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도 격리도 '뒷북'…日방역망 참사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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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감염 추정 확진자 4명, 감염 경로도 동선 파악도 안돼
의심증세 호소에도 늑장 대응…사망 후 확진 판정 받기도
하루 최대 300명 검사 가능해 크루즈 한번에 하선 '불가'
집단감염에 국제사회 비난 받자 뒤늦게 1100명 검사 확충

(사진=NHK 홈페이지 캡처)

 

위태롭던 일본 방역망이 결국 뚫렸다. 요코하마 앞바다에 정박 중인 크루즈 집단감염 사태를 넘어 국내 감염 추정 확진자들과 사망자까지 속출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컨트롤 타워 기능을 상실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크루즈 내 44명까지 포함해 지난 13일 하루만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48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육지에서 발생한 2차 감염 확진자 4명으로, 이 중에는 사망자도 포함돼 있다. 확진 판정까지의 늑장 대응이 환자 생명을 위협하고 감염 확산까지 부른 꼴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11일 간 지역사회에 노출된 50대 남성 외과의사는 지난달 31일 의심증세를 호소했다. 그러나 바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3일 간 해열제를 먹으며 정상 진료를 했다.

5일 독감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8일에 다시 발열증세를 보였고 이날 폐렴으로 진단돼 10일에서야 입원 조치가 이뤄졌다. 그리고 3일 뒤인 13일 코로나19 양성 결과를 받은 것이다.

해당 의사와 접촉한 의사와 환자도 의심증세가 나타나 확진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료 남성 의사 1명과 남성 환자 2명, 총 3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중 70대 남성 1명은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고, 1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내 코로나19 첫 사망자인 80대 여성은 사망 이후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 여성은 지난달 22일부터 의심증세를 느꼈고, 28일 병원을 방문해 '경과 관찰' 진단을 받았다. 지난 1일 재진해 폐렴 진단을 받고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항생제 치료에도 호흡 상태가 악화됐고 6일 큰 병원으로 옮겼지만 13일 사망했다. 코로나19 검사는 사망 전날인 12일에서야 이뤄졌다.

이밖에 70대 남성 택시기사, 20대 남성 회사원 등이 앞선 두 확진자들처럼 14일 내 중국 방문 없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국내 감염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는 물론, 이동 동선도 확보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일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진=연합뉴스)

 

3500여명이 탑승한 크루즈 집단감염 사태로 이미 일본 정부의 위기 관리 능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확진자가 발생한 크루즈 전체 봉쇄와 해상 격리는 결국 '바이러스의 섬'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인권 문제를 제기한 국제사회 압박에 못이겨 일본 정부는 14일부터 80대 이상 고령자 및 지병이 있는 승객들을 우선 하선시키기로 결정했다. 현재까지 218명 확진자가 발생했고, 60대 이상 승객이 전체 탑승객의 80%가 넘는다.

당시 국내 한 언론은 사설에서 우리 정부의 '우왕좌왕·뒷북·눈치보기'가 신종 코로나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대응을 추켜세웠다. "'예방조치는 과하다 싶을 만큼 강력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말은 이럴 때나 쓰는 것이다"라고 '극찬'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검사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일본이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코로나19 검사는 최대 300건 뿐이다. 국립 감염증 연구소 200건에 하네다와 요코하마 검역소까지 더한 수치다.

하루 5천 건 검사가 가능한 우리와 비교해 6%에 불과하다. 일본 인구가 한국의 2배가 넘는 1억 2천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진단 키트 보유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하선을 해도 3500명 탑승자들은 한 번에 검사를 받아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인구 750만 명인 홍콩도 이와 유사한 사건을 겪었지만 대처는 달랐다. 지난 5일 3600여명이 탑승한 크루즈 '월드드림'호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홍콩 보건 당국은 확진자와 접촉한 1800여명 검사를 하루만에 마쳤다. 탑승자 전원은 4일 간의 해상 격리 끝에 하선할 수 있었다.

후생 노동성은 18일까지 하루 1100건까지 가능하게 검사 시스템을 확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집단감염 크루즈 내 모든 탑승자들이 검사를 받기까지는 3~4일이 걸린다.

2020 도쿄올림픽 개최까지 불과 5개월. 과연 일본 정부가 이제라도 구멍난 방역망을 보수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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