상당수 발생할 수 있다.

정의당 일각에서는 '우리도 비례정의당을 만들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누구도 '올바름'이라는 가치를 입에 담기 힘들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기껏 제도를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이른바 '개구멍'을 파서 그 취지를 훼손시킨 정치 세력의 "정의"나 "공정"에 대한 외침은 양치기 소년의 외침처럼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실세회동에 참여한 이인영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모두 미래한국당에 대한 대응방안은 논의해야하지만 민주당 차원에서 직접 비례정당을 창당하는 일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김해영 최고위원이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규탄함은 물론 비례 의석 몇 석 얻자고 수도권과 PK(부산·경남) 등 박빙 판세지역의 선거를 모두 포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당내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는 점도 비례정당 반대기류에 힘을 싣고 있다.

선거는 각 정당이 정치적 지향과 정책, 그리고 그간의 행적을 국민들로부터 평가받는 일이다.

이미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정당이 있다고 해서 똑같은 잘못을 통해 이를 막겠다는 것은 '불법을 막기 위해서라면 나도 불법을 저질러도 된다'는 위험한 발상과도 같다.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선거가 더 이상 꼼수로 얼룩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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