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12번째 확진자는 중국 국적이지만 일본에서 관광가이드 일을 하다 지난달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특이 케이스'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확진자의 접촉자를 파악한 뒤, 접촉자의 국적(중국) 연락관에게만 통보했을 뿐 출국지인 우리나라에는 알리지 않아 하마터면 확진자를 놓칠 수도 있었다는 데에 있다.
◇ 중국인이 일본에서 감염돼 국내에서 확진…모르고 있던 정부질병관리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1일 "12번 환자는 일본 현지에서 확진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본에서 감염됐고, 우리나라 입국 후에 발병을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일본에서는 중국 우한에서 온 관광객들을 태우고 버스를 운행한 운전기사 일본인 60대 남성이, 29일에는 같은 버스에 탔던 40대 여성 가이드가 확진됐는데, 질본은 12번 환자도 그 버스에 탔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12번 환자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발병시점에 따라 길게는 입국 다음날인 20일부터 격리된 1일까지 11일 가량 지역사회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문제는 해당 환자를 발견하게 된 경로에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일본이 접촉자를 파악한 뒤, 접촉자들의 출국 국가로 통보하는 게 아니라, 접촉자 국적의 연락관에게 통보한다"며 "이 사람이 어느 비행기를 타고 어디로 갔는지까지를 일본 정부가 판단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질병관리본부는 12번 확진자가 일본의 확진자에게 검사를 권유받고 직접 근처 병원을 찾아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전까지 해당 환자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 아무도 모를 뻔한 '12번 확진자' 재발 막으려면만약, 12번 확진자가 일본의 확진자에게 검사 권유를 받고도 별다른 증상이 없어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경우 지금까지도 지역사회에서 활동했을 가능성도 높다.
또 12번 확진자가 일본 확진자에게 접촉자라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상태에서 내원했다면 의료진이 증상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환자를 일반 병실에 입원시켰을 수도 있어 병원 내 노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었다.
정은경 본부장은 "12번 확진자는 국적이 중국인이시기 때문에 어디를 가시더라도 중국에 대한 여행력이나 문진 등은 다 진행됐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한 설명이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각 의료기관에서는 DUR이나 ITS 등 환자의 해외 여행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지만, '14일 내 중국 여행력이 있으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지 않는지 확인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만 나온다.
우한 방문력도 없는데 단지 중국 국적이고 열이 난다는 이유만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검사할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엔 환자의 적극적인 설명과 의사의 재량이 결합돼 검사가 이뤄졌고, 확진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주변국과의 활발한 정보 교류다. 접촉자의 국적과 출국지를 모두 알고 있는 일본이 중국과 한국 양국에 모두 통보해줬다면 12번 확진자의 지역사회 노출을 줄일 수 있었다.
정은경 본부장이 "저희도 접촉자가 어떻게 나갔는지 까지는 세세하게 파악해 통보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지만, 사람간 전염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장 최선은 접촉자의 출신 국가와 출국 국가 양쪽에 모두 통보해주는 것"이라며 "이번 사례처럼 기존 기준에 벗어난 환자가 발생할 때 정부가 의료진에게 재량권을 준다고 발표한 만큼, 의료진의 적극적인 판단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접촉자도 출국 정보를 인지한 경우 해당국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질병 발생국가에 정보 공유 협조 요청을 한 상태"라며 "다른 소통 방법도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